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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Jun 26. 2020

오묘한 신비스러움에 압도당하다

매력적인 모로코 세계로 들어가 보자



모로코는 북아프리카 도시이지만 스페인과 맞닿아 있어 유럽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기도, 도시 곳곳에 배어있는 이슬람 향기로 인해 아프리카보다는 오히려 중동 느낌이 더 나는 묘한 나라였다. 


모로코 추억의 시작, 카사블랑카


모로코의 첫 시작점은 하얀 집이라는 의미를 지닌 카사블랑카였다.

‘카사블랑카’ 하면 사실 도시보다 영화가 먼저 떠오른다. 아직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이상하게 ‘카사블랑카’라는 단어에서부터 그 묘한 낭만이 느껴졌다.


카사블랑카의 공항과 터미널은 내 머릿속에서 그려지던 ‘모로코’라는 국가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 아프리카답지 않은 잘 정돈된 모습에 조금 놀랍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시내로 들어오자 내가 생각했던 매연으로 가득한 도로, 흙길, 낡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낙후된 느낌에 비로소 난 “아, 내가 정말 모로코를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핸드폰이 없으니 현지 마을 구경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친구 없이 혼자 밖을 나설 때면 늘 친구를 위한 메모지 한 장을 써 붙이고 나갔고 어딜 가든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주변 건물들을 외우며 다니기 시작했다.

카사블랑카에 도착한 후 처음 가보았던 메디나는 지저분한 골목으로 가득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냄새나는 골목’ 임이 분명했다. 또한 메디나의 골목을 누빌수록 눈에 띄는 묘한 이국적인 풍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멈출 수 없었다.


사실 카사블랑카는 딱히 볼 것도 없고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의 다른 도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도시였다. 물론 ‘관광’을 좋아라 하는 한국인의 입맛에는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다 하게 볼 꺼라곤 핫산 2세 사원 밖에 없는 것은 맞는 말이니깐. 하지만 난 그 핫산 2세 사원 하나만으로도 카사블랑카를 들린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모로코에서 가장 큰 규모이자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사원인 이곳에 도착하자 그 어마어마한 사원의 규모가 주는 웅장함이 나의 가슴에 묵직하게 다가왔다. 사원의 화려한 문양과 그 배경으로 깔리는 넓은 대서양 바다는 그곳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느낌이었다. 기도 음악(?)까지 흘러나오자 그 오묘한 신비스러움에 압도당해버렸다. 다른 곳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이 곳만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해가 질 때까지 한참을 거닐었다. 


모로코의 수도, 라밧



처음 라바트는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래도 모로코의 수도니깐 한 번은 가보자는 생각으로 당일치기로 다녀와보았다. 

라밧은 카사블랑카와는 또 다른 모습, 수도답게 도시 도시한 느낌이었다. 나름 깨끗한 길거리와 잘 닦여있는 도로가 아프리카 답지 않은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라바트의 상징인 ‘핫산 탑’은 카사블랑카 핫산 2세 사원만큼 웅장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으로 가득했고 셰프 샤우엔 맛보기로 방문한 아담한 마을 카스 바우 다이아에서 처음 본 파랑파랑함에 난 또 소녀가 되어 버렸다. 



모로코, 과연 위험할까?


모로코를 여행하기 전 사실 약간의 걱정이 있었다.

그다지 겁이 없는 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왠지 아프리카라니깐, 모로코라니깐 왠지 모르게 긴장해야 할 것만 같았고 무엇이든 조심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도착한 카사블랑카 숙소 가는 길.

나는 내 가방과 캐리어를 부여잡고 누가 말이라도 걸면 못 들은 척 앞만 보고 걸어갔다. 숙소가 어디냐며 여기 흙길이라 힘들다며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말 거는 현지인들을 철저히 다 무시한 채 팔다리에 멍이 들어가며 힘겹게 캐리어를 끌고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까 보았던 그 도와주겠다던 사람들이 내가 묵게 된 숙소 옆집 윗집 아랫집 사람들이 아닌가. 순간 그들의 순수한 도움의 손길을 오해한 사실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까 왜 거절했냐며 웃으며 바나나를 건네는 그들에게 차마 ‘이 곳 사람들 위험하니깐.’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사실 여태껏 위험하다고들 이야기하는 여러 국가를 다녀보았지만 실제로 그곳 현지에서 만나는 그들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분명 그곳들에는 진짜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현지인들이 많았다. 간혹 있는, 우리가 조심해야 할 나쁜 사람들 때문에 그곳 이미지가 안 좋게 인식된다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사실상 내가 모로코 여행에서 만났던 친구들 또한 대부분 다 친절하고 순수한 이들이었다. 특히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늘 어디에서 왔냐며, 꼬레아에서 왔냐며, 손뼉 치며 좋아해 주었고 환영해주었다.


공항에서 처음 만났던 이동통신사 직원들은 'Korea soccer'를 부르짖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히 도와주었고, 카사블랑카와 라밧 사원 광장에서 만난 현지 친구들은 수줍게 다가와 ‘Are you Korean?'을 물어보며 환영해주었고, 카사블랑카 숙소 주인아저씨는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해주며 마지막엔 택시 타는 데까지도 나와 직접 배웅해주었고, 길거리를 지나갈 때면 늘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그들에게 답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나 또한 모로코어로 안녕을 뜻하는 ‘살라말리쿰’이라는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나 즐거운지 항상 늘 신나게 웃고 있는 그들. 

경제적으로는 나보다 힘들지 몰라도 어쩌면 나보다 행복지수는 높아 보이던 그들.

그들 덕분에 나의 모로코 여행은 아름답게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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