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자기계발]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by 암시랑

매번 사람들과의 대화 끝에 '다언삭궁(말이 많으면 망한다)'을 부르짖는 나로서는 말하기 관련된 책은 의미가 남다르다.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에 가깝다. 그래서 짧게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핵심을 말하는 게 중요함을 말한다. 그것도 짧으면서도 충분하게.


단순히 '말'하기에 관한 코칭이라 생각했는데 웬걸 조직관리나 문제점도 진단하고 그와 맥락을 잇는 이야기까지 폭넓게 다루어진다. 그냥 쉬운 책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수많은 책이 상사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다루고 있지만, 사실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단순히 말하기 훈련을 한다고 해서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기업의 조직문화와 리더십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니까요." p11


"말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말을 잘 못해서'가 아니다!"


"말을 많이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다_소포클레스" p21


저자는 말을 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말을 최대한 줄이고, 필요한 말만 한다.'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자기 말만 하는 사람들의 사례는 바로 내 이야기라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질문은 곧 대화의 시작이다. 잠깐의 침묵을 즐겨라."


"말 잘하기 위한 최고의 솔루션은 손 글쓰기다."라는 말처럼 무언가를 기억하는 방법은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는 저자의 주장엔 공감하는 바가 크다. 나 역시 종종 강의를 하러 다닐 때 PPT나 타이핑 한 것보다 종이 메모를 하는 게 훨씬 더 오래 기억되는 걸 경험으로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다.


기승전결의 서사의 시대는 끝났다. 결론부터 말하라.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내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쉬운 말로 해라.


저자는 개인적으로 터득한 방법, 아니 비법을 1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말을 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만큼 눈이 번쩍 뜨이는 비법이지만 말을 할 때마다 이 열 가지를 생각하며 말을 하다간 분명 버벅대거나 아예 대화가 불가능하거나 심지어 또라이 소릴 들을 건 뻔하다. 그래서 저자는 '일단, 3가지만 적용해 보라'고 조언한다. 나는 일단, 입 닥치고, 적고, 이음 도구를 찾는 걸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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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책에서 한 문장을 꼽으라면 이 문장이 아닐까.


"앎은 노력 없이 공짜로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요약하면, "맥락을 파악하고, 종이에 쓰고, 정리한 후 말해라!" 쯤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정보를 모아두는 것만으로는 지적 역량이 늘지 않습니다."라는 저자의 충고는 격하게 공감한다. 과거 애니메이션 업에 종사할 때 좋은 작품은 보든 안 보든 시디에 옮겨 담았다. 지금은 불법 복제라 큰일 나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아무튼 그 양이 어마어마해서 이사할 때마다 골치였는데 결국 한 번도 보지 않은 채 버려졌다. 모아두는 것은 그냥 쓰레기가 될 확률이 높다.


한 번의 리뷰를 위해 3번을 읽는다는 저자의 방식을 보는 순간 순식간에 부끄러워졌다. 나는 왠지 성의 없고 무책임한 리뷰어가 된듯하달까. 달랑 한번 읽는다. 그 한 번으로 리뷰를 쓰는 게 오랜 공을 들인 저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옮기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반성 또 반성한다.


나는 꼼꼼하게 읽으려 노력한다. 다만 책에는 줄을 긋지도 메모를 하지도 않는다. 다 읽고 좋은 책은 누군가에게 선물도 하지만 다시 읽을 때 선입견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줄이 그어져 있거나 메모가 되어 있으면 현재의 감상을 흩트린다.


다만 읽으면서 통찰까지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적는다. 대부분은 디지털 기기에 타자로 적지만 가끔 노트에 적는다. 확실히 노트에 적는 일은 펜촉이 노트에서 미끄러지듯 써지는 감각도 좋고, 사각거리는 소리도 듣기 좋다. 기억이 더 오래간다는 말은 솔직히 상대적인 것 같긴 하다. 난 단기 기억이 약하다.


각 장 끝에는 본문 내용을 '핵심만 콕 짚어 단순하게 말하는 법'으로 요약해 놓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좀 놀라운 이야기도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기발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시대의 웃픈 현실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고. 내 감정이나 생각을 드러내는 데 있어 이미 누군가가 드러내 감정이나 표현을 표절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진짜?'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함부로 드러낸 생각 하나로 공격을 당하거나 무식 혹은 무시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좀 더 책을 잘 이해하려면 내용을 정리하고 맥락을 찾고 스스로 생각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실제 그 지식은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찾아보는 것과 실제로 깨닫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p189


그동안 속독만을 하며 사유하지 않았던 책 읽기가 어느덧 백여 권이 넘었다. 하지만 다독을 해 왔어도 기억에 선명한 문장 하나 없다는 것에 사유하지 않는 독서는 그저 읽는 행위로만 끝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이 책은 말하는 법이라 쓰고 글쓰기라 읽을 수 있겠다. 성공이라는 키워드를 향한 화술을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말하기 위한 생각 정리를 해야 하며 그 방법은 결국 '글쓰기다'라는 명쾌하고 확실한 묘수를 알려준다. 좋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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