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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Jan 09. 2023

겨울

겨울


 와인 한 병을 따르고 시나몬 스틱과 레몬, 오렌지, 귤, 배, 사과를 넣어서 뱅쇼를 만들었다. 달게 먹고 싶으면 꿀을 한 큰 술  넣으라는 언니 말에 나는 욕심을 보태어 크게 두 큰 술 정도를 넣고 빙빙 휘저었다. 시나몬 냄새가 거실을 가득 채웠다. 사탕으로 먹을 때는 입에 넣자마자 내뱉었던 그 계피향이 맞는데 수증기와 함께 거실을 메우는 냄새가 무척 포근했다. 그래서 부러 창을 열지 않았다. 뭐, 밖이 꽤나 쌀쌀도 했다.


보온병에 한아름 넣어서 출근했다. 로비에 있는 트리 장식을 정리하고 있으니 직장 동료들이 하나씩 도착했다. 종이컵에 가득 따라주고 "그래서 어째 맛이 어때?"라며 연신 묻는 내 질문에 사려 깊게 대답해주는 이들로 인해 그 맛은 세 큰 술 넣은 꿀처럼 달게 느껴졌다.


 나이가 들면 눈이 그리 반갑지 않을 나이가 된다고 한다. 아직 눈이 반가우니 그 나이가 언제 인지를 물어보아야겠다.

내 아이가 밟아서 만들어 놓은 눈 발자국은 작 년의 것보다는 더 커졌다.



눈 사람이 아닌 루돌프를 만들어 달라는 너의 요청에 나는 당황하였다. 어디선가 마른 빨간 열매를 하나 찾아와 이걸로 코를 하면 되겠다고 하였다. 나는 네가 가끔 묘할 때가 있다. 코를 먼저 찾아와 루돌프를 만들어달라 하였다면 나는 너를 이해하였을 것이다.


눈이 오는 날은 따뜻하다.

이해되면서 묘한 구석이 있다.


나무가 얼어서 불이 붙지 않는다고 하셨다. 기름을 붓고 그 위에 불을 쏘아대도 불이 겉돌아 사그라졌다.


얼어붙은 나무는 불이 붙지 않는다.


아주머니는 관솔과 잎나무들을 여럿 가져와서 장작더미 아래에 계속 놓아주었다. 그리고 기름을 붓고 불을 쏘고 또 가지를 꺾어와 더미 아래로 불쏘시개들을 계속 놓아주었다.


보고 있던 아이들이 재미가 있어 보였는지 저마다 나뭇잎이 붙은 가지들을 주어와 불을 지핀다.


타타 타 타탁 타아아차차악 탁

소리가 찰져서 입으로 혼자 따라 해보다 풉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얼어붙은 나무에도 불이 붙어 장작더미가 살며시 기울어졌다.


종이 두 장 있으면 잘 논다.

종이 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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