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밀당하기 싫은데
예정일에 맞춰 빼꼼 나와 주겠니.
어느 소풍날보다 기다려지는
생리 이틀째 되는 날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거린다. 뭔가 조금만 흘러나오는 기분이 들면 바로 화장실에 가서 확인해본다. 그리곤 한숨. 어렸을 때 소풍날을 이렇게 기다렸으려나. 6학년 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첫 생리를 한 이후 혼자 알아서 한 달에 한 번씩 잘 나오던 생리였다. 그런 생리를 한 번도 기다려본 적이 없다. 아니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저절로 알아서 나오니까. 지난 몇 달간은 이야기가 달랐다. 정말 애타게 기다렸다. 매우 간절히 말이다. 물론 임신으로 인해 생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건 최고의 시나리오이겠지만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정해진 주기대로 짠하고 선홍색 핏빛을 보는 것. 단 한 방울이라도 빼꼼 나와 생리 시작을 알려주는 것. 딱 그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세상 살기의 아이러니는 무엇인가를 애타게 기다리면 딱 그것만 안 된다. 혹은 길게 뜸을 들인다. 몸에 좋다는 음식도 열심히 먹고 영양제도 잘 챙겨 먹고 적절한 운동을 하며 준비운동은 끝냈다. 출발선에서 이제 뛰어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시작 사인이 안 온다.
나는 왜 이렇게 애타게 생리를 기다리는가? 시험관 시술을 하기 위한 가장 기초 요구조건 이기 때문이다. 시험관 시술은 생리가 시작하고 2-3일째 병원을 방문하면서 한 사이클이 시작된다. 초기에는 주기에 맞춰하던 생리도 조금씩 변하기도 한다. 여러 호르몬제를 복용하면서 혹은 채취나 이식 등의 여러 시술을 하면서 몸의 사이클이 변하기도 하고 어제보다 늙은 몸 때문에 주기가 늦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28일 주기로 딱 맞춰서 하던 생리를 생각하며 머리를 엄청 굴려서 생리가 빨리 나올 경우, 최대한 늦게 나올 경우 등등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반차 혹은 월차 날짜를 겨우 골라 놓으면 기가 막히게 비껴가고 내 삶을 매우 복잡하게 만든다.
39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해서 나의 40살 전부를 아이를 가지기 위해 썼지만 아직 제자리. 41살이 되어 다시 도전 중이다. 지난 한 해 난임 병원을 다니며 여러 불평불만도 있었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나 하며 많은 생각도 해봤고, 그냥 자연임신이 짠하고 될 순 없나 하고 기적도 바라봤다. 이젠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초긍정적인 기적을 기다리진 않는다. 그냥 단순하게 시작만 했으면 좋겠다. 군소리 안 하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갈 테니 말이다.
아침에 싸한 느낌에 급하게 눈을 뜬다. 그리고 바로 화장실로 뛰어간다. 휴, 드디어 나왔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생리. 이렇게 엄마 되기 도전은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