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부하오" 好不好

어느 철도 전문가의 대만臺灣 에피소드

by 아문선

막 들어선 타이동 철도 현대화사업 현장 사무소에는 사업 분야별 대표자 50여 명이 자리하고 있다. 상석엔 50대 후반의 대만 교통부철로개건공정국 RRB 交通部鐵路改建工程局 감독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주관한다. 그는 간략하게 한국에서 온 나를 소개한다.


철도사업의 경우 선로를 시공하는 |토목과 궤도|, 역사 및 시설물을 시공하는 |건축|, 변전소 및 전차선을 시공하는 |전력|, 그리고 열차 제어 분야를 담당하는 |신호업체|로 크게 구분한다. 그중 열차 제어분야는 타 공정이 50% 이상 진척된 후 업체를 선정한다.


|대만 철로국|과 계약은 처음이다.

어제 계약서를 받고 감독관의 요청에 따라 준비 없이 서둘러 참여한 공정회의라 다소 긴장이 된다. 우려와 달리 회의는 너무나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 “제1공구 토목, 하오부하오好不好?” 감독관의 선창이다.

- “하오 신속히 토목 업체 대표자가 대답한다.

- “제1공구 건축 하오부하오好不好?”

- “하오

- “제1공구 전력, 하오부하오好不好?”

- “하오 식이다.

- “열차신호제어 하오부하오好不好” ? 나 역시 민첩하게 답변한다.

- “하오

약간의 공정 진행 상황 부연 설명과 질문을 포함 1시간 정도의 회의는 끝나는 분위기다.

- 감독관은 다시 한번 큰 목소리로 “하오를 외친다. 그리고 끝이다.


대만에서 철도 사업의 첫발은 한국이 외환 유동성 문제로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은 시기로 거슬러 간다. 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 날은 1997년 11월 21일이다. 이보다 일주일 전 대만 철로관리국 臺灣鐵路管理局은 열차 중앙관제 시스템과 서부선 54개 역 전자연동장치 교체사업 국제 입찰 공고하였다.


입찰공고 3개월 전부터 준비한 터라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에도 입찰 준비는 착착 진행되었다. 통상팀장급이 맡는 TFT를 임원급으로 격상하고, 그룹 회장실에서도 챙기는 프로젝트였다. 혹시라도 몇 년 전 중국과 수교 그리고 대만과 외교 단교*에 따른 불이익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 대만 대표부|에도 협조 요청하였다.

*한국과 대만 외교 단교: 1992년 8월 24일 중국과 수교로 대만과는 단교됨


입찰 마감 일주일 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입찰보증서 개설은행인 한국의 제일은행 신용등급 문제로 대만 은행이 재발행을 거절한 것이다. 당시 제일은행뿐만 아니라 한국적 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JUNK급이었다. 입찰 마감이 임박한지라 제3국을 통한 외국계 은행 개설도 불가하다. 긴급히 그룹 회장실에 보고되고 홍콩 법인에서 입찰 보증금을 준비하는 방안이 검토되었다. 약 15억 원 정도의 입찰 보증금은, |신용장| 형태의 B-BOND, |현금|, |은행수표| 또는 |전신환|이 가능하다. 기적이 일어났다. 자동화 설비 대만 에이전트인 MEC의 린사장이 달려왔다. 친구가 어려움에 부닥쳤는데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자, 그는 은행 마감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끌어모은 15억 원 차리 은행수표를

만들어 늦은 밤 입찰 준비 TFT 사무소에 다시 찾았다. 아무런 차용증이나 이자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수표 한 장이 만들어 준 희망으로 입찰 준비팀은 밤새워 입찰 제안서를 준비한다.



고마워서 울고, 힘들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입찰서 제출 마감 시간 오전 10시, 단단히 봉한 입찰보증금과 제안서를 제출하고 나는 펑펑 울고 말았다. 고마워서 울고, 힘들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대만 철도는 대만 섬의 동고서저 지형으로 섬을 일주하는 순환 노선으로 건설되었다. 타이베이 와 타이중을 포함한 서부선, 기륭과 화련을 포함한 동부선 그리고 가오슝과 타이동을 연결하는 남부 순환선이 있다. 타이동 철도신호사 업은 4전 5기로 성공한 프로젝트이다. 타이베이에서 대각선으로 끝지점인 타이동은 우리의 울진이나 영덕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항공편을 이용하여 방문하지만, 차량이나 철도로 이동한다면 7시간 정도 소요되는 먼 거리이다.


사업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교통부철로개건공정국交通部鐵路改建工程局 이나 감리사 대부분이 일본 시스템에 익숙하고, 한국의 모회사 철도차량 하자 문제로 덩달아 사업의 진척을 가로막았다. 더구나 중문中文으로 작성되어야 하는 설계문서나 도면도 큰 도전이었다. 타이동역의 규모는 일반 역사의 4배 정도의 대단위 역사이고, 시스템도 그만큼 복잡하다. 공기가 임박한 시점에 일본신호로 시스템 변경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리고 감리가 일본신호사와 협상을 위해 일본 출장을 간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우리는 계약 해지에 따른 큰 배상 책임이 있을 것이다. 여러 차례 감독관과 감리사 설득과 현지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상위기관 항의를 통해 가까스로 현장 설치 승인이 떨어진다.


타이동 전자연동장치 사업은 약 15일 정도의 공기 지체 후 준공한다. 국가사업의 경우 단 하루의 공기 지체도 입찰 제한이나 벌금 등 많은 불이익이 있다. “일본 시스템보다 전자 설비 반응이 빠르고, 운영이 편리하다”는 감독관과 타이동 역장의 의견이 타이베이 본청에 보고된다.



세계 경제 10대 대국다운 한국업체의 성공에 놀랍다.

토목, 궤도, 건축, 열차신호 제어 순차적 준공 후, 교통부철로개건공정국 국장이 주제 하는 준공 보고회에 참석한다. 각 분야 업체별 노고를 치하하고 특히 |철도신호시스템|의 성공에는 남다른 격려가 있었다.


한국과 대만은 국제경제에 있어서 S 전자와 T사로 대변되는 경쟁 관계이다. 또한 중국과 수교 그리고 대만과 단교로 대만인은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대만 중화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연합국의 일원으로 한국의 독립을 지지하였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후 수교한 첫 번 채 국가가 대만 중화민국이다.


대만은 우리의 죽마고우竹馬故友이며 세계 경제를 이끄는 이웃인 것이다. “타이완臺灣 펑요먼朋友

하오부하오好不好?” 라오반 하오부하오好不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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