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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Apr 01. 2016

장미여관 - 오빠는 잘 있단다

잘 빠져도 너무 백화점처럼 빠져서 문제다


잘 빠졌다. 특히 소리가 말이다. 그런데 잘 빠져도 너무 백화점처럼 빠져서 문제다. 식품 코너에서 스포츠 의류, 명품관, 식당가까지… 분명 좋다는 것은 아는데, 왠지 “살게요!”보다는 “다음에 올 게요.”라고 말하고 싶다. 유기적 연결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어딘가 슬프다는 것 정도가 간신히 수록곡 간 연결 고리로서 기능하고 있다. 

음반의 포문을 여는 것은 의외로 통기타 반주로 시작하는 발라드 곡이다. ‘옥탑방’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설움을 가득 머금은 곡이지만 선율이 빼어나다거나 하지는 않다. 오히려 크게 튀지 않는 것이 포문을 연다기 보단 인트로로서 기능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 노랫말에서도 ‘우리 집에 놀러와요’라고 하지 않는가. 이어지는 ‘이방인’에서는 본격적으로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펑키(funky)한 리듬이 어깨춤에 시동을 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듯 터뜨리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다음에야 말로? 아니었다. 3번 곡 ‘퇴근하겠습니다’는 다시 ‘옥탑방’으로 돌아간다. 처량한 노랫말이 처량한 노랫말을 타고 전해진다. 하지만 돌아가도 너무 돌아갔다. 1번 곡과 분위기, 음반 내의 기능에 있어서 무엇 하나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결국 4번째 곡인 ‘처음 보는 여자’에 와서야 스스로가 록 밴드임을 외치듯 국면의 전환을 꾀한다. 기타가 주도하는 멋진 전개로 화려하게 시작하지만 기타가 신나게 놀아볼 즈음 보컬에게 바통을 넘긴다.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오오오’에서 그 흥의 불씨를 되살리나 했지만 무리였다. 보컬, 악기, 그 무엇도 전면으로 나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분명 화려한 기타 솔로인데 흥이 나질 않는다. 결국 취기가 돌아 흥이 오를 즈음 막차 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는 작곡보다는 축 쳐진 사운드 메이킹의 문제다. ‘엄마 냄새’에서는 초반부처럼 통기타 음악으로 가나 싶더니 이어지는 ‘사람 사이’에서는 밴드 사운드가 등장한다. 그러나 슬픔이라는 정서에 있어서는 상통한다. ‘옥탑방-이방인-퇴근하겠습니다-엄마 냄새’에 이어서 벌써 5번째다. 노랫말 외엔 선율, 연주 무엇도 앞선 곡들에 비해 도드라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장미여관 – 슬픈 노래 데모’ 정도로 음반 제목을 바꾸는 게 어울릴 듯 싶다. 

후반부에 접어들어, 마냥 슬프기만 했던 분위기가 다시 반전을 노린다. 애상의 노랫말이 ‘당신의 입장’에서 과거의 연인에게 보내는 증오와 허탈감의 메시지로 바뀐다. <오빠는 잘 있단다>에서 유일하게 앞선 곡과의 연결, 곡 자체의 완성도 모두에서 성공한 곡이다. ‘사나이 댄스’는 완전히 놀기로 마음먹은 듯 춤추려 한다. 그런데 이렇게 춤추면 안됐다. 전혀 춤추고 싶지 않은 곡이다. 리듬은 쳐지고 어지러이 반복되는 후렴구의 보컬은 뜨거운 댄서의 외침보다는 신음 소리에 가깝다. 그나마 ‘오빠는 잘 있단다’의 서정적인 탱고 리듬이 있었기에 위태위태하게 이어진 흥은 마지막 곡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음악 시장의 흐름이 음반보다는 싱글 중심으로 가고 있다고 해도 결국 이들이 내놓은 결과물은 음반이다. 그것도 정규 음반이다. 만약 장미여관이 이 정도 결과물에 만족하고 있다면 스스로의 안목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가요계를 접수할 오빠들은 다음 기회에.


아티스트 :  장미여관

음반 : 오빠는 잘 있단다

발매일 : 2016. 3. 15.

길이 : 39:40

수록곡      

1. 옥탑방

2. 이방인

3. 퇴근하겠습니다

4. 처음 보는 여자

5. 오오오

6. 엄마 냄새

7. 사람 사이

8. 당신의 입장

9. 사나이 댄스

10. 오빠는 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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