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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May 18. 2016

곽진언 - 나랑 갈래

그 자체로 완전체라기보다는 과정에 위치해 있다.

첫인상은 ‘반갑다’였다. 하늘을 찌르는 고음, 화려한 퍼포먼스가 승리의 길이었던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둘 중 무엇 하나 갖지 못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결국 우승을 차지했던 그였지만 걱정은 계속됐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약발이 떨어지고도 한참 지난 지금, 깊은 저음을 가진 통기타 청년이 자기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첫 음반을 듣고 나서 일단은 한숨 돌리게 됐다. 


<나랑 갈래>는 곽진언에게 기대하던 것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여전히 그는 자신이 가진 무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과도한 꾸밈음, 바이브레이션 등의 화려한 보컬 테크닉에 힘쓰기 보단 목소리 본연의 힘을 전달하는 데 힘썼다. 편곡 솜씨 또한 예사롭지 않다.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 현악기까지 포함된 풀 밴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 과하지 않다. 화려한 세션보다는 중저음이라는 무기를 아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반은 곽진언이라는 음악가의 가능성만을 엿보게 하는 정도에 그친다. 각각의 수록곡이 담고 있는 정서가 너무나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주를 이루는 노랫말은 서로 뒤바뀌더라도 큰 이질감을 보이지 않는다.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닌 ‘백허그’나 구체적으로 그리워하는 대상(엄마)을 콕 집어내는 ‘후회’ 같은 곡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다. ‘우리 사이에/넓은 강이 있는 것 같아(‘우리 사이에’)’, ‘빠르게 지나가는/창 밖의 풍경처럼/우리도 사라진다면/얼마나 좋을까(‘택시를 타고’)’ 등, 작사가의 개성을 찾아볼 수 있는 노랫말보단 어디선가 본 듯한 표현들이 클리셰(Cliché)처럼 느껴진다. ‘봄날은 간다’, ‘아침이슬’처럼 곽진언이 작사하지 않은 노랫말이 유독 빛나는 탓이기도 하다. 두 곡의 노랫말이 가진 진한 풍미를 씻어 내리고 새로운 맛을 어필하기엔 나머지 곡이 너무 심심하다. 


노랫말은 음악의 중요한 부분이며 핵심 주제를 음악가가, 특히 싱어송라이터를 자처하는 이들이 주제의식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그러한 점에서 음반은 그 자체로 완전체라기보다는 과정에 위치해 있다. 곽진언이라는 음악가가 보여줄 행보 중 어느 지점에 위치한 그 과정 말이다. 싱어송라이터 곽진언을 기대한 이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을, 가수 곽진언을 기대하는 이에게는 충분한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티스트 : 곽진언

음반 : 나랑 갈래

발매일 : 2016.05.10.

길이 : 00:37:03

수록곡      

1. Intro

2. 나랑 갈래

3. 우리 사이에

4. 봄날은 간다

5. 택시를 타고

6. 그대가 들어줬으면

7. 백허그

8. 아침이슬

9. 자랑

10. 후회

11.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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