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 시작 전, 함께 준비한 소중한 아침풍경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설렘으로 가득 찬 결혼식 아침이 밝았다.
1부 예식은 12시에 식사부터 시작될 예정이었기에, 그전까지의 오전 시간에는 전날 미처 다 하지 못한 작업들을 마무리하며 분주하게 흘러갔다.
아침 9시, 전날 인근에서 묵으신 대구 메이크업 원장님을 픽업해 함께 숙소로 향했다.
당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야외 결혼식의 경우 정식 헤어메이크업을 받기에 적합한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메이크업하시는 분들께 큰 어려움이라고 했다.
원장님의 말에 의하면, 제대로 된 메이크업을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각종 메이크업 도구들을 펼쳐 둘 만한 넉넉한 작업 테이블이 있어야 함
장시간 편안히 앉을 수 있는 의자가 필요함(높이가 높고 쿠션감이 있으면 좋음)
스튜디오처럼 따로 조명이 없기 때문에 햇빛이라도 충분히 잘 들어오는 장소여야 함
하지만 우리 숙소에도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공간은 없어, 결국 테이블이 있고 햇살이 살짝 머무는 부엌 한켠을 선택하게 되었다.
시트를 얼굴에 붙이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배우자의 메이크업이 먼저 진행됐고, 약 30분 만에 마무리된 후 본격적으로 내 차례가 시작되었다.
메이크업은 요청드렸던 대로 내추럴하고 수수한 무드로 완성해 주셨고 헤어와 드레스는 예식 1부와 2부 분위기에 맞게 약간의 변화를 줬다.
1부는 어르신들이 함께하는 예식인 만큼 탑 드레스 위에 볼레로를 걸쳐 단정한 인상을 더했고, 머리는 롱 포니테일에 조화 헤어꽃핀을 살짝 꽂았다. 원래는 베일도 착용할 계획이었지만,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깜빡하고 말았다. 귀걸이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2부는 훨씬 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친구/지인들과 함께하는 자리였기에, 볼레로를 벗어 탑 드레스 본연의 라인을 살렸고, 머리는 로우번으로 단정하게 말아 올린 뒤 1부에서 못했던 숏베일로 마무리했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이미지와 거의 흡사하게 완성되어, 높은 출장비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내가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사이, 배우자는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남은 마무리 작업에 힘을 보탰다.
가장 먼저, 툇마루와 봉당 위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라탄 방석을 깔고, 가족석임을 표시하기 위해 좌석표를 배치했다. 하지만 그냥 올려두니 바람의 장난에 날아가버려, 방석 앞쪽에 압정을 박아 단단히 고정시켰다.
오랜 기간 정성 들여 만든 조화 센터피스는, 평소 이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는 옆집 강아지 촐랭이의 호기심으로 망가질까 봐 걱정되어, 전날까지도 미리 배치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예식 당일 오전이 되어서야, 배우자가 하나씩 정성스럽게 놓아볼 수 있었다. 메인 무대가 될 잔디 공간에는 센터피스를 U자형으로 배치하고 스티로폼 위에는 큰 돌을 올려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고정했다.
남은 센터피스들도 양 옆에 균형 있게 배치해 마치 작은 정원을 조성한 듯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번 예식에서 가장 예기치 못한 난관은 단연 ‘아치’였다.
며칠 전 설치했을 때만 해도 꽤 근사해 보였던 아치가, 시간이 흐르며 천과 조화꽃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중심부가 점점 아래로 처지더니, 예식 당일 아침에는 더 아래로 가라앉은 게 아닌가.
시간은 촉박했고, 포기할 수는 없던 상황에서 우리는 임시방편으로 아치 양쪽 끝을 리본 끈으로 벽돌에 단단히 묶어 당겨 간신히 형태는 조금 더 바로잡았지만, 2부까지 버텨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테스트 당시 바람에는 약간 흔들리긴 했지만, 그저 천 몇 장과 조화 몇 송이의 무게에 이렇게 무너져버릴 줄은 몰랐다. 그래서인지, ‘더 튼튼한 철제로 할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며칠 전 지인에게 빌린 의자를 더해 열 개 남짓을 자갈마당에 정갈하게 세팅했다.
하지만 그날따라 햇살이 유난히 강해 예식 1부에서는 이 의자들이 거의 쓰이지 못했다. 대부분의 하객들은 야외 의자 대신 그늘진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시고야 말았다.
우리가 마련한 주차공간은 숙소 옆 도로와 조금 더 떨어진 큰 길가, 두 군데였다.
숙소 옆 도로는 최대한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도록 분필로 주차선을 그어 정리했고, 배우자의 지인 두 분이 자청해 주차요원 역할을 맡아주셔서 차분하고 질서 있는 주차가 가능했다.
시간이 나면 하려고 아껴두었던 풍선 장식도 배우자의 지인들 도움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
너무 과하게 꾸미면 유치해질까 봐 두세 개씩 소박하게 묶어 여기저기에 포인트로 달아 예식장 분위기를 더했다.
예식장 오는 길 기와 위에 장식해 두었던 수국도 여분으로 남아, 그건 흰 천이 드리워진 처마에 장식으로 더했다.
입구를 장식할 팻말과 포스터 액자는 각자의 자리를 잘 찾아갔다.
첫 번째 팻말은 숙소를 향하는 길가 첫 입구에, 두 번째와 포스터 액자는 숙소 입구 앞에 놓아 멀리서부터 손님을 반기도록 했다.
1부 예식 손님 대접을 위한 야외 뷔페업체는 오전 11시 무렵 도착했다.
그들은 배우자와 함께 마을회관 바깥에 뷔페 테이블을 세팅하고 그 옆에는 손님들이 식사하실 수 있도록 야외 테이블과 의자들을 배치했다.
실내에도 하객들이 예식을 볼 수 있도록 공간을 준비해 두었지만, 실제로는 신랑과 신부 측 가족들이 짐을 두거나 옷을 갈아입는 준비공간으로 활용되었다. 현장에서 생긴 작은 변동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예식에 사용할 스피커와 마이크는 지인분께 빌렸는데, 야외에 설치할 전기가 필요해 방 내부에서 선을 밖으로 연결하는 작업도 추가로 진행했다.
이렇게 필요한 디테일들이 많았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 가며 마침내 준비를 끝마쳤다.
감나무에 닿지 못한 천
처마에 남은 하얀 천을 감나무에 둘러 장식할 계획이었지만, 당일 아침 준비가 꽤 분주해 결국 실행하지 못했다. 이것까지 했다면 훨씬 더 예식장 분위기가 살아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화려함 대신 쌓아 올린 장작
화로 주변에도 장식을 고민했었지만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대신 장작을 산 모양으로 정갈히 쌓아올려 작은 오브제로 활용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순간
예식장의 황금들판 뷰를 담고 싶어, 드론 촬영을 끝까지 고민했다.
숨고에서 알아본 결과, 출장비 포함 평균 비용은 약 30만 원 선, 비싼 곳은 60만 원 정도 였다. 가장 저렴한 업체는 사진 없이, 영상 원본만 제공하는 조건으로 20만 원이었지만, 사실 우리가 바랐던 건 들판과 함께 담긴 전체 결혼식 풍경 사진, 단 두어장이면 충분했다 보니 고작 그것 때문에 부르는 게 망설여졌다. 그렇게 결국 드론촬영은 아쉽게도 포기해 버렸다.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배우자 지인 한 분이 직접 드론을 챙겨 와 1부 예식 중 짧게나마 촬영을 해주셨다. 예상하지 못한 기쁨이었다.
이렇게 우당탕탕 정신없이 예식 준비를 마치자, 빠진 것은 없는지 확인할 틈도 없이 어느새 시계는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마 우리 두사람만 있었다면 끝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가족과 지인들이 함께해 주었기에 비로소 완성된, 소중한 아침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으로 채워낸 준비의 순간들이 지나가고, 오래도록 준비한 무대의 막이 오르듯, 그렇게 우리의 결혼식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