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y moong Jun 27. 2020

세상의 모든 푸른빛을 품다

파란 세상, 셰프 샤우엔에서의 꿈같은 나날들



오랜만에 장시간 버스를 타고 쉐프샤우엔으로 넘어왔다.

핸드폰이 없으니 그 장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창밖을 바라보는 일, 자는 일뿐이었다.

그렇게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 자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도착한 이 곳. 

모로코의 산토리니, 모로코의 스머프마을, 쉐프샤우엔이었다.


파란 마을에서의 완벽한 아침


모로코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던 곳 중 하나가 바로 이 파란 마을이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쉐프샤우엔 사진들을 보고 저곳은 정말 사진처럼 저렇게 생겼을까 하는 의문이 늘 있었다. 그 의문은 쉐프샤우엔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말끔히 해결되었다.



숙소 문을 열고 밖을 나가자 정말 파란 세상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아니, 어떻게 이런 곳이 있지?


그 파란 마을이 주는 첫인상은 강렬했다. 세상에 모든 푸른빛은 다 모여있는 것만 같았다.

온통 파랑파랑한 그곳에 있으니 정말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이윽고 조식 시간이 되어 숙소 루프탑에 올라갔더니 이 곳 전경은 또 예술이다. 웬걸 이렇게 이쁠 수가 없다. 방금 앞에서 보았던 그 파랑파랑함이 하나로 묶어져 한 폭의 푸른 액자를 만들어낸다. 이건 뭐 일반 루프탑 카페 저리 가라다.


날씨는 또 왜 그렇게나 좋은지, 햇빛이 쨍하자 그 파랑파랑함도 더 쨍해졌다.

거기에 새까지 짹짹 울어대고 그 아래에서 조식을 즐기고 있노라면 이보다 힐링되는 순간은 없다.

그 아름다운 뷰를 바라보며 먹는 시리얼 요거트와 과일, 빵, 커피 한잔은 여태껏 먹어본 조식 중 단연 최고였다. 조식의 비주얼도, 맛도, 장소도, 그냥 매일이 완벽한 아침이었다.


카메라 셔터 불나겠네


여행의 재미 중 하나는 바로 현지화

그들을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렇게 흉내라도 냄으로써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 그 마음으로 난 모로코 현지인 모드로 변신하기 위해 모로코 전통 의상 중 하나인 질레바와 전통신발인 바부쉬를 찾아 메디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현지인 모드로 장착을 완료하고 숙소를 나섰던 이 날이 아마 나의 여행 중 제일 열심히 사진 찍은 날이 아니었나 싶다.

사진 찍고 싶은 곳이 어찌나 많던지 정말 오랜만에 카메라 셔터가 불이 났다. 다 같은 파란 마을이지만 조금씩 느낌이 다 달라서 카메라를 들이댈 곳이 너무나도 많다. 구석구석이 다 그림인 이 곳은 한 곳 한 곳 지나갈 때마다 계속 셔터를 누르게 된다.



특히나 가장 핫한 포토스폿인 이 곳은 기다림이 끝이 없다. 다들 인생 샷 찍어보겠다고 난리이다. 뭐 이렇게까지 기다리면서 찍어야 하나 싶다가도 내 눈 앞에 펼쳐진 저 장소를 직접 보면 기다려서라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 그 말을 100% 완벽하게 실천했던 그 날의 사진 덕분에 지금도 난 그 날을 추억하며 힐링하고 있다.


하늘길이 열였어


쉐프샤우엔을 떠나기 전날 오후 해 질 녘쯤 루프탑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키고 기다리던 때였다.



“와, 이건 뭐지?!”


하늘 위 구름 사이로 몇 가닥의 빛줄기가 내려오더니 곧 하나로 합쳐져 커다란 빛을 뿜어냈다. 그렇게 샤우엔의 하늘에는 환한 하늘길이 열렸다. 이 신비스러운 장면을 눈 앞에서 보고 있자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마치 희망의 길이 열리듯,

내 인생에도 이런 환한 길이 열리길 바라고 또 바랬다.




아마 이 곳을 다시 간다면 난 몇날 며칠이고 여기서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다 하게 할 것이 많고 볼 것이 많은 동네는 아니지만 아기자기함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곳은 안성맞춤이었다. 


샤우엔이 유독 좋았던 이유는 파랑파랑한 이 마을이 너무 예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나 순박하고 친근했던 이 곳 사람들과 착한 가격, 전망 좋은 테라스, 심심하지 않은 메디나 거리 때문이었다.

이렇다 할 볼거리가 많은 건 아니지만 그냥 마을 자체가 아담해서, 그냥 테라스에 앉아서, 그냥 메디나 한 바퀴 돌면서, 커피 한 잔 주스 한 잔 하고 있으면 화창한 날씨까지 더해져 그냥 행복이 스며드는 곳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묘한 신비스러움에 압도당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