조미료 미땡이나 다시땡이 입맛을 땡기는 건 자극적이어서 일 거다. 맛의 품격을 높여주는 대신 건강을 낮춰 주기도 하는. 어쨌거나 이 책 역시 제목도 내용도 꽤나 자극적이다. 그것도 아주 심히 그렇다. 특히 제목에 끌렸다. '너'도 아니고 '나'를 없애고 싶다니. 화살의 과녁이 나를 향하다니 살짝 무섭기도 하고.
재밌다기 보다 걱정스럽다. 작가의 생각 꼬리물기가 참 피곤해 보이고 좀 심각히 포장해 보지면 장애에 가까워 보이기까지 하달까. 내 짐작이 맞는지 어떤지, 저자의 감정을 헤아리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울이나 부정적 수위가 꽤나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를 위한 노력이란 건 그러고 보면 조금 우습다. 좋을지, 싫을지도 모르는 반반의 확률에 지금을 걸고 일단 노력하고 보는 것이니까. 결혼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은 모르지만 하려고 하고, 일정 액수의 재산을 모으면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모르지만 그걸 목표로 정한다. 나는 목표라는 허상을 좇는다." p34
보다 보면 지속적으로 부정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나 사랑에 대한 명쾌한 사유도 많다. 영어 선생님에서 철학과 학생으로 돌이 간 수준에서 보자면 철학적 사유에 대한 능력치가 이미 만렙은 돼 보인다. 정체가 궁금할 정도다.
"직관적인 사랑은, 시적 은유로 가슴에 아로새겨져 강력한 힘이 있다. 내가 거 역할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내 모든 것이 송두리째 상대방에게 빠진 것과 같은 느낌을 느낀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p74
한데 저자가 밝힌 부정적 생각 꼬리물기를 읽다 보면 약간 웃기기도(비웃는 건 결코 아니다) 하고, 고개가 갸우뚱할 정도로 부정적이기도 하다. 개 똥도 그렇고 내비게이션도 그렇고 소개팅이 그렇다. 게다가 새치기 한 노인에게 쓴소리 좀 했다고 쫓아와서 둔기로 머리를 내리치면 어쩌냐니!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해야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상대방은 진심 별 의미 없이 툭 던진 말에 본인이 의미를 부여하고 죽자 사자 덤비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가도 누구는 무심히 툭 던진 돌에 청개구리는 맞아 죽는 거라고 할 수 있으니 뭐라 할 말은 없다.
"내 마음은 언제고 습관적으로 방황에 빠질 준비를 하고 있다. 내 마음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나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이 아니다. 누가 보면 내가 마치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이 멍하니 어딘가를 응시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정처 없이 쏘다니고 있을 뿐이다." p152
솔직히 책은 굉장히 빨려 들면서 가볍게 읽힌다. 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고 무겁디무겁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입장에서 삶에 대한 태도가 무조건적 긍정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테고 어느 정도 부정적인 생각을 갖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특히 왜 사는지와 나는 누구냐에 대한 자문은 누구나 품고 살지 않은가. 문득 지금 드는 생각은 '몰라서' 살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