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늦깎이로 대학원을 다닌다. 과제에 치여 사는데 그중 한 과목의 과제는 조별로 상담하는 과정을 재현해보는 역할극을 동영상으로 찍어 발표를 하는 거다. 조별로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동영상을 찍어야 한다니.
일을 하다 보면 가뭄에 콩 나듯 피치 못하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때마다 세월만큼이나 켜켜이 쌓인 피부 두께나 거무튀튀한 색의 질감으로 보이는 얼굴이 마음 쓰여 사진 찍히는 걸 병적으로 싫어한다. 더군다나 요사이 부쩍 늘어난 주름과 피부 트러블이 심각해 역할 배우가 되는 건 극구 사양하고 그나마 재주가 좀 있다고 생각하는 동영상 편집을 자처했다.
조원들이 찍은 영상을 모아 편집하는 게 힘들고 어려울 텐데 괜찮겠느냐며 걱정 반 우려반이다. 내 과제가 아닌 조별 과제이다 보니 부담이 좀 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틈틈이 복지관 홍보 영상도 만들어 왔던 터라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전자 기기를 썩 잘 다룬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나름 오랜 세월 컴퓨터를 다루다 보니 컴퓨터로 하는 작업은 웬만하면 근자감에 취해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지 않은가. 어려울 것도 없다고 스스로 격려했다.
퇴근하고 핸드폰으로 찍었던 영상을 클라우드로 옮기고 다시 컴퓨터로 다운을 받았다. 몇 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빠른 다운로드'를 실감하며 이제는 번거로운 USB 잭 연결 따위는 필요 없음이 왠지 내가 잘해서인 것 마냥 으쓱했다.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다운로드한 영상을 불러들이는데 아뿔싸! 파일 포맷이 다르다며 인식을 하지 못한다. 놀란 가슴에 가슴이 방망이질로 요동친다.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동원해 보지만 어느 것 하나 열지 못한다. 심장은 다 먹은 캔을 마구 구겨버린 것처럼 구겨졌다.
부랴부랴 USB 잭을 연결하고 아이폰 전용 프로그램도 설치하고 바쁘게 움직였다. 할 건 다 했으니 이제 되겠지 하고 핸드폰에 있는 영상을 꺼내오려 했지만 이 역시 잘되지 않는 통에 찌그러진 심장이 아예 눌어붙는 지경처럼 느껴졌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영상 편집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핸드폰 속에 버티고 있는 영상을 노려본다.
"네이버에 물어봐"
온갖 신음 소릴 내며 애쓰는 모습을 보다 못한 아내가 검색을 해보라고 한다. 오 마이 갓! 체념적인 마음으로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대한민국 수많은 지식인 중 한 명인 누군가 제시한 짧은 해결 책은 다름 아닌 내 컴퓨터를 열어 애플 아이폰 폴더를 열어 꺼내라는 것이다.
설마 내가 2시간이 넘게 고생하며 애간장을 태운 일이 꼴랑 폴더를 여는 거로 해결이 된다니 너무 허탈했지만 진짜 그랬다. 역시 대한민국 지식인은 대단하지 않은가!
젠장. 된다! 이리 쉬운 것을.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옛말이 하나 틀린 게 없다. 잘난 척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