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KTX 타고 딸 내 집 가기

스몸비의 폰카 에세이

by 아문선
엄마만 오면 '팽' 당하는 외손녀에 대한 짝사랑, 이 짝사랑은 놀아주지 못한
딸에 대한 미안함이다.


"할아버지!, 엄마가 어렸을 땐 엄마하고 어떤 놀이하고 놀았어?" 여섯 살 외손녀 윤우가 묻는다.

"흠, 그게 말이야 저.... 머드라" 갑자기 쏟아지는 이 황망함과 미안함은 무엇인가.


사실 딸아이와 함께 놀이를 하거나 육아에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달에 몇 회씩 해외 출장이고, 일 년 열두 달 쉬는 날이 일요일 말고 열흘도 안 되는 직장생활이었다. 그러니 딸아이의 생각은 아빠는 가끔 집에 가끔 오는 손님이고, 생활비는 엄마가 은행 가서 벌어오는 줄 알고 자랐으니 말이다.


딸아이가 매주말마다 서울 오는 일상이지만, 어린이집 겨울방학을 맞아, '부산'에서 대학교수로 고군분투하는 딸 내 집에 외손녀 배달 가는 길이다. 여행은 빠르고, 안전하고 더구나 경로 할인이 제공되는 KTX이지...


경부선 고속철도 개통은 2004년 4월 1일이다. 1단계는 서울-동대구간은 전용선, 그리고 동대구-부산구간은 기존선 개량으로 모양이 빠지는 개통이다. 동대구에서 부산역을 연결하는 2 단계는 2010년 11월 15일 개통하여 운행시간을 2시간 20분대로 단축한다.


2015년 8월 1일에는 대전 및 대구 시내 통과 구간 전용 고속 선로를 마련한다. 서울~부산 전 구간(417.4km)이 고속 전용선으로 연결되어 시간 단축과 가성비로 항공, 자동차 교통을 누르고 승객 수송분담률 70%를 달성한다. 적자에 허덕이는 미운오리 '철도'가 우아한 백조로 변신한다.



(서울역 KTX 플랫폼)

한때 철도 산업은 사양 산업으로 치부되었다. 2004년 KTX 개통 이전의 전국 승객 철도 수송 분담률은 25%에 불과했다. 당시 가장 빠른 열차였던 새마을호조차 서울-부산 간 4시간 이상이 소요되어, 시간 면에서 항공에 밀리고, 가격 면에서 고속버스에 밀리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KTX-1)

개통 당시에는 프랑스 알스톰 도입 차량인 KTX-1을 46대 운행했다. 이어 2010년에 한국형 고속열차인 KTX-산천이 개발되고, 2021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인 KTX-이음이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지난해 5월부터는 최대 320km/h로 달릴 수 있는 KTX-청룡이 다니기 시작했다.


(KTX 여객실)

KTX와 함께 화려하게 부활한 철도의 매력은 시간, 운임대비 가성비 그리고 안정성이다. 하나를 더하면 편의성이다. "계란이요" "땅콩이요"를 외치는 낭만은 없지만, 작은 목소리의 대화, 간단한 식음료 섭취 그리고 활동이 허용되는 KTX가 매력인 승객도 많을 것이다.


(KTX열차운행시스템)

150KM를 달리던 새마을 호에서 300KM 달리는 고속철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일까? 이건 내 전공이다. 열차제어시스템이다. KTX에는

차량, 궤도, 전력등 많은 첨단 기술이 도입되지만, 안전의 대표주자는 ATC라고 부르는 열차제어시스템이다. ATC는 ATO와 ATP로 구성된다.


새마을호나 무궁화 등 일반열차는 기관사가 지상의 신호등에 따라 운행하지만, KTX는 중앙관제실의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가속, 감속, 정차, 출입문개폐등, 기관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영된다. 그럼 열차는 어떻게 지령을 받을까? 놀라지 마시라, KTX의 열차 속도 및 운행에 관련 모든 정보는 레일을 통해 중앙관제실, 역설비, 그리고 현장설비, 차량과 연속적으로 주고받는다. 물론 차세대 열차제어 시스템은 무선통신을 사용한다.


(오동도에서 바라보는 해운대)

"엄마아~"

"윤우야~"

일주일 만의 외손녀와 딸아이의 부산역 상봉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이다. 엄마가 없는 서울에서야 외할아버지도 놀아줄 수 있는 배려가 주어지지만, 엄마를 만나는 순간부터는 찬바람이 씽씽 분다.


요즘 많이 하는 놀이는 '몸 막기 놀이'이다. 내가 최대한의 요가 자세로 방문을 막고 있으면 외손녀가 온갖 유연한 몸동작으로 통과하는 놀이이다. 또 이 놀이에 앞서 주문을 외워야 한다. 주문은 불교 스타일, 마술쟁이 스타일, 교회스타일 돌려가며 춤동작과 함께 놀이의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수리수리 마수리, 아이디어야 나와라 얏~"

"나무아미 타불 관세움 보살, 아이디어야 나와라 얏~"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께 비나이다~ 아이디어야 나와라 얏~"


엄마만 오면 '팽' 당하는 외손녀에 대한 짝사랑, 이 짝사랑은 놀아주지 못한 딸에 대한 미안함이다. 우리 딸 미안해!


∴KTX관련 정보는 코레일 25년 4월 1일 보도 자료를 참조하였습니다.

∴필자는 한국철도공사 해외사업 자문위원입니다.


▣ 약어 보기

ATC- Atomatic Train Control (자동열차제어)

ATO- Automatic Train Operation (자동열차운행)

ATP-Automatic Train Protection (자동열차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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