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없는 모로코 여행의 일상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날 핸드폰과의 작별을 고한 뒤 나는 그대로 모로코 카사블랑카로 넘어왔다.
이미 비행기표를 끊어 놓은 상태라 핸드폰을 구매할 시간이 없었다. 다행히 친구가 옆에 있어 급한 연락은 다 돌려놓고 그렇게 난 오랜만에 아날로그 세계로 들어왔다.
핸드폰이 없어지자 나만의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늘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던 나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핸드폰만 들여다보던 그 시간이 오롯이 나에게로 돌아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습관처럼 들여다보던 핸드폰이 없어지자
아침에 일어나면 딴 짓 할 것 없이 바로 바깥으로 나와 조깅하게 되었고
늘 핸드폰 속 지도에 의존하며 길을 찾다가 핸드폰이 없어지자
그냥 발길따라 걸어가며 현지의 숨은 곳곳을 찾아다니게 되었고
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걸어다니다 핸드폰이 없어지자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더 집중하게 되었고
어느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늘 만지작거리던 핸드폰이 없어지자
친구와의 대화가 늘었고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하기 시작했고
하루 일정이 끝난 후 숙소에 들어오면 늘 침대에 누워 인스타, 네이버 등을 하던 휴대폰이 없어지자
나혼자 오롯이 오늘 일과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스트레칭하며 몸과 마음 모두 다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아날로그파였던 나여서인지 사실 핸드폰 없이 지냈던 모로코에서의 20여일간의 시간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사람은 원래 적응의 동물이라서인지 핸드폰이 없던 초기에는 허전함이 느껴졌지만
몇 일이 지나자 이내 나는 언제 핸드폰이 있었냐는듯 특별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친구가 있었기에 급한 연락은 가능하여 그렇게 느꼈던 것도 맞긴 하다.
물질적인 풍요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갖게 된 편리함을 무기로
어쩌면 우리 자신은 점점 더 게을러지고 어딘가에 늘 의존하며 살아오고 있지는 않았을까.
핸드폰이 없어지자 내가 꿈꾸던 ‘진짜’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