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세계 8대 불가사의”

시즌 ⌜4⌟ 모두 아름 다 왔다

by 아문선

풀도 살지 못하는 사막에서, 왜 나의 젊음을 바쳤는지, 나는 절대 후회 하지 않는다

-KBS다큐|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들다|정*태|리비아 대수로공사 현장소장-



횃불을 높이 들어라

"세리" 선수가 하얀 양말을 벗자, 더 하얀 발이 나온다. 그리고 연못에 들어가 수풀에 빠진 공을 사정없이 내려친다. "딱" 스폿에 맞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우리의 희망은 포물선을 그리며 페어웨이에 안착한다. 그리고 BGM으로 양희은이 부르는 "상록수"¨가 깔린다. 1998년 외환위기로 금 모으기 운동을 하던 시절 이 공익광고만 보면 눈물 수건이 필요해진다. 중동 건설 붐에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상록수:김민기 작사 작곡/ 양희은노래


한국 최초라는 중동건설은 S기업의 1974년 사우디 아라비아 젯다시 미화 공사현장이었다. 촉박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철야 작업을 이어오던 중, 전기가 없어 횃불을 들고 비행장 앞 공사를 한다. 워라밸이 철저한 사우디 "파이잘 국왕"이 지나가다 묻는다.


"샤리프~ 어디 불났냐?"¨

야간 환경 미화 공사 중이라는 보고에,

"알 함두릴라¨~ 이게 나라 회사 임?"

"오~ 꼬레아!"

부지런하고 성실한 나라에 공사를 더주어 야한 다는 파이잘 국왕의 덕담으로 한국 업체의 중동 진출은 기적처럼 성장한다.

¨알 함두릴라: "알라여 감사합니다." 무슬림의 인사말


베일 항만공사

사우디주재 대사관의 홍*길 건설관은 1975년 가을, 주베일|Jubail| 산업항 입찰 정보를 입수한다. 입찰 정보는 H건설에 전달되지만, H건설은 1차 입찰 자격심사|PQ|에 탈락한다. 포기할 한국인이 아니다. 한국인의 헝그리 정신은 사우디 아라비아 건설부 장관의 마음을 흔들어, 왕회장님이 계시는 H건설이 입찰 자격을 얻는다. 예산 10억 달러, 20세기 최대의 건설공사에 미국, 영국, 서독, 네덜란드, 프랑스 세계 메이저 건설사가 참여한다. 여기에 국민소득 600불의 후진국 한국이 한 다리 걸친다.


PQ 통과 후 최저가 입찰라면 당연히 한국 아니겠는가. 더구나 우리에게는 500원 동전으로 선박을 수주하고 돈도 빌리는 왕회장님이 계신다. "해보긴 해봤어" 약발은 여기서도 먹힌다. H건설은 전략적인 입찰가 결정과 8개월 공기 단축이라는 승부수를 던져 낙찰받는다. 사우디 정부와 H건설은, 1976년 6월 16일 주베일 산업항만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9억 4천만 달러는 당시 우리나라 연간 예산의 25%에 달하는 규모였다.


왕회장님은 이 사업으로 대통령 각하의 칭찬을 받기도 한다.

"임자~ 이번에 사우디에서 큰 공을 세웠어."


담력으로 치면 트럼프 대통령과 맞짱을 떠도 부족함이 없을 왕회장님이시다. 한국 울산의 현대 조선 드라이 도크에서, 항만에 필요한 모든 구조물을 만들어 해상으로 주베일 까지 이동하는 승부수를 띄운다. 그것도 해상운송 보험도 안 들고 말이다.


"주베일 항만에 필요한 철구조물을 모두 울산 조선소에서 만들어 19번 운송한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에 실무자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꿈같은 일이죠.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논리성이 있는데 현실성은 있을까?"


울산에서 주베일까지 바닷길 12,000KM를 바지선으로 옮기는 그 배짱, 역시 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이다. 35일 소요되는 일정이다. 폭풍에 떠밀리고, 화물선과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다행히도 딱 한번, 대만 인근에서 화물선과 살짝 접촉사고만 있었고, 무사히 공기를 마쳤다고 한다. "알 함두릴라~ "


기능공 년 250만 명, 년 1백만 대 덤프트럭을 동원 노폭 300미터, 길이 8km 제방 완성하고 , 철강재 12만 톤 들여, 30만 톤급 유조선 4대를 를 동시 정박가능, 호안공사, 방파제공사, 안벽공사, 해상유조선 정박시설이다. 반만년 역사에서, 누구도 해보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는 대역사가 시작한 것이다. 이 계약 덕분에 한국의 건설은 도시 미화사업을 하던 아웃사이더에서 세계 메이저로 성장한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

해외건설 하면 각종 매체에서 회자되는 D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프로젝트|Great Man‑Made River, GMR| 사업이 있다.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도 1991년 8월 28일, 1단계 통수식에서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격찬한 사업이다. 리비아 내륙산맥의 풍부한 지하수를 끌어올려 직경 4m, 길이 7.5m, 총연장 1천8백72km|1단계|의 송수관을 통해, 리비아 사막을 옥토로 바꾸는 대규모 공사이다. 가끔 TV 다큐멘터리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형 트레일러의 콘크리트 송수관 이동 장면은 예술에 가깝다.


일단 자격조건만 되면 한국업체의 가격경쟁력을 당할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유럽의 메이저는 "원가를 산정하고, 투찰가를 결정한다" 한국의 돌쇠는 "낙찰가를 예측하고, 원가를 맞춘다" 승자는 누구일까? 거기에다 하나를 더 추구한다. 한국인의 자랑 "빨리빨리" 전략이다. 단일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32억 9천7백만 달러 규모의 건설공사를 따낸다. 이 금액은 너무 커서 감이 안 오지만, 주베일 산업항 계약가의 3배 그리고 당시 대한민국 국가 예산과 맘먹는 규모이다.


"수주 사업은 하루만 기쁘고, 나머지는 비극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지금은 망한 D건설, D콘크리트. D통운 3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형성, 미국의 Bechtel, 프랑스의 Spie Batignolle, 영국의 Costain, Balfour Beatty 그리고 일본의 Taisei, Kajima 등 세계 초일류 건설사들을 제치고 한국의 중견기업이 대역사|役事|를 수주한 것이다. 창업자의 우려에도 2세 경영자의 배짱으로 또 한 번 세계 8대 불가사의에 도전한 것이다.


1983년 11월 6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D컨소시엄은, 1990년까지 7년간에 걸쳐 연인원 1천2백만 명과 각종 장비 3백만 대를 투입 공사를 완공한다. 1991년 8월 28일 여기는 벵가지|Benghazi| 1단계 통수식, 트리폴리 시민들은 1600KM 달려온 저수조에 뛰어들어 환호하고, 가다피 대령은 쓰레기통을 들고 튀쳐나가 알라의 물방울을 들이켠다. 공기도 무려 16개월을 단축한 "세계 8대 불가사의" 전설이다.


같은 해 D건설은 대수로 2단계 사업 |Great Man-Made River Phase II| 60억 달러 또 수주한다. 2단계 사업은 1996년 9월에 완공되어 수도 트리폴리와 제프라 평원에 식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주요 관로망을 구축한 프로젝트이다. 여기 까지다. 이제 승자의 저주만 남았다. D건설은 대한민국의 외환위기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한국의 외환위기라는 태풍에 떠밀려, 2001년 D건설과 대수로 사업은 사하라 사막 쪽으로 날아가 버린다.

¨밀물 1984년 1월호 밀물소식을 참조하였습니다.


한국, 그들의 경쟁력은 뭘까?

꼭, 주베일 산업항이나 리비아 대수로 공사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의 60여 개 건설사와 최대 20만 명의 건설 노동자들은 고속도로상하수 처리장주택병원학교호텔상업건물담수화공장공군기지관공서 건물전력송전망전화통신케이블 포설 공사스포츠 센터 경기장사우디 조폐공사등 위대한 사우디아라비아로 만들었다. D산업은 오일이나 가스 관련된 고부가가치 플랜트 건설사업을 특화한다. 라스타뉴라 486 정유공장, 쥬하이마 LNG 플랜트, 얀부 LNG 플랜트, 얀부 정유공장 그리고 주베일 인근 가즈란 화력발전소 등이다.


한국 건설업체들이 중동 시장에 진출하여 1974년 약 2억 6천만 달러, 1975년 약 7억 5천만 달러, 80년에는 약 82억 달러에 달했다. 다음 해 수주액이 약 136억 달러에 이른다. 중동 건설의 붐, 그리고 한국 건설업의 경쟁력은 뭘까? 중동 4차 전쟁이 만들어낸 오일 쇼크와 경제 위기가 오히려 전화위복, 즉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중동 산유국들은 오일 달러로 벌어드린 재원을 사회나 산업 인프라에 투자하고 이에 따른 건설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High End 시장인 오일 관련 플랜트, 발전, 화학플랜트의 원청계약은 블루오션|Blue Ocean|시장이다. 반면 건축, 토목등은 레드오션|Red Ocean| 시장이다. 1960년 말 월남전 참전사업으로 경험을 쌓은 한국 건설사들은 바로 상대적으로 경쟁이 심하지 않은 레드오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산업화에 막 눈을 뜬 한국정부의 강력한 지원, 여기에는 건설사의 효율적인 공사 관리 역량, 한국 근로자의 강인한 노동력이 중동 붐이란 혜택을 본 것이다.


또한 선진 메이저 기업들은 대형 플랜트 사업에서 책임 시공이 가능한 하도급 업체를 필요로 하는데, 이 조건에 딱 맞는 곳이 바로 한국 건설업체였다. 해외 노동시장에서 근무하는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 터키 노동자들은 대부분 개별 취업 형태로 조직력이 약하지만, 한국 근로자들은 개별 취업이 거의 없고 대부분 한국 건설업체 소속이었다. 이러한 소속감과 책임감이 바로 한국 건설 업체들의 경쟁력이었다.


건설 파워 "팀 코리아"

1970년대 중동에서 한국 건설업체들이 수행한 대형 프로젝트들은 한국 건설 산업이 국제적 입지를 확립하는 초석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00년대에는 아랍에미리트 부르즈 칼리파 타워 공사,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 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소 공사,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 공사, 쿠웨이트 클린 퓨얼 공사 등이 진행되었다.


2024년 말 기준 대한민국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1조 1,00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숨은 견인차 역할을 했다. 사막 위에 100만 중동 건설 노동자가 남긴 발자국은, 결국 세계로 향하는 길이 되었다.■




참고 문헌 및 관했련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

참조된 금액과 수치는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쓰였으며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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