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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Feb 05. 2023


 이런 계절이었으면 좋겠다. 겨울 냄새가 가득하여 눈이 오는 날 새벽에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그 자정 너머의 시간에 쌓이는 눈들을 혼자 밟을 수 있는 계절. 그런 사치가 용납되는 계절이었으면 좋겠다.


겨울은 움직이고 싶지 않게 한다. 그럼에도 나를 동적으로 만드는 계기가 있다면 이 계절만이 유일하게 하늘의 뜻이 거슬러지는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늘은 비를 내렸는데 얼음의 결정이 내려오는 그런 때. 하늘이 준 비를 얼어 떨어지는 형상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유일한 때.


눈을 뜨고 하늘에서 내리는 새하얀 무리의 결정을 보고 있으면 나는 다시 이런 생각 또한 든다.


뼈마디마디차고  통증이 더하여지지만,

발음할 때부터 느껴지는 이 계절에게 품은 앙상하고 가련한 마음을 재울  있은 헤아림 하나,


그래, 이 계절을 버티게 하는 희원希願  있다면 


그것은


이 아닌가.


눈이 가득 쌓여 아무것도 나지 않은 백지 위에 내 바람을 찍어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것이 온전히 나의 것이기를 나만의 것이기를. 비슷하여 겹쳐 댈 수 있는 발의 크기를 가진 이는 없기를 소망한다.


잔인한 계절 위에 허락된 굽히지 않는 마음, 그리고 이 계절을 버티게 하는 힘. 그런 눈이 있다면.


구별하지 못하고 섞여 엉망이 되는 모든 만물의 티끌들을 다 덮어 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또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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