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MUGAE MUSIC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개 뮤직 Mar 31. 2016

Do Hits-Year of the Monkey

당신에게 주고 싶은 설 선물


완연한 봄이다. 설을 쇤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춘분이 지났다. 퍽 늦었지만, 당신에게 주고 싶은 설 선물이 있다. 바로 <Do Hits Presents Year of the Monkey>이다. Howie Lee, Guzz, Jason Hou, Billy Starman, Veeeky, Dokedo, ZHI16 등의 아티스트가 함께하고 있는 중국 베이스 컬렉티브 Do Hits의 설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Do Hits의 다섯 번째 앨범으로, 첫 앨범을 낸지 8개월 만이다. 이번 앨범에서 Do Hits는 신물 나는 CNY(Chinese New Year) 테마의 슈퍼마켓 노래로부터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춘절(春節) 하면 보통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춘절이 낯설다면,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어떤가? 보통 중국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대량 생산, 값싼 노동력, 공산주의, 과도기적 서구화, 번성했던 문명 등일 것이다. 근대화를 서구화·공업화·민주화·도시화 등이라고 정의할 때, 중국의 이미지는 다분히 근대적이다. 물론 동시에 오리엔탈적이기도 하다. 유서 깊은 역사, 중화사상, 서양인들의 환상이 큰 기여를 한 결과다. 춘절의 이미지도 이런 근대적이면서도 오리엔탈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현대의 이미지는 서구화된 이미지이며, 현대 예술의 정의는 서구 문명에서 이루어졌다. 음악 또한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주류에서 사용하는 언어, 주류에서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악기, 주류 음악의 기본 구성 모두 서구의 것이다. Do Hits의 음악 또한 트랩 기반 베이스라는 서구의 장르에 속한다. 

그렇다면 현대적 음악으로 인정받으면서도, 성공적인 춘절 앨범을 내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Do Hits는 여기에 아주 영리한 해답을 내놓는다. 중국의 근대적이고 오리엔탈적인 이미지를 감각적인 사운드로 현대화한 것이다. 이때 중국의 전통 음악과 중국어 가사의 음악, 중국어를 적극 활용하는데 이는 대중이 기존에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오리엔탈적 이미지 혹은 환상을 자극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들이 오리엔탈적 이미지를 인식하면서도 중국의 전통 음악, 중국어 가사 음악, 중국어가 실제로 지니는 의미적 맥락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요소들이 일렉트로닉적 가공을 거친 뒤, 사운드의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음악 자체는 매우 현대적인 이미지를 띤다. 이는 중국에 대한 편견을 만족시켜주면서도 편견에 사로잡혀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음악적 완성도도 돋보인다. 일단 이 정도로 지능적이고 고차원적인 감각으로 구성된 앨범 자체가 흔치 않다. 게다가 컬렉티브 앨범답게 각 트랙에서 개별 아티스트가 가진 개성이 드러난다. 특히 아티스트마다 중국어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 재미있다. 성조가 강한 중국어의 리듬감에 집중하는 트랙, 중국어를 하나의 비트처럼 사용하는 트랙, 중국어를 내러티브적 변화를 나타내는데 쓰는 트랙……. 거기에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정서도 느껴진다. 때문에 서정적인 내러티브를 가진 트랙과 금속적인 질감을 가진 트랙의 간극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Do Hits가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에는 음원이 수입되지는 않은 상태다. 대신 SoundCloud에서 앨범 전체를 스트리밍 할 수 있으며, Bandcamp에서 앨범을 구매할 수도 있다. 그럼 Do Hits와 함께 멋진 원숭이해를 보내길.


아티스트 : Do Hits

음반 : Do Hits Presents Year of the Monkey

발매일 : 2016.02.07

길이 : 51:13

수록곡      

1.Sususu - 韩江花月夜

2.Lofimaker - 我们的祖国是花园

3.Sonia Calico - 吉祥話

4.Guzz - 喜洋洋

5.Damacha - Story of Chu

6.Howie Lee - Morning Drumwork

7.Conrank & Zean - 敬酒

8.3 ASiC - 沧海一声笑

9.Dokedo - 驱年兽

10.Jason Hou - 大圣

11.网恋C11 - 幸福的日子

12.JZlee - 火火火

13.Joy Ginger - 练气功

14.ZHI 16 - 八十岁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도 닮은 뒷모습을 쫓는 당신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