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소설] 진이, 지니

종의 경계에서 선택한 삶에 대한 이야기

by 암시랑

그녀의 작품을 읽어 왔지만 프롤로그부터 이렇게 매혹적인 문장이 작가의 표현처럼 훅하고 들어온 적이 있을까 싶다.


"깊고 예민한 감수성, 높은 지적 능력, 생동감 넘치는 몸짓, 풍부한 표정. 그중에서도 겁 많고 수줍음 성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가까이 다가와 탐색하듯 응시하다가 어느 순간 내 안으로 훅 미끄러져 들어오는 검은 눈은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마저 잊게 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눈'을 가진 모든 생명체를 이리 표현한다면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 나를 내가 볼 수 있었다면 분명 휴가를 맞아 찾아든 가평의 깊은 계곡 끝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기대감으로 빛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흥분된다. 보노보도 이 작품도.


자의든 타의든 기억 속에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기억 하나씩 가진 두 사람. 동물의 깊은 눈에서 감정을 읽어내고, 인간이 낼 수 없는 소리에서조차 감정의 맥락을 읽어내는 민주와 진이의 이야기는 너무 촘촘해서 어디 숨조차 빠져나갈 구멍도 없다.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어 질식할 정도였다면 과장일까.

차 사고가 나버린 그 순간부터 줄곧 조마조마, 설마설마하던 예감이 딱 들어맞는 순간, 나는 판타지 세계로 훅 빨려 들었다. 그리고 생생하고 거침없고 폭발적인 이런 묘사는 빨려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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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살아 있는 자의 것이며, 살아 있는 동안 전력으로 살아야 한다고. 살아 있는 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p293


끝을 향해 치달을수록 가슴이 조여왔다. 세상의 시선으로 갇혀있던 수명과 승민이 희망을 품고 내달렸던 <내 심장을 쏴라>가 떠올랐다. 어째 그녀의 작품은 바람이었다가 희망을 입에 올리면 절망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어쨌건 민주가 죽은 자들의 문지기로 새로운 삶을 만드는 것이 위로라면 위로랄까.

진이로 시작해서 민주로 끝나는 먹먹하고 치열하지만 아프지만은 않은, 끝나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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