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세상, 셰프 샤우엔에서의 꿈같은 나날들
오랜만에 장시간 버스를 타고 쉐프샤우엔으로 넘어왔다.
핸드폰이 없으니 그 장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창밖을 바라보는 일, 자는 일뿐이었다.
그렇게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 자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도착한 이 곳.
모로코의 산토리니, 모로코의 스머프마을, 쉐프샤우엔이었다.
파란 마을에서의 완벽한 아침
모로코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던 곳 중 하나가 바로 이 파란 마을이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쉐프샤우엔 사진들을 보고 저곳은 정말 사진처럼 저렇게 생겼을까 하는 의문이 늘 있었다. 그 의문은 쉐프샤우엔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말끔히 해결되었다.
숙소 문을 열고 밖을 나가자 정말 파란 세상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아니, 어떻게 이런 곳이 있지?
그 파란 마을이 주는 첫인상은 강렬했다. 세상에 모든 푸른빛은 다 모여있는 것만 같았다.
온통 파랑파랑한 그곳에 있으니 정말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이윽고 조식 시간이 되어 숙소 루프탑에 올라갔더니 이 곳 전경은 또 예술이다. 웬걸 이렇게 이쁠 수가 없다. 방금 앞에서 보았던 그 파랑파랑함이 하나로 묶어져 한 폭의 푸른 액자를 만들어낸다. 이건 뭐 일반 루프탑 카페 저리 가라다.
날씨는 또 왜 그렇게나 좋은지, 햇빛이 쨍하자 그 파랑파랑함도 더 쨍해졌다.
거기에 새까지 짹짹 울어대고 그 아래에서 조식을 즐기고 있노라면 이보다 힐링되는 순간은 없다.
그 아름다운 뷰를 바라보며 먹는 시리얼 요거트와 과일, 빵, 커피 한잔은 여태껏 먹어본 조식 중 단연 최고였다. 조식의 비주얼도, 맛도, 장소도, 그냥 매일이 완벽한 아침이었다.
카메라 셔터 불나겠네
여행의 재미 중 하나는 바로 현지화.
그들을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렇게 흉내라도 냄으로써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 그 마음으로 난 모로코 현지인 모드로 변신하기 위해 모로코 전통 의상 중 하나인 질레바와 전통신발인 바부쉬를 찾아 메디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현지인 모드로 장착을 완료하고 숙소를 나섰던 이 날이 아마 나의 여행 중 제일 열심히 사진 찍은 날이 아니었나 싶다.
사진 찍고 싶은 곳이 어찌나 많던지 정말 오랜만에 카메라 셔터가 불이 났다. 다 같은 파란 마을이지만 조금씩 느낌이 다 달라서 카메라를 들이댈 곳이 너무나도 많다. 구석구석이 다 그림인 이 곳은 한 곳 한 곳 지나갈 때마다 계속 셔터를 누르게 된다.
특히나 가장 핫한 포토스폿인 이 곳은 기다림이 끝이 없다. 다들 인생 샷 찍어보겠다고 난리이다. 뭐 이렇게까지 기다리면서 찍어야 하나 싶다가도 내 눈 앞에 펼쳐진 저 장소를 직접 보면 기다려서라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 그 말을 100% 완벽하게 실천했던 그 날의 사진 덕분에 지금도 난 그 날을 추억하며 힐링하고 있다.
하늘길이 열였어
쉐프샤우엔을 떠나기 전날 오후 해 질 녘쯤 루프탑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키고 기다리던 때였다.
“와, 이건 뭐지?!”
하늘 위 구름 사이로 몇 가닥의 빛줄기가 내려오더니 곧 하나로 합쳐져 커다란 빛을 뿜어냈다. 그렇게 샤우엔의 하늘에는 환한 하늘길이 열렸다. 이 신비스러운 장면을 눈 앞에서 보고 있자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마치 희망의 길이 열리듯,
내 인생에도 이런 환한 길이 열리길 바라고 또 바랬다.
아마 이 곳을 다시 간다면 난 몇날 며칠이고 여기서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다 하게 할 것이 많고 볼 것이 많은 동네는 아니지만 아기자기함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곳은 안성맞춤이었다.
샤우엔이 유독 좋았던 이유는 파랑파랑한 이 마을이 너무 예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나 순박하고 친근했던 이 곳 사람들과 착한 가격, 전망 좋은 테라스, 심심하지 않은 메디나 거리 때문이었다.
이렇다 할 볼거리가 많은 건 아니지만 그냥 마을 자체가 아담해서, 그냥 테라스에 앉아서, 그냥 메디나 한 바퀴 돌면서, 커피 한 잔 주스 한 잔 하고 있으면 화창한 날씨까지 더해져 그냥 행복이 스며드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