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딴딴면(担担面)을 찾아서

스몸비의 폰카 에세이

by 아문선


밥상에서는 늙지 않는다


라오스에서 현지 통화인 킵(Kip)으로 환전할 요량으로, 비엔티안의 왓따이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현재 머무는 숙소는 비엔티안 외곽에 위치한, 중국 업체가 개발한 탓 루앙(That Luang) 경제특구 내에 있으며, 공항까지의 거리는 약 15km로 자동차로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은행에 가지 않고 공항에 가는 이유는 순전히 환율이 좋다는 이유이다. 은행고시 환율은 현금매입 시 100U$에 약 210만 kip을 받는다. 공항 내 사설 환전소에서는 이곳저곳 협상만 잘하면 무려 260만 kip이다. 외환시장이 불안한 나라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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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구 내 숙소에서 동페이나|Dongpayna| 큰길을 따라 라오스 택시 앱인 InDrive 차량으로 5분 이동 중이다. 사거리를 넘어서자 왼쪽 편으로 전주식당이 보인다. 라오스에도 한국 드라마나 팝의 영향으로 한국 식당이 꽤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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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엇 딴딴면|担担面|!


전주식당을 막 지나치는 순간, "老成都 担担面 |라오청뚜 딴딴면|" 간판에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지른다. 불쑥 새어 나온 ‘어엇’ 하는 소리엔 반가움과 놀라움이 뒤섞여 있었다. 딴딴면과 첫 만남은 30여 년 전 중국 사천성 청뚜이다. 가난한 파트너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으로 대접받은 딴딴면이 30년 세월에도 잊히지 않는 나의 food nostalgia이다.


인천 차이나 타운, 대만 타이베이, 홍콩, 그리고 몇 년 전 다시 찾은 중국 사천성 청뚜에서 유명하다는 딴딴면 집을 찾았지만 그 맛의 기억은 없었다. 긴 세월 찾아 헤매던 딴딴면의 풍미를 맛볼 것 같은 아우라가 있는 식당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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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청뚜|老成都|

다음날 점심시간에 맞추어 식당을 찾았다. 숙소에 걸어서 약 15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어제저녁 쏟아진 폭우로 습습한 더위를 무찌르고 도착 한 식당에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대여섯 명의 손님이 들이 Take out을 기다리고 있거나 또는 혼밥을 하고 있었다.


빠르게 스캔해 본 식당의 내부는 오래전 기억하고 있는 대륙의 향취가 물씬 묻어 있다. 라오스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내가 기억하고 있는 중국 맛집의 전형이다. 더구나 벽면에 쓰인 "음식을 미리 만들지 않고, 주문 시 만든다|不 賣 預 制 菜 現 包 現 蒸|"라는 구호가 그러한 상상을 더욱 구체화는 맛집다운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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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한쪽 벽면에는 20여 가지의 면 요리와 다양한 메뉴가 큼직한 글씨로 가격과 함께 정리되어 있어, 벽 전체를 장식하고 있다. 딴딴면 보통 4만 킵|3천 원|, 곱빼기 5만 킵|4천 원| 청뚜샤오롱파오 6만 킵|5천 원| , 가격도 참 착하다. 분위기는 그럴 듯 하지만 맛이 검증이 안 된 상황이라, 맛보기로 딴딴면 보통 한 그릇 주문했다.


"라오반 ... 여기 딴딴면 보통 1개"


딴딴면|担担面|

비주얼부터 범상치 않다. 젓가락 통에서 꺼낸 굵직한 대나무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면과 고추기름 그리고 파를 잘 섞어준다. 식재료의 짙은 향이 우선 맛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추긴다. 그래 그토록 찾아 헤매던 딴딴면 .... 그래 바로 이거지.


기분 좋게 매콤한 고추기름에 포장된 면발이 감칠맛으로 속속 빨려온다. 그러다 송송 잘린, 가녀린 실파라도 씹힐 땐 그 파향이 또 나를 몸서리치게 한다.


한 그릇 더 청할까?


오랫동안 이 미각을 기억하려면 여기서 멈추어야 돼. 귀여운 저 샤오롱빠오는 내일 먹어야지. 왠지 다시 와야 되는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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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롱빠오|小籠包|

또 다음날 어제 나의 입맛을 유혹하던 샤오롱빠오를 즐길 요량으로 부리나께 "라성도 딴딴면"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샤오롱빠오는 상하이가 원조라고 하는데, 어쩌면 진짜 원조는 맛의 고장 사천성 청뚜인 모양이다.


이 녀석은 생김새부터 맛있게 생겼다. 가녀린 여인의 자태가 느껴지는 샤오롱빠오는 일반적으로 다진 돼지고기를 속재료로 사용하지만, 이 집의 샤오롱빠오는 다진 돼지고기 속에 노르스름한 조(粟) 같은 곡물이 살짝 섞여 있어, 뜨끈한 육즙과 어우러질 때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를 안겨준다.


왜 일곱 알만 제공하는 거지?

짝수인 여덟 개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섭섭함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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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에서 건너온 베일에 싸인 주방장일 거야

다시 찾은 딴딴면의 맛과 샤오롱빠오에 빠진 나는 상상에 나래를 편다. 이 깊은 맛은 필시 오래전 청두에서 유명한 맛슐랭 쓰리 스타 주방장이 죄를 짓고 야반도주 후 이곳에 정착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60대 후반의 공력이 깊고 조금은 누리끼리 변한 앞치마를 두르고, 얼굴엔 밀가루를 찍어 바른 모습으로 연신 딴딴면을 볶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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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이라는 홀 서빙 아가씨를 밀치고 부득부득 주방문을 열고 들어가, 주방장을 찾았다. 주방엔 현대화된 밀가루 반죽기계, 제면기, 업소용 만두 찜기 여러 개의 양념통이 보인다. 빨강 티셔츠에 빨강 앞치마를 두른 라오스 떡고머리 청년이 눈을 똥그랐게 뜨고,


"내가 주방장인데요"

"아니 당신 말고 이 음식을 만든 사람 누구여?"

"그게 나랑께요"


지금도 나는 굳게 믿는다. 라오청뚜|老成都|의 딴딴면과 샤오롱빠오는 얼굴 없는 신비에 싸인 고수가 어딘가 숨어서 만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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