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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May 17. 2016

PinkFloyd-TheDarkSideOfThemoon

감상이 아닌 체험의 위대함.


얼마 전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봤다. 김구라 씨는 본인이 잘 아는 분야인 팝 음악을 주제로 '트루 팝 스토리'를 진행하였다. 게스트로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이자 음반 수집 매니아로 잘 알려진 하세가와 요헤이(양평이 형)씨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이자 음악평론가인 배순탁 씨가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순위에는 크게 개의치 않고 음악 좋아하는 아재들이 되어 신나게 떠들어댔다. 팝 음악 팬으로서는 정말 흥미로운 방송이었다. 이런저런 팝 이야기(야사)를 듣고, LP로 희귀한 음악(결핵 없는 내일)을 듣고, 비틀즈 트리뷰트 밴드 '타틀즈'의 공연을 보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자를 가장 흥분시킨 건 비록 인터넷 방송이었지만 MBC의 로고를 달고 있는 방송에서 Pink Floyd의 음악이 나왔다는 것이다.             

공중파에서 Pink Floyd라니. (물론 본 방송에서는 편집될지도 모른다.) 다행히 Echoes 같은 23분짜리 음산하고 기괴한 곡이 나온 것은 아니다.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했던 작품인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음악을 선정했지만, 여전히 신선했다. 굉장히 성공한 음반이고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엄지를 치켜세울만한 명반이긴 하지만, 살면서 Pink Floyd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이들은 아마 꽤나 많을 것이다.   


The Beatles의 Hey Jude, Let It Be, Yesterday나 Queen의 Bohemian Rhapsody, Don’t Stop Me Now, I Was Born To Love You 혹은 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은 음악에 딱히 관심이 없더라도 살면서 한 번씩 들어봤을 음악이다. 그런데 Pink Floyd는 그 명성에 비하여 딱히 떠오르는 노래가 없다. 들어본 곡도 없는 것 같다. 왜 그런고 생각을 해보니, 이들의 음악은 너무나도 묵직하고, 또 깊이도 너무 깊어서 여타의 음악들처럼 출근길, 퇴근길에 가볍게 들을 수 있지도 않고, 파티에서 틀기에도 영 아니다. 곡들의 시간도 무진장 길다. 그리고 음반들이 대개 콘셉트 앨범이다 보니 앨범 중심이 아니라 곡 중심으로 들으면 전혀 맛이 안 산다. 그럼 도대체 이 친절하지 않고, 대중적이지도 않은 밴드는 어떻게 성공한 것이고 또 어떻게 위대해진 것일까? 우선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위엄부터 살펴보자.             

<Queen은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한다.>

 이 앨범이 얼마나 성공했냐 하면, 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앨범으로 빌보드 차트에 무려 741주 동안이나 머물렀고, 단일 앨범으로는 전 세계 누적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혹자는 '차트에 741주(무려 15년) 동안 머물고, 세계 누적 판매량이 3위라고? 도대체 얼마나 대중적인 음악이길래 이게 가능한 거지?'라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앨범은 누적 판매량 1위와 2위인 마이클 잭슨의 Thriller나 AC/DC의 Back In Black 비해서는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이다. 심지어 MTV 조차 없던 시절이다. 그 대단한 비틀스도 70년대에 음악을 발표했지만 이 앨범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 일까?             

<빌보드 차트 741주 기록은 기네스북에도 등재돼 있다.>

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다. 첫째로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 구성적으로 가히 완벽한 앨범이다. 이들은 궁극의 사운드를 지향했고, 기필코 도달했다. 최초의 콘셉트 앨범이라고 평가받는 비틀즈의 <Sgt. Pepper Hearts Lonely Club Band>의 엔지니어였던 당대 최고의 엔지니어 알란 파슨스가 이 앨범의 제작에 참여했는데, 이 앨범은 ‘광기’라는 큰 주제를 토대로 다양한 실험들이 자행되었다. Speak to me의 심장 박동 소리, Time의 Intro에 등장하는 수백 개의 자명종 소리, Money에서의 Cashier machine 소리 등이 획기적으로 쓰였고, 신디사이져와 전자음이 대폭 활용되는 동시에, 블루스적인 요소와 재즈적인 요소가 더해지며 굉장히 신비로우면서 동시에 탈지구적인, 우주적인 사운드를 구축하였다. 이 작품은 밴드의 베이시스트이자 주 작곡가인 로저 워터스가 밴드의 주도권을 잡아가는 시기이기는 하나 다른 멤버들도 적극적으로 음반의 제작에 참여함으로써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앨범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그 결과 사운드는 다채로우면서도 앨범의 주제에 걸맞게 조직적으로 구축되었고, 흠잡을 곳 하나 없었다.               

<Roger Waters를 중심으로, 멤버 전부가 곡 작업에 참여한 앨범. 시너지가 엄청 났다.>

두 번째 이유는 70년대가 (음악적으로) 순수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평화와 반전을 외치고 사랑 노래를 부르던 60년대의 히피들은 마약에 취한 채, 사회를 향한 그들의 외침이 공허하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며 쇠퇴해갔다. 음악이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믿음과 뮤지션들의 어떠한 사명감 같은 것들이 부정당한 것이다. ‘음악은 대중들을 고취시키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야 해. 그건 바로 사랑과 평화’라는 외침은 메아리가 되어 사라졌다. 그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70년대의 뮤지션들과 밴드들은 그들의 내면과 정신, 무의식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음악은 심연과도 같은 깊이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Pink Floyd의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바로 사운드로 그 심연의 절정에 다다랐다. 게다가 70년대는 MTV 이전의 시대로 철저히 음악으로만, 사운드로만 승부를 봐야 하는 시대였다. MTV를 넘어 오늘의 YouTube까지, 이제는 음악으로만 승부보기란 쉽지 않은 시대이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에게 MTV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그의 퍼포먼스를, 그의 춤을 결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팝의 왕좌에 오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MTV 이후의 시대는 사운드만큼 비주얼이 중요해진 것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비주얼이 사운드보다 중요해진 것 같기도 하다.)  


바로 여기에서 Pink Floyd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다. Pink Floyd의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전 세계적으로 4000만 장 이상 팔렸는데, 이 무게는 마이클 잭슨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가 MTV가 만들어낸 스타였다면 Pink Floyd는 오로지 사운드로만 승부를 보았고, MTV도 YouTube도 없던 70년대의 리스너들은 이 사운드의 진가를 알아채고야 만 것이다. 바로 이것이 <The Dark Side of The Moon>이 여타의 빌보드 히트송, 히트 앨범과는 구분되어질 수 있는 이유이다. 그들은 오로지 사운드 하나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부연이 무척 길었다. 사실 이 모든 부연은 다음의 한 명제를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철저히 음악만으로 위대함의 경지에 올랐다.'


Pink Floyd는 한 장의 앨범에 그들의 철학, 주제의식, 내면을 오로지 음악의 요소들 (가사, 사운드, 연주)로만 담아내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체인 것이다.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무언가의 맥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나의 맥락이다. 이것이 이 앨범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영생할 수 있고, 아무리 역사가 바뀌더라도 명반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이 작품이 위대한 이유이다. Pink Floyd의 위대함,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위대함은 어디에도 없고 바로 이 안에 있다.         

들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듣는 것은 감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체험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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