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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Mar 31. 2016

DMA's - Hills End

순도 100% 브릿팝, 브릿팝 그 자체


사실 이런 '듣보잡' 밴드에 대한 리뷰글에 클릭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용기 있게 클릭한 당신이 90년대 브릿팝의 팬이라면, 우선 지금 당장 DMA's(디엠 에이즈라고 읽는다)의 <Hills End>를 들어보라고 권하겠다. 이처럼 브릿팝과 매드체스터(Madchester)의 에센스를 잘 담아낸 앨범이 있을까 싶다.         

<’나는 브릿팝이다’라고 외치는 ‘Too Soon’>

첫 곡 ‘Timeless’의 기타와 보컬이 동시에 터지는 순간부터 앨범을 닫는 ‘Play It Out’의 마지막 스네어 드럼까지, DMA’s는 브릿팝을 외친다. 굵직하고 단순한 코드 진행으로 이루어진 Wall of Sound(월 오브 사운드, 악기 소리로 음악 전체를 뒤덮는 프로듀싱 기법)는 오아시스를 연상케 하고, 그 사이를 파고드는 끊임없는 기타 아페지오는 Stone Roses(스톤 로지즈)를 듣는듯하다. 게다가 Tommy O’dell(토미 오델, DMA’s 보컬)의 음색과 창법은 1994년도 Liam Gallagher(리암 갤러거, 오아시스 보컬)를 연상케 한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호주발(發) 영국판 ‘응답하라 1994’다.     

오프닝 곡 ‘Timeless’는 오아시스의 ‘Columbia’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멜랑콜리한 발라드다. 간단한 멜로디를 계속 반복하고, 기타 솔로마저 반복적이지만, 지겹다는 느낌 없이 머릿속에 빙빙 돌게 되는 노래다


그에 이어지는 ‘Lay Down’은 반복되는 기타 멜로디를 중심으로 하는 경쾌한 펑크(punk) 락풍  노래인데, ‘Delete’와 함께 이 앨범의 ‘떼창 곡’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6번 트랙 ‘Step Up Morphine’는 [Hill’s End]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Jonny Took(조니 툭, DMA’s 기타리스트)가 할머니의 임종 장면을 보고 만들었다고 하는데, 죽음에 대한 슬픔, 허망함, 그리움을 모두 진솔하게 담은 가사가 가슴을 후벼 판다. 여기에 곁들여지는 토미 오델의 구슬픈 보컬은 오아시스의 ‘Stand By Me’ 어쿠스틱 버전에서 리암 갤러거가 들려준 우울한 노랫소리 같다. 이어지는 곡 ‘So We Know’는 DMA’s의 멜로디 제조 능력을 살펴볼 수 있는 노래다. 단순한 3분 30초도 채 안 되는 곡에서 정말 다양한 선율을 보여주고, 하나하나가 서로 매끄럽게 이어진다. 마지막 부분에서 터져나 오는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이 합류할 때 주는 통쾌함은 Hardwell(하드웰) 노래의 드랍과 맞먹는다.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 ‘Step Up The Morphine’>

 이 앨범이 딱 7번 트랙에서 끝나는 EP였다면, 아마 최소 별 네 개 반을 주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앨범 후반부의 곡들은 전반부에 비해 임팩트가 부족하다. 이들 역시 좋은 곡들임은 분명하지만, 전반부같이 트랙마다 감탄사를 절로 내보내게 하는 아름답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앨범 후반부에서 곡을 하나 뽑자면, 당연 ‘Blown Away’다. The Verve(더 버브), Ride(라이드), 오아시스, Arctic Monkeys(악틱 멍키즈)가 만약 애기를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노래다. 특히 이 곡에서 토미 오델은 AM(악틱 멍키즈 앨범)의 알렉스 터너를 연상케 하는데, 그래서인지 [Hills End]에서 가장 모던하고 섹시하게 들리는 트랙이기도 하다. 


뒷심이 부족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지만, [Hills End]가 명반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사실 사심이 조금 섞였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DMA’s의 인지도가 (적어도 북미에선) 거의 전무했을 때, 작고 허름한 뉴욕의 클럽에서 우연히 보고 빠지게 되었는데, 이 때문인지 마치 내 자식처럼 애착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사심을 떠나서 만약 당신이 브릿팝 팬이자, 영국 록 음악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을 듣고 반가움을 감추기 힘들 것이다. 2016년에 들을 수 있는, 2016년의 Blur(블러)나 Noel Gallgher’s High Flying Birds(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 보다 더 브리티시한 순도 100% 브릿팝, 브릿팝 그 자체다. 자, 그러면 90년대 영국으로 시간여행을 하러 가자.         

<2015년 뉴욕 클럽에서 우연히 마주친 DMA’s 직촬. 관객이 30명도 채 안 됐었다. *멀미주의*>


P.S. 김 빠지는 얘기 하나로 마무리하겠다. DMA’s를 듣고 싶어도, 본인이 애플뮤직이나 스포티파이 등의 해외 음원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한, 유튜브에 올라온 곡들밖에 못 듣는다. 아직 국내 음원 서비스에서는 등록조차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음악을 안 건지고 대체 유통사들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




아티스트 : DMA’s

발매일 : 2016. 2. 26.

길이 : 46:09

수록곡      

1. Timeless

2. Lay Down **

3. Delete **

4. Too Soon

5. In the Moment

6. Step Up the Morphine **

7. So We Know **

8. Melbourne

9. Straight Dimensions

10. Blown Away **

11. The Switch

12. Play It Out

**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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