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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Apr 03. 2016

[시 한편, 노래 한 곡]

봄 주말의 우리, ‘두리두리'

<사진 by 달달한민지꿀>


어련하시겠소

한 발짝 한 발짝이

나풀대는 이 계절에

누구든 좋아하지 않고

어찌 배기시겠소

좋은 말로 할 때

못 이기는 척 사뿐히

이리 오시오

(태주 - <애정 놀음> 中 ‘나들이’)


정말 봄이다. 티셔츠에 남방 하나 툭 걸치고 나와, 카페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 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최고 기온이 20도가 넘는 날들이 이어지고, 벚꽃들도 슬슬 시동을 건다. 솔직히 말해서 날씨 때문에 죽겠다. 정말 누구든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네가 주말에 맥주나 한잔 하자고 했다. 꼭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종영한다는데, 같이 보겠냐고 물었다. 그 영화가 아직도 해요? 그래요 그럼. 잘 물어봤다. 얼떨결에 처음으로 낮부터 하루를 같이 보내게 됐다. 미쳤어! 그때 그 원피스 입어야지, 구두는 말고 흰 스니커즈 신어야지, 가디건은 회색으로 해야지. 간만에 두근대는 기분에 재생목록을 싹 새로 담았다. 그중 최고의 선곡은 바로 이 노래, ‘참깨와 솜사탕’의 ‘두리두리’.

주말에 별 일 없으면귀여운 아기 코끼리 보러 갈래요?(참깨와 솜사탕 - '두리두리' 中)

작년 봄에 발매한 참깨와 솜사탕(이하 참솜)의 첫 번째 정규앨범 <까만 방>에 수록된 곡이다. 참솜의 대표 곡으로 알려진 ‘키스 미’를 뒤잇는 두 번째 ‘염장송’으로, 참솜다운 귀여운 가사와 달달한 멜로디가 두드러진다. 남자 보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안녕 잘 지냈나요’라며 연 노래는, 신나는 리듬과 업라이트 피아노, 통통 튀는 일렉 기타 그리고 발랄한 베이스 연주가 어우러져 설레는 감정 그 자체를 표현한다. 가사도 한 줄 한 줄이 손발이 간지러울 만큼 두근거리는데, 각 벌스(Verse)를 시작하는 ‘안녕 잘 지냈나요, 내 사랑’이라는 가사가 그중 가장 탁월하게 설렘을 준다.


주말의 데이트를 앞두고 있는 연인, 혹은 시작하는 남녀에게, 아니면 시처럼 피어나는 계절에 마음을 어쩔 줄 모르는 혼자들에게 그 간질 거림이 팡 터질 수 있게 도와주는 노래, 이 봄 주말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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