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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소설] 과잉 무지개

|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by 암시랑

12회 브런치북 소설부문 대상작이란 띠지를 보자 부러움이 퍼졌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받았다니, 얼마나 글을 잘 쓰길래라는 부러움이 들었다. 나 역시 브런치에 글을 쓰기는 하지만 쓰기는 줄고 읽기는 늘어, 요즘 생각이 많아졌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기 위해 계속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는 작가는 장편소설 『에펠탑의 불빛이 반짝일 때』, 에세이 『혼자서 잘 살아가기』 『나의 무인도, 서울』을 썼고,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 『우리의 민지』가 밀리 오리지널 콘텐츠로 출간되었다. 『과잉 무지개』로 2024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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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환상에 가까운 무지개가 과잉되면 어떻게 되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마약처럼 환각적일까 그러면 중독되려나, 같은 의미 없는 단어들이 퐁퐁 튀어 올랐다. 내용이 부풀려지는 풍선처럼 기대감이 채워졌다.


"도착지와 조금씩 가까워질 때마다 마음속에 무거운 추가 하나씩 늘어가는 것 같았다." 22쪽


주인공 준재의 설정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평범함이 어느 순간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일상이었다. 여기에 오래전에 MBC 예능 인생극장에서 "그래 선택했어!"를 외치던 이휘재의 결연한 얼굴이 떠올랐다.


궁지에 몰린 준재가 해야 할 극단적인 선택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정체의 단체와의 계약이 뻔한 결말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안도감이 없진 않았다.


해달 할머니를 비롯한 사랑의 집식구들에게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는 부분에서는 복지관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십수 년을 근무하면서 만났던 독거로 살다 떠나는 외로운 사람들이 떠올랐다. 사회 시스템에서 조금은 비켜난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엄인호의 노래 가사처럼 "우린 모두 외로운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감됐다. 그리고 준재가 죽는 일을 최선을 다해야 할 두 번째 장소인 유기견 센터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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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쪽, 133쪽


"내 인생도 뒤엉켜 있는 것 같지만 정해진 위치에서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면, 당장은 알 수 없어 의심이 들지만 끝내 목적지에 닿을 수 있는… 그런 것이라면 좋겠다." 168쪽


어쩌면 청년이든 노인이든 이미 집계가 의미를 잃을 정도로 자살률은 부동의 세계 1위라는 뻔한 사실을 토대로 만든 이야기니 뻔하겠다는 짐작이 들었다. 여기에 브런치북 대상이라는 질투도 한몫했겠지만.


하지만 이야기는 단순히 '자살'이라는 문제에 매몰되지 않고 누군가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친절한 관심을 일깨워 주면서,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 구조가 물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책장을 넘기기 무섭게 활자를 빨아들여 몰입하게 만든다.


산다는 것의 가치와 의미를 짚어내고,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는 자주 울컥하게 만들지만 뻔할 것이라 예상한 해피엔딩은 크게 빗나가진 않았다. 그럼에도 뻔하지도 않아서 개인적으로 드라마로 각색이 되어도 충분히 빛 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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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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