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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Mar 31. 2016

선우정아 - 그러려니

송가(頌歌)라는 말이 있다. 사랑의 송가, 청춘의 송가. 

송가(頌歌)라는 말이 있다. 사랑의 송가, 청춘의 송가. 누구나 노래를 듣고 지난 시간을 반추할 수 있는 노래. 다시 말해, 송가란 ‘모두의 노래’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송가가 아닌 것이 어디 있겠느냐, 싶기도 하다. 굳이 송가란 타이틀이 붙지 않은 곡이라 하더라도 노랫말에 자신의 상황을 대입해서 감상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몇몇 곡들에 특별히 송가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여진 데에는 이유가 있을 터. 나름대로 떠올린 이유를 선우정아의 ‘그러려니’를 통해 나누고자 한다. 

피아노와 선우정아의 노래가 5분을 조금 넘는 시간을 채워나가는 동안 이렇다 할 변주는 보이지 않는다. 반복되는 가사, 반복되는 선율뿐이다. 5분이 다 되어갈 즈음 등장하는 신시사이저의 현악기 음의 등장이 유일한 변화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려니’는 좋은 음악이다. 단순히 곡의 선율이 좋고 선우정아가 노래를 훌륭하게 부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곡의 지배하고 있는 ‘단순하게 가자’라는 어조가 ‘그러려니’로 하여금 송가의 지위를 획득하게 한다. 

단순함이라는 목표는 뮤직 비디오에서도 잘 드러난다. 살짝 구겨진 종이 위에 손 글씨로 적힌 곡 명과 음악가의 이름, 카세트 플레이어, 크림색 벽지 위에 걸린 교복, 오류가 난 컴퓨터 스크린 그리고 깨끗하지 못한 화질로 찍은 비디오 화면. 사물들은 단색의 배경에 홀로 자리 잡고 있거나 주변에 여백을 두어 시청자로 하여금 한 곳에 시선을 둘 수 있게 한다. ‘요즘 물건’이 아닌 사물들에만 오롯이 집중하여 거기서 오는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전략일 것이다. 물론 치밀한 계획 하에 구성된 전략인 지는 모른다. 정말 ‘느낌 가는 대로’ 했는데 우연히 이렇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음악과 맞물려 지난날을 담담히 회고하는 화자의 목소리가 눈을 통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작은 분명 선우정아 개인의 경험일 지도 모른다. 그는 곡을 쓸 무렵 연락이 닿지 않는 누군가를 떠올렸을 지도. 그러나 개인에게서 시작된 노래는 단순한 노랫말, 단순한 선율을 통해 청자가 한 발짝 자신의 기억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그것이 송가다. 송가는 노래를 통해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이 아닌 자극을 주는 것에 머무른다. 하지만 자극은 청자에게 스스로 움직일 힘을 준다.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물을’ 전화기 앞으로 다가설 힘을.




곡명 : 그러려니

음악가 : 선우정아

발매일 :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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