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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May 19. 2016

The Stone Roses - All For One

평범한 팬 서비스

            

브릿팝 대부, 20여 년 만에 신곡을 내다

스톤 로지즈는 더 스미스(The Smiths)와 함께 브릿팝의 대부로 불리는 존재다. 비록 두 장의 앨범만을 발매하며 비교적 짧은 전성기를 보내고 해체를 했지만, 90년대를 대표하던 오아시스(Oasis), 블러(Blur), 스웨이드(Suede) 등의 브릿팝/슈게이징 아티스트들에게 있어 큰 영감을 준 것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그들이 무려 23년 만에 신곡을 발매한다고 발표했을 때 브릿팝 팬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기대감이 있었다. 필자 역시 그들의 팬에다가 라이브까지 들었으니 특히 더 큰 기대와 우려를(보컬 이언 브라운의 최근 라이브를 들어보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신곡 <All For One>을 처음 들었을 때, 아니 가사 첫 소절이 나왔을 때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All for one, one for all/If we all join hands, we’ll make a wall”(모두가 하나를 위해, 하나가 모두를 위해/서로 손을 잡고 벽을 쌓아봐요.) 인상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며 지극히 평범하고, 촌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스톤 로지즈의 음악에서 가사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적은 없지만, 이 정도 수준의 ‘filler’(대충 때우기 식의) 가사를 쓴 적도 없었다. 나머지 가사도 비슷한 선상의 평범한 긍정주의 가사로 채워져 있다. 20년이 넘는 공백기를 깨고 들고 온 메시지가 이 정도로 빈약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음악 역시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기 힘들다. 만약 스톤 로지즈의 곡 중 순위를 매긴다면 아마 최하위권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오직 ‘스톤 로지즈의 신곡’을 듣는데 의의를 둔다면 큰 불만을 없을 것이다. 존 스콰이어(John Squire, 기타)의 기타는 전성기 시절과 마찬가지로 물이 흐르는 듯한 둥글둥글한 질감의 아르페지오 리프를 반복하고 그 위에 이언 브라운의 보컬은 언제나 그렇듯이 게으르다고 느낄 정도로 루즈하게 반주를 덮는다. 매니(Mani, 베이스)와 레니(Reni, 드럼)로 구성된 리듬 섹션 역시 댄스 음악과 락의 경계를 드나들던 1, 2집의 스타일을 그대로 차용한다. 노래 자체는 굉장히 평범하지만, 예전 스톤 로지즈를 그리워하던 이들에게는 일종의 팬 서비스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들의 본래 스타일을 구현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굉장한 스톤 로지즈의 팬이라면 <All For One>이 20년간 지속되어온 갈증에 목을 살짝 축여줄 정도로 느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들이 차후 발매할 신보의 퀄리티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그건 스톤 로지즈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것밖에 안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90년대 초반 이안 브라운이 한 인터뷰에서 믹 재거(Mick Jagger)에게 40살이 넘도록 똑같은 음악을 한다고 디스를 한 경력이 있다. 그런데 지금 그가 그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지만, 자신이 쏜 비난의 화살에 자기 자신이 맞게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아티스트 : The Stone Roses
곡명 : All For One
발매일 : 2016.05.12

길이 :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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