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자기계발]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

일, 관계,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30가지 제안

by 암시랑

'인생의 중간쯤'이란 제목이 참 서글프게 다가왔다. 내가 백세 시대 딱 절반에 서있다 보니 제목만으로도 그냥 허투루 넘기기 쉽지 않았는데 요즘 마음을 흔드는 일이 자꾸 생긴다. 나름 인생을 대처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했는데 이제 '차선'을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고 보니 마음이 좀 더 힘들다.


회의에서 그것도 면전에서 "선생님의 명확한 주 업무가 뭘까요? 어떤 일이 주 업무라고 생각해요?"라는 질문이 느닷없이 날아들었다. 순간 나는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직원처럼 취급 당했다. 한 해 업무를 정리하는 평가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라지만 말을 전하는 그의 생각이 아닐까 싶어 마음이 더 무겁다.


나름 권익옹호 업무를 한답시고 인권이나 장애인식개선교육을 다니고 있고, 전직을 살려 홍보물 디자인도 하고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일들도 하지만 위에서 아니 그가 보기에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 보였나 보다.


이런 이야기를 나이 오십에 그것도 늦게 시작한 죄로 평직원으로 듣고 앉았으니 더 착잡하다. 예전에 읽었던 에세이 중에 개인 블로그 관리를 열심히 했더니 상사가 "그 에너지로 일이나 열심히 하라"라는 핀잔을 듣자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는 일이 섬광처럼 스쳤다.


그런데 젠장맞을! 나도 기분은 그런데 현실은 안 잘리려면 어떤 업무를 잡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앉아있다.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라는 말이 어감 그대로 더러운 책상 깨끗하게 정리해서 업무 효율을 올리라는 건지 아니면 할 만큼 했으니 때려치우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라는 건지 심히 궁금하지만 솔직히 아직 학령기에 있는 아이들이 둘이나 있으니 후자의 이야기라면 어떨지 살짝 무섭다. 아직 난 준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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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프롤로그에 '단순한 삶' 10가지를 소개한다. 이 중에 뭐라도 걸리지 않고는 살기 힘들지 않나요?라고 하는 듯하다. 나도 이 중 절반 가까이 걸려들었다. 미니멀 라이프도 좋고 내려놓기도 좋고 다 좋은데 그런 것들을 하는 것도 실은 다 먹고살 만해서 아닐까? 어찌 됐든 생존을 위해 전투적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에겐 이 모든 말들은 배부른 소리일지도.


그럼에도 읽다 보면 한편으로는 우리는 어쩌면 인생을 통해 겪는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는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아주 잠시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면 이내 전투적인 삶인 현실로 돌아와 있다는 게 함정.


요즘 너무 일찍 잠에서 깨거나 아예 잠을 자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원인이 긴장 지수가 높은 거였다니…. 양쪽 어깨에 곰을 한 마리씩 얹고 다니는 느낌이다.


저자는 좋은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며 좋은 인생 역시 그래야 한다고 조언한다. 관계에 질척대지 않고 사소한 것들에 마음 쓰지도 않으며 판타지 미래를 입으로만 꿈꾸는 짓을 정리하고 제대로 현실에 충실할 것에 대한 조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는데 잘 안되는 것을 어이할까 싶다. 이런 것까지 노오력 해야 하는 삶이라는 건 참으로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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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p94


칸트가 해서 멋진 게 아니다. 욜로고 소확행이고 인생에서 오늘을 즐기지 않는 자 행복을 논하지 말라는 것처럼 '하고 싶은 것'에 목매는 요즘의 청춘들이 꼭 새겨 보면 좋을 말이 아닌가. 우린 자유가 아니라 자율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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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어디서 잘못을 했고, 잘못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실수하지 않는 삶은 진정한 인생이 아니다. 또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현명한 인간이 아니다." p177


뒤통수가 번쩍였다. 위에서 말했던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갑자기 창피한 일이 된 듯하다. 수년 동안 일을 하면서도 명확한 업무를 지켜내지 못한 잘못은 분명 내게 있음이리라. 그런데도 열심히 해왔다는 변명만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속상해한 게 곱 씹힌다.


자리를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정리해야 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단샤리가 확실히 필요한 때다. 이 책은 불필요한 것을 끊고, 버리고, 집착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렇게만 보면 직장이던 타인과의 관계던 스스로를 둘러싼 일들에 대한 이야기라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인생에서 좀 더 제대로 집중해야 할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현재의 부정적인 삶의 태도로부터 긍정적인 변화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비법인 단샤리에 대한 이야기다.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자기 성찰에 대한 이야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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