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y moong Jun 19. 2020

정말 잘 왔다, 여기 몰타

또 다른 느낌의 유럽에서의 힐링타임

특별한 느낌이 들었던, 또 다른 느낌의 유럽, 몰타

이 나라만의 색깔이 확실히 있어서 더 좋았던 몰타




사실 몰타는 나의 여행 일정에 없었던 국가 중 하나였다.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다음 일정을 계획하던 중 몰타행 비행기가 단돈 5만 원 특가로 뜨는 바람에 급 오게 되었던 곳.


그래서인지 아마도 몰타에서부터 나의 '무계획' 배낭여행이 조금씩 시작되었던 것 같다.

이전 국가들은 연말 연초여서 미리 숙소를 구하고 갔던 터라 아쉬워도 떠나야만 하는 제한적인 상황이었다면, 몰타는 처음으로 관광이 아닌 아주 잠시 ‘살아본’ 느낌이 들었다.

이전 동유럽에서는 휴가 느낌의 여행이었다면 몰타부터는 조금씩 그곳 현지의 삶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리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이 곳을 떠날 즈음에는 마을 자체가 낯익고 편안한 기분마저 들었다.


날씨가 다했어

예정에 없던 몰타를 도착하여 맞이한 정말 파랗고 쾌청한 하늘을 보며 말했다.

아, 정말 잘 왔다. 여기


겨울의 몰타는 여름의 몰타 못지않게 날씨가 너무나도 좋았다.

매일 아침 숙소를 나서면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나를 반겨주었고 나의 기분을 정화시켜 주었다.

여행은 날씨 빨이라고들 하는데 몰타 여행이 딱 그 말과 들어맞는 곳이었다. 이 곳의 하늘은 매일같이 나를 평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하늘이 너무 파래서, 구름이 너무 하얘서, 그냥 기분이 좋고 그냥 행복했다.

추운 겨울임에도 그냥 날씨가 너무 쨍하니 좋아서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너무 멋스러운데?


중세의 멋스러움과 휴양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 몰타

겨울여행의 묘미를 살려 휴양보다는 중세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기로 했다.


‘임디나(Mdina)'는 로마제국 당시 지어진 오래된 성벽으로 매우 조용하고 여유로우며 한적했다.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한만큼 입구부터 멋스러웠고 골목 구석구석이 다 그림이었다.



몰타에서 가장 고지가 높은 곳이어서일까.

임디나 성곽을 따라 쭉 올라가자 이번에는 또 계속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너무나도 이쁜 뷰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이렇게 이쁜 구름은 또 살면서 처음이었던 것 같다. 붓을 들고 그리더라도 이 구름의 디테일까지 따라 그리기란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늘이 여전히 파래서 하얀 뭉게구름이 더욱 돋보였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는, 전망 끝내주는 이 곳에는 '인생 초콜릿 케이크'라 불리는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서 먹은 꾸덕한 초콜릿 케이크와 라테 한잔은 사실 인생까지의 맛은 아니었지만 이 전망과 함께여서 감히 ‘인생’을 붙일 만큼 일품이었다.  


나의 최애 노을

나에게 이번 여행 중 가장 아름다웠던 노을을 묻는다면 당연 1위는 몰타 발레타에서 맞이한 노을이다.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노을은 수도 없이 많이 보았지만 이 곳의 노을만큼 로맨틱하고 아름다웠던 색감을 가진 곳은 없었던 것 같다.



해 질 녘이 되자 거리 곳곳이 빛에 물들어 그림으로 변했고 하늘 또한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점점 연보랏빛과 합쳐져 어느 곳도 흉내 낼 수 없는 그 로맨틱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순간 나는 넋 놓고 계속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데 정말 하늘에 빨려 들어가듯, 나의 발과 다리는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이 아름다운 풍경만을 응시한 채 앞으로 나아가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그 순간이 너무 짧게 지나가버려 너무나도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렇게 로맨틱한 순간이 또 있을까.


보통 그 나라의 수도보다는 근교 소도시를 더 좋아라 하는 나인데 여긴 이상하게 수도인 발레타가 근교 소도시보다 더 나의 가슴에 오래 남아있었다.


여긴 도대체 어디야?


일에 허덕이고 있던 시절의 어느 날 인스타에서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여긴 도대체 어디지?' 하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정말로 여기에 오게 될 줄은 몰랐다.

그냥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언젠가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


'뽀빠이 빌리지'라 불리는 이곳은 정말 사진 그대로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이곳이야말로 뽀빠이 빌리지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인 것 같았다.


옥빛의 물과 그 위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아기자기한 테마파크 집들, 그리고 빈티지스러운 돌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 절경은 대자연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그냥 애니메이션 배경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너무나도 맑고 영롱한 물색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바다를 늘 곁에 두고 살아온 부산 토박이라지만 이 곳 바다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부산의 바다를 보면 무언가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라면

이곳의 바다를 보면 너무 투명하고 청량해서 내 마음이 맑아지고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비수기라 사람이 적어 활기는 덜 했지만, 그만큼 풍경은 더 즐길 수 있었다.


여름의 몰타를 왔다면 해변가와의 추억이 많았겠지만

겨울의 몰타를 와서 더 특별한 추억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정말로 쉬어가는, 정말로 힐링한 느낌이 드는 곳.

내가 사랑했던 이 곳의 피스타치오 커피 한잔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시며 즐겼던 그 여유로움과 소소한 행복은 아직도 여전히 그립다.


슬리 에마에 있는 자리 조차 없는 조그마한 카페



   





매거진의 이전글 소박하지만 화려했던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