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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Feb 09. 2022

닮은 이를 마주한다는 것은


닮은 이를 마주한다는 것은


침닉하였던 얼굴의 바닥이

중력보다 더 거센 힘에 이끌려

떠오르는 것이다


푸른 종이 한 장을 들고 온 아이가

종이배를 접을 수 있는 손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한 줌의 기억도 남기지 않으려

날려 보낸 하얀 가루가

닮은 이의 환한 웃음 한 번에

바람을 맞으며 나의 온몸을

빈 데 없이 채워오려 하는 것이다


그렇게


감각 없던 반창의 자리가

어디인지 알게 되어 그날의 대화와

우리의 싸움과 화해하지 못한 순간이

가라앉길 오래도록 다시 기다리는 것이다


눈물이란 것이 이제는 부끄러워

마음대로 보이지 못하게 되는 나이가.


감정 하나쯤은 아무렇지 않게

숨겨 보일 수 있는 능란한 나이가.


그럼에도 닮은 얼굴을 마주 할 때에

떠오르는 것이 있노라.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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