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

by Amber


봄에는 원래 계절성 우울이 심해진다고들 하지만, 봄을 싫어하는 나는 특히 더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봄에는 모든 것이 소생하고 깨어나며 따스해진 날씨가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모든 것을 따뜻하게 안아준다는데 나는 정확히 그 지점에서 봄이 싫다. 겨울 내 건조하고 냉랭한 날씨의 비호 아래 냉장고에 넣듯 가두고 멈춰둘 수 있었던 내 감정들이 강제로 실온으로, 더운 곳으로 이끌려 나와 점차 상해버리는 것만 같다. 특히 날씨가 풀렸다 추웠다를 반복하는 요즈음에는 더욱 그렇다. 음식을 상온에 두었다가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시 꺼냈다가 하면 상하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않는가? 내 몸도 마음도 그렇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이 적응하지 못했는지 기관지가 골골거려 이번 주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몸이 좋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털어지지 않고 온몸 구석구석에 먼지처럼 들러붙은 건지 아니면 그 먼지들 때문에 기관지가 갈수록 나빠지기만 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둘다겠지. 이 핑계를 들고 영원히 침대에 누워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끝없는 무기력에 빠져있을 수도 있었지만 오늘도 몸을 일으켰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마 커피가 없었다면 나는 진작, 어딘가로, 아무튼 지금 여기는 아닌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다. 오늘의 커피는 따뜻한 드립커피다. 콩을 볶고 갈아 뜨거운 물로 내린 카페인 용액이 머릿속을 부드럽게 문지른다. 스스로에게 주먹을 날리는 행위를 멈추라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회피하는 데 익숙한 나머지 성장하고 탐험하고 실험하고 모험하고 새로운 경험을 시도할 의욕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 있다. / 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모든 일을 두렵고 피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는 기질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에 대해서는 브런치북을 하나 만들 수도 있을만큼 징징댈 수 있지만, 그런다고 내 기질이 사라지거나 완화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어제는 또 다른 예상하지 못한 일이 닥쳤고, 남들이 들으면 그게 왜 네가 걱정할 일이냐고 어이없어 할 일이지만 내게는 누가 도끼를 매다꽂은 것처럼 큰 일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아닐지는 모르지만,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닌데. 내가 걱정해야 할 일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고통스러워할 것까지는 정말 아닌데. 나는 한달에 한번 찾아오는 생리처럼 이런 불안과 강박의 싸이클을 겪고는 하고, 어느정도 대비책도 마련해 두었다. 한 35회차의 싸이클을 맞았을 때 겨우 마련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산책을 하고, 매운 음식을 먹고, 그도 안 되면 불안 및 스트레스 완화 영양제를 먹는다. 어제는 셋 다 시도했고 그럼에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당신은 그 상황 자체를 두려워할 뿐 아니라 그 상황에서 자신이 느낄 것으로 예측되는 불안한 감정에도 겁을 먹는다. 이런 불안민감성에 빠진 사람들은 과거에 성공적으로 새로운 상황을 처리했던 일이나 회복탄력성을 보였던 일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얼버무리고 무가치한 일로 치부한다.


나는 살아오는 내내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삶에서 정말로 애도해야 할 슬픔이 하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회한도 아닌 삶이 언제나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 모두의 뺨을 갈기고 심하면 복싱 장갑으로 어퍼컷을 날린 뒤 다시 일어날 시간도 주지 않고 2라운드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 2라운드가 끝나면 3라운드가 있다. 지금의 싸이클이 지나가면 다음 싸이클이 찾아올 것이다. 지금 당면한 불확실성과 스트레스와 무한한 기다림과 뇌를 꽉 옥죄는 고통이 사라지면 다음 회차의 것들이 찾아올 것이다. 나는 그 모든 때에 조금도, 하나도, 정말 눈꼽만치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그저 언제나 뺨을 갈기는 대로 맞을 뿐이다. 그걸 맞고 그대로 쓰러져 바닥에 누워버릴지 아니면 두 다리를 버티고 서서 나도 한 대 갈겨줄지는 내게 달렸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 끝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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