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 메모어

메모어 17기 회고

by 공백

그럼 나는 내 회사를, 일터를 사랑하는 건가?

지난 클럽장 모임에서 문득 '나 일 사랑하는구나.' 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사랑은 이해관계를 맞춰가는 것, 그 사람이 좋아하고 중시하는 것을 맞춰가는 것이니까.

서로 맞지 않음을 인지하면서도, 기꺼이 맞춰나가고자 애를 쓰는 일. 나는 학생 티를 벗고, 어엿한 1인분의 역할을 하기 위해 그토록 애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터에서 어떻게 하면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 될까.

기꺼이 좋은 사람이 되기로 하고, 사회에서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 맞춰나가는 과정에 있음을 깨닫고 나니, 지금껏 열심히 발버둥 쳤던 날도 사랑의 일부 임을 깨달았다. 이 어린 나를 위해 애를 써주셨던 선배님들의 사랑도. 그리고 어느 날,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나만의 일터를 만들고 이끌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모든 게 사랑이라면, 즐겁게 일터로 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지난 10주간 메모어와 디지털디톡스 테마회고 모임원과 슈퍼주니어 클럽장으로 함께했다. 2023년부터 일상을 가득 채운 이 커뮤니티는 회고와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가 넓은 연대로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섯가지 주 키워드를 바탕으로 회고 중 일부를 인용하며 지난 2024년을 정리하고 싶다.


1.업무


그래도 열심히 일하고, 많이 묻고 대응한 만큼 나의 진심이 내가 담당하는 이해관계자 분들게 닿았다는 생각에 감사했다. 특히 동료분들이 내게 보여주는 신뢰와 여러 부탁들이 쌓여가는 과정이 좋았다. 단순히 요청사항에 대응하는 스태프가 아니라, 내부 업무를 함께하는 적극적인 조언자의 역할이랄까. 모르면 물어보고, 이해가 안 되면 미팅을 요청하는 집요함과 세심함. 그 모든 것의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에 내 일이 정말 좋고 자부심에 사르르 녹았다.


일단 시간에 기대고자 한다. 매일 몰입하며,여러 분들과 교류하다보면 산업 지식도, 업무 노하우도 쌓여가리라 믿는다. 일이 많이 몰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지만 일년 내내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그리고 업무가 많아질 수록, 정확하고 빠르게 많은 양의 일을 처리하는 나의 역량이 높아지리라 믿는다.


일이 익숙하지 않을 때는 오히려 주말이 고통스러웠고, 회사가는 날이 기다려졌다고, 홀로 일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시간이 괴롭지만, 팀원들과 함께 이슈를 확인하고 해결하다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느낌이 드는 것. 팀원들 덕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새로운 업무를 맡는 데 두렵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렵기도, 설레기도 하지만 지금 20분 컷하는 업무들도 처음에는 2-3일 걸쳐 헤맸었으니까. 꼼꼼한 루틴 업무 처리와 보다 넓어진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시야를 장착한 미래 어느 날의 내가 기대된다.


2.마음

우리의 언어 - 최유리

깨지기 쉬운 마음은 나약함의 상징이 아니라 남들보다 삶을 섬세하게 관통하고 있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까지 수도 없이 무너져 내린 사람이 있었다. 이제는 그 사람에게 세상의 모든 일에 마음 아파할 필요는 없다고, 모든 그릇된 일들이 당신이 조금 더 들여다보지 못해 발생한 것은 아니었으니, 이제 더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 아름다운 마음을 위해서. (오수영)


이번 메모어 17기를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나다운 글을 11개의 글에 걸쳐 전체공유를 했다는 점이다. 뿌듯한 마음을 담아 프린트하고, 파일에 잘 정리해두었다. 회고를 작성하면서 매번, 글의 질과 방향성을 타협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좋은 것만 고이 오려 '저 멋지고 괜찮은 상태에요.'라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글 앞에 도망치거나 꾸며내고 싶다는 마음도 여럿 들었다. 그러나 글 앞에서 솔직하고 다양하게 내 마음과 몸이 있었던 바를 증언하는 글을 썼다.


조금은 삶에서 해야해의 것들을 내려놓고, 바람과 파도의 흐름에 따라 마음가는 대로 사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고 있기에, 실수로 잃어버려도 모르는 것 아닐까. 단순하게, 단단하게 살아가고 싶었고, 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홀로 있고 싶기도 했다.


때로는 온전히 투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마음을 담아 글을 쓴다. 혼자만 가지고 싶지 않아, 때로는 그 솔직함이 곁의 사람을 당황하게 할지라도 그저 쓴다. 이번만 이기적으로 행동할까보다. 올해 들어 참 안하던 짓을 한다. 그냥 지금껏 살아온 대로 편안한 나만의 울타리 안에서 살면 될텐데. 계속 뭔가를 바꾸고, 도전하고, 애써 마음이 울렁이는 그 지점으로 향한다. 발표도, 외부에 글을 업로드하는 것도, 커뮤니티를 리딩하고자 하고,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도 애써 한다. 시간을 쏟고, 마음을 쏟는다.




3. 회사

그렇게 하루를 앓고 나니, 놀랍게도 회사에 갈 체력은 생겼다. 여전히 한 달째 야근하고 있으며, 정치적 안정은 거리가 멀어보이고, 내 방은 여전히 정돈되지 않았다. 투두리스트를 펴고 하나씩 적어내려간다. '체력이 바닥을 찍은 나 인정하기.' '내 공간이 엉망인 것도 인정하기' '아직 감기도 낫지 않았고, 이전처럼 체력이 충분하지 않은 나도 인정하기.' 그리고 이제 책상 위를 정리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회고를 써보자. 좋아하는 글을 필사하고, 지난 수첩을 읽어보고, 오늘 즐겁고 감사했던 지점을 찾아보자.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는 가운데,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환경을 변화시켜 나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랐다.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적극적으로 공부하고자 한다. 일단 회사분들 이력서를 읽고, 궁금한 점을 Perplexity.ai에 질문하고 기록하며 산업에 대한 감각을 높이고 싶다. 2025년부터는 재무회계 자격증을 단계별로 따기로 했고, 차주에 바로 시험 등록 예정이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읽고, 그에 따라 주주이자 직원으로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분기별 실적에 대한 눈을 키울 것이다. 인력관리팀이 AI에 대체되더라도 역할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빠르고 정확하게 기초 데이터를 가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비즈니스 흐름에 맞지 않는 튀는 데이터에 대한 이유를 미리 말한다. 팀원들의 시간이 여유로워 보일 때를 노려, 데이터 검증 방법과 회사 공통 규범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묻고, 내 것으로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 그노하우를 다시 데이터 작업에 녹여내야 한다.


주니어로서 일을 다 잘할 수 없다. 오히려 잘하는 것이 이상하다. 메타인지학에서는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것을 참된 성장으로 본다. 더불어 업무 상 많은 갈등과 거절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 회사가 불황일 수도 있고, 외부 요인으로 업무량이 폭증할 수도 있으며, 부서가 없어질 수도 있다. 내가 역량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런 것이다.


우리 회사는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하지 않음에 위안을 느끼며. 이해관계자나 리더가 궁금해 할 내용을 미리 데이터 뽑고, 잘 정리해서,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는 데 충실했다. 우리 경험 많은 부장님과 차장님이 리딩해주셔서, 야근은 많이 했지만, 리더의 비즈니스 관점을 빠르게 습득하고, 신속하고 정확한 데이터 정리 스킬이 향상된 것에 감사했던 한 주였다. 비처럼 쏟아지는 업무를 모두 끌어안는 게 혼자만이 아니기에, 모두가 바쁜 상황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감각을 유지하며 행복하게 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는 좋다고, 좀더 과몰입하며 회사 다니겠다고 다짐한다.


4. 사랑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 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주었고, 연결되어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한강)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은 더 사랑하는 일밖에 없다. -박노해 시인


소란한 마음 가운데 이번 주는 위 문장을 깊게 새겼다. 으레 그럴 것이라는 명제들이 무너질 때, 개인으로서 무엇을 믿고 추구해야 할까. 사랑. 내 시선은 사랑과 인간다움을 전달하는 가치에 맞춰져 있었다. 최근에 대학교 친구를 만났는데, 내가 말하는 것을 청자로서 들을 때 참 말랑말랑해진다고 했다. 말랑말랑. 읽는 사람이 말랑말랑해지는 글을 써야지. 오늘도 다짐하며 반신욕기 안으로 들어가 담요 두 개를 겹쳐 덮고 글을 쓴다. 누군가 글을 쓰는 내 모습을 본다면, 우습다고 생각할 테지만, 자주 서늘해지는 마음과 몸을 돌보는 나만의 방식을 귀엽게 봐주었으면 좋겠다.


청운문학도서관에서는 '사랑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 이라는 에세이집을 읽었다. 반나절만 핸드폰을 멀리 해도, 글에 몰입하는 속도가 배로 빨라진다. 맛을 느끼는 감각이 살아나고, 체력이 남는 느낌이 든다. 평소에 얼마나 핸드폰을 곁에 두면서 주의력을 사용했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삶을 사랑하고, 곁에 있는 이와 즐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핸드폰 유무가 끼치는 영향이 무척이나 크다. 혼자 있을 때도 그 감각을 높게 유지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


무엇보다 나의 언어가 힘이 되어 청중과 연결되고, 그로 말미암아 촉발된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나는 평생 글을 쓰고, 말을 건네며 누군가와 함께 하리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타인의 시선과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


한계와 고통을 예민하게 느끼는 내가 좋고, 그런 경험을 모아 글과 강연으로 타인에게 한평생에 걸쳐 건네고 싶다. 자주 도망치고 싶고,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싶지만, 그 끝에서 우리의 언어가 맞닿는 지점을 무척이나 사랑하기에 작게 타오르는 촛불처럼 은근히 계속 하고 싶다.



5. 개인

가만히 없으면 쓸모 없는 사람이 된다는 불안감, 함께 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개인적으로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쉽게 불안해지는 사람이지만, 타인과의 시너지에서 얻는 성장과 발산적 에너지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라. 공감이 갔다. 더불어 사람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직원으로서 회사의 기대에 협업의 방식으로 부응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주셔서 개인적으로 큰 울림이 있었다. 결국 주니어와 시니어, 리더와 팔로워를 결정하는 것은 성과를 바라보는 관점과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의 협업을 매끄럽게 하는데 있다는 생각을 하며, 회사 밖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함께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져주는 멋진 강의였다. (강연은 유용태님의 '성장의 불안을 기회로, 성과와 기여로 만드는 커리어와 자기확신)


개인적으로 Kanban을 활용하여 개인과 팀 차원에서 자유자재로 퍼실리테이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터 센게의 책 <학습하는 조직> 과 OD 분께서 소개해주신 'The Morden Learning ecosystem' 도 흥미로웠고, 여러 프레임워크를 학습하고 적용하고 싶어졌다. 에자일 회고 워크샵 모임 (피플 파트너스)


새로운 시작 앞에 일렁이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개인적인 공간에 많은 글을 토해냈다. 체력이 되는 한에서는, 곁에서 함께 지탱할 수 있는 귀한 사람들이 있는 한은 계속 이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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