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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Sep 06. 2022

자욱

 인사의 첫마디가 늘 같아서 그 높낮이만으로도 하루의 기분이 어떤지 가늠할 수 있는, 매일 만나오는 사람들. 일상적인 삶 속에서 서로가 가진 머무름의 자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따라 유난히 높은 음의 "하이, 에이미."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대학원의 장학생으로 가게 되었다고. 다가오는 겨울에 떠나게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니깐 네가 시험을 보았다는 것도 나는 너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응원했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내 마음이 비었다. 무언가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지는 이 기분을 나는 여전히 싫어하는 듯하다.


그런 질문을 해본다.


'이 기분에 익숙해지는 방법이 있을까?'


나는 한 곳에 오래 정착하여 있길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대체적으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을 해왔다.

"안녕"  인사하면 다시, "안녕"하고 가버렸다. 오래도록 함께 일한 직장 동료들이나 오래도록 가르친 아이들 또한 나보다 먼저 그들이 지켜온 머묾의 자리에서 떠났다. 그러다 보면 아주 가끔 내가 마음을 먼저 나눠주었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이 떠난 다음 날이 되면 비어진 기분이 들었다.  비어진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해방감을 주는 보다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사용될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이별할 때 느끼는 이 비어짐은 좀 먹먹하다.


뭐랄까 이건 떠나는 사람들이 아닌 남겨진 사람들에게 더 오래도록 진하게 머무는 '자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자국'이라는 표현이라고 하고 싶다. 베개 자국과는 조금 다른. 아침에 난 베개 자국은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고 시간이 좀 지나면 사라지지만 사람이 남겨놓은 자국은 이와는 같지 아니하다.


그녀가 남겨 놓은 말의 자국은 "끝까지 하면 뭐든 할 수 있어, 에이미."

일종의 주문 같기도 한 자기 암시적인 이 말은 그녀가 떠난 후 가끔은 머릿속을 맴돌겠지.

그가 남겨 놓은 손의 자국은 종이학과 종이배를 접는 방법.

그녀가 남겨 놓은 자국은 오른손으로 공깃돌을 던지고 줍는 방법.

울지 말라는 그가 남겨 놓은 자국.

너로 존재하라는 그녀가 남겨 놓은 자국.


그가 남겨 놓은 자국은

그녀가 남겨  놓은 자국은

그가 남겨 놓은 자국은

그녀가 남겨 놓은 자국은



그래서인지 당신이 닿은 후 남겨진 자국은 원래 나의 것이 아닌듯하다.

알맞게 있던 자리에 당신이 비어지면 그 패인 자리에 꼭 당신과 같은 것이 가득 있어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먹먹하다는 생각을 하는가 보다.




당신과 같은 사람은 당신밖에 없으니 비어짐에 익숙해질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다 서툴고 여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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