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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ar 03. 2020

코로나 가라

네가 없어도 

충분히 복잡한 인생이야

갑자기 나타나서 

이렇게 껴들지 말아줄래?




무슨 곡이더라... 병원에서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특정 구간만 계속 반복해서 듣다 보니 기억날 듯 말 듯하다. 그렇게 같은 구간 무한반복으로 정신이 몽롱해질 때쯤에서야 전화연결이 되었다. 간호사 목소리가 많이 상기되어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병원이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오전 중 난임 카페를 중심으로 퍼지자 그 사이 많은 전화를 받은 모양이었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간호사에게 더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지난번 자연주기 실패 이후 엉망이 되어버린 생리주기를 보시곤 난소를 쉬게 하자며 21일간 약을 처방해주셨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약을 먹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병원이 진료를 중단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가 궁금했다. 10알 정도 남았지만 먹던 약을 중단해야 하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니, 진료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상황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우선 약은 먹고, 병원 내원 전에 전화를 다시 달라고 한다.


내가 다니는 병원은 코로나 사태가 대구에서 크게 확산되기 전부터 나름 엄격하게 단속을 하고 있었다. 병원 입구에 열감지 카메라를 두고 마스크 유무 확인 및 예약 확인을 했고 예약 확인이 되면 손에 입장 허가증 같은 종이를 쥐어 주었다. 마스크를 하고 병원에 있으려니 답답하고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가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진료는 받을만했다. 일회용 비닐장갑까지 끼고 검사받으러 온 사람을 보며 나도 손 소독제를 한 번 더 뿌려보고 마스크도 안 하고 진료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피하며 전염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낮춰보려고 예민하게 굴어본다. 그런데 옮는 것보다도 더 무서웠던 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병을 가지고 이곳에 오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코로나 환자가 나올 때마다 이동 동선이 밝혀지며 그 주위가 초토화되는 것을 보니 그런 일이 생긴다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중국도 안 다녀오고 대구도 간 적 없고 열도 안 나고 기침도 안 하는 내가 하기엔 너무 멀리 뻗어나간 걱정이긴 했지만 여기저기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오는 현실에서 그 정도 뻗은 상상은 해볼 만했다. 그래서 병원 갈 날짜가 잡히면 다른 누구와 약속도 못 잡고 이동을 최소화하며 집에 머물렀다. 이곳을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이유는 이곳 난임 병원은 누구보다 시간을 아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매달 '이번에는 제발' 하며 하루하루를 세고 있는 절실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난임 온라인 카페에는 하루에도 여러 개의 코로나 관련 글이 올라온다. 이 시기에 시술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글이다. 이 시국에 꼭 해야겠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령난저들의 마음은 안달이 난다. 말 그대로 나이는 많고 난자는 잘 안 나오는 우리에겐 시간이 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난소 수치는 내려가고 기회도 줄어든다. 작년만 해도 채취하면 4-5개는 나오던 난자가 이제는 2-3개로 줄어든 것만 봐도 시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이 시기에 돌아다녀서 병에 걸리는 두려움보다 시기를 놓쳐 얼마 남지 않은 난자들을 그냥 내보내는 것이 더 무서운 것이다. 


열흘 뒤에 진료를 받게 될지 혹은 더 쉬는 걸로 결론이 날지는 아직 모르겠다.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나야 이 위기가 지나갈진 모르겠지만 고집부려가며 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지금은 남은 알약을 먹는 일만 생각하려고 한다. 나를 살찌우는 것 같은 조그마한 이 파란 알약 말이다. 병원 가기 전까지 개인위생에 힘쓰며 잘 지내봐야겠다 라는 이 마지막 문장을 쓰며 단호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내게 남편은 콧웃음을 날리며 “웃음이 코로나오나?” 이러고 간다. 1,2,3. 뒤늦게 웃음이 터진다. 아 자존심 상해. 아재한테 당했다. 그래 웃음이 코로나~ 온다. 에효. 웃음은 나오고 코로나는 가라! 훠이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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