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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Jun 04. 2020

소박하지만 화려했던 순간

12월 31일 그리고 1월 1일의 기억



우여곡절이 많았던 2018년의 마지막

그리고

설렘이 가득했던 2019년의 시작


이 두 순간을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야 할 지 참 많이도 고민했다.

영국 런던아이 위로 터지는 불꽃과 함께 할지, 프랑스 파리 개선문 위로 터지는 불꽃과 함께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 곳, 폴란드 브로츠와프와 함께 하게 되었다.


난쟁이의 마을이라 불리우는 이 곳에서의 2018년의 마지막과 2019년의 처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기대가 없어서 였는지,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도 행복한 모습이 나에게 펼쳐졌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을까?


해가 저물고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자 시청 주변 광장은 오색빛깔 불빛들로 가득차기 시작했고 반짝거리는 트리와 장식소품들로 인해 나의 눈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본 크리스마스마켓 중에서 가장 아기자기한 느낌, 마치 꿈과 희망이 가득 찬 놀이동산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너무 아기자기하고 이뻐서 계속 눈에 담아두고 싶은 마음에 한동안 같은 거리를 왔다갔다 무한 반복했던 것 같다.


조금 더 걸어가다보니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고 그 리듬에 몸을 맡기고 흔들어대는 현지인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들의 틈에 끼어 함께 즐기기 시작하자 나의 심장은 조금씩 뛰기 시작했고 하늘 위로 떠오르는 비눗방울을 보자 얼어있던 나의 마음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동양인 여자를 찾기 힘든 이 곳에서 나와 친구는 부끄러움 하나 없이, 주변의 시선따위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몸을 흔들어댔다.

그 모습이 눈에 띄었는지 주변의 현지인들은 우리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고 우린 그 구역의 인기인이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몸을 흔들어대며 즐기다보니 어느덧 2018년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1부터 31까지의 숫자들로 가득찬 달력의 하나의 숫자에 불과한 날인데

이 숫자가 지워지는 그 순간이 이 순간만큼은 왜 그렇게나 특별해지는 것인지.

한국이었다면 그저 가족들과 함께 TV 채널을 돌려가며 연말 시상식을 보고 있었을 그 순간에

이렇게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변의 시선과 부끄러움까지 다 내려놓고

오롯이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감사하고 행복했다.



2018년 12월 31일 11시 59분 그리고 2019년 1월 1일 00시 00분


여지껏 본 트리 중 가장 커다란 대형 트리 앞에서

어깨가 저절로 들썩여지는 흥겨운 음악과

아름다운 불빛 속에 떠오르는 비누방울 감성,

이 모든 것들을 배경으로 한 채 함께하고 있는 그 곳 사람들과 "쓰리, 투, 원!"을 외침과 동시에 광장의 멋들어진 건물들 위로 터진 불꽃들.

이 모든 것들을 즐기는 것은 나에겐 정말 벅찰 정도였다.

이렇다 할 큰 규모의 불꽃도 아닌데도 이렇다하게 황홀한 순간이 또 있을 수가 있을까


진짜 너무 좋다
진짜 너무 행복하다
진짜 해피뉴이어


이 말만 몇번을 했는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머릿 속에서 계산되어 나오는 말이 아닌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의 진실됨을.


그래서일까. 이 순간은 기나긴 나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이 들끓지 않아 오히려 더 즐길 수 있어서 좋았고

소박하지만 아름다웠고 아담하지만 화려했고


현지인들과 어울려 흥겹게 춤추며 놀고 카운트다운하며 새해를 맞이하고 세벽 세시까지 불태우며 즐겼던 그 순간들이 너무나도 좋았어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사실 그 순간에도 난 다른 무엇보다 다가오는 2019년은 지금 이 순간 처럼만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성공이라는거, 행복이라는거 사람마다 그 정의와 기준은 다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성공과 행복에 더 다가가는 한 해가 되기를.

나 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나의 주변인 모두에게 그런 한 해가 되기를.

더도말고 덜도말고 지금 이 순간만 같기를.


이 날을 잊지말자.

이 날의 느낌,  감정, 그 속에서의 생각들 잊지말고 간직하여 훗날 떠올리자고 되뇌이고 또 되뇌었다.



P.S. 새해 첫날 즐긴 폴란드식 만두와 족발, 감자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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