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지 아니한가

by 암시랑

어머니 생신이 휴가철 즈음이다 보니 매년 어머니 생신 겸해서 가족여행을 다닌 지 꽤 오래되었다. 한데 삼 형제 중 둘째 동생네와 캠핑을 함께 몇 번 다녔는데 갈 때마다 일정 중에 늘 적든 많든 비를 만났다.

동생 왈, "나는 이상하게 비를 몰고 다니더라고"라며 웃었는데 진짜 그랬다.


가족 여행을 다닐 때도 그렇게 적든 많든 비를 만났더랬다. 작년 한 해만 빼고.

작년이 많이 가물었던가? 어쨌거나 이번에도 가기 전부터 하늘은 심심치 않게 비를 쏟았다.

출발 전날 저녁부터 새벽까지 폭우가 쏟아지길래 갈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미 예약 취소하기도 아까우니 가기로 했는데 말도 안 되게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였다.


둘째 동생의 징크스가 깨지나 싶었다. 도착해서 14명의 대식구 짐 정리와 점심을 먹고 숨 좀 돌릴까 했더니 하늘이 새카맣게 변했다. 아직 빗줄기를 쏟아붓지는 않지만 잔뜩 속에 머금고 뿌릴 기회만 보는 하늘이 불안 불안하다.


시커먼 하늘을 보며 마음 바쁘게 텐트 두 동을 치고 나니 땀이 그야말로 폭포수처럼 흘렀지만 다행이 비는 오지 않았다. 더운 김에 계곡에 입수 좀 해 보려다 폭우로 불어난 계곡 물살이 너무 거새 계곡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결국 캠핑 장 내에 마련된 수영장에서 아이들 노는 것만 구경해야 했다. 어른들은 할게 딱히 없으니 음주라도. ^^

저녁을 준비해서 먹고 나니 산속 절벽에서 휘돌아 치는 바람이 거세지는가 싶더니 물보라처럼 비가 흩날리며 다들 방으로 쫒아버리더니 새벽녘부터 비가 쏟아졌다. 아침을 거쳐 오후 내내 오다 가다를 반복하며 말 그대로 물폭탄을 떨어트렸다.


동생의 징크스는 올해 더 힘을 발휘했고 나는 비자발적 독서에 즐거운 휴가였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 한 권을 다 읽고 왔으니 이 얼마나 좋지 아니한가.

KakaoTalk_20190729_172500820.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