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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Jul 10. 2020

사하라 사막에 오래 머무는 이유

잠시 시간이 멈춰 있는 곳, 하실바라드




점점 마음이 평온해져 온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사하라 사막을 가기 위해 머무르는 이곳, 하실바라드로 왔다.

버스로 8시간 만에 도착한 이곳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에 내리자 쏟아질 것만 같은 수많은 별들로 가득 찬 밤하늘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사막’이라는 두 글자 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대는 이곳.

해가 뜨고 맞이한 하실바라드는 반짝이는 모래도, 낙타도 아닌, 그냥 흙투성이의 완전 시골 촌구석이었다. 정말 시골 중에서도 시골. 주변에 슈퍼라고는 골목슈퍼 한두 개, 식당 카페라고도 고작 한두 개. 이 보잘것없는 곳에서 난 또 원래 일정보다 더 오래 머무르게 되었다.

 

하실바라드에 도착했던 날, 내 몸은 고장나버렸다. 페스에서의 숙소가 밤에 너무너무너무 추웠던 탓에 결국에는 감기몸살이 오고야 만 것이다. 오랜만에 뜨거운 이마와 몸을 끌어안은 채 여행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정말 하루 종일 잠만 자다가 밖을 나왔는데 따뜻한 햇살이 나를 반겨준다.

빨랫줄에 걸린 각양각색의 옷들은 햇빛 아래에서 조용히 쉬고 있다.

겨울의 유럽을 즐기다 왔던 터라 그런지 이 따뜻함이 나를 더 감싸주는 느낌이다.

나도 의자 하나를 가져와 그 아래에 두고 등을 기대어 누워 앉으니 또 이렇게나 평온할 수가 없다.

저 멀리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을 바라보는데 그냥 머릿속은 텅 빈 듯 내 안의 모든 아픔이 다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흘러내리지만

이 고요함은 어두운 적막함이 아닌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처음 이 곳을 왔을 때 한 달 이상 장기 거주하고 있던 분들이 계셨다.

솔직히 정말 할 것 없는 이곳에서, 볼거리라고는 낙타와 흙뿐인 이곳에서, 왜 저렇게 오래 머무는지, 심심하지는 않은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며칠 더 있다 보니 알 것 같았다.

분명 하루 종일 딱히 볼거리와 할 거리가 있는 동네는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그냥 따스한 햇빛의 기운을 받으며 앉아만 있어도, 시간은 그렇게나 잘 흘러간다. 낮잠 한숨, 커피 한잔, 책 한 권, 다이어리 한번 쓰고 나면 기분 좋은 하루가 벌써 다 흘러가 있다.


이곳은 그냥 잠시 시간이 멈춰있는 곳 같았다.

잠시 현실세계에서 벗어나 잠시 시간이 멈춘 곳에서 진짜 진정으로 몸도 마음도 쉬어가는 곳.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 하실바라드.


이곳이야말로 진짜 힐링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도 지금 여길 갔다면 몇 날 며칠이고 계속 죽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질레바 입고 히잡 두르고 바 부쉬 신고


투어 전 나를 설레게 했던 것 중 하나. 바로 히잡 고르기!

숙소에서 대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나와 친구는 또 신나서 옷장 가득 자리한 히잡을 구경하러 나섰다. 질레바는 페스 숙소 아저씨가 선물해준 것이 있으니 여기에 맞는 칼라풀한 컬러의 히잡을 골라야 했고 그렇게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엔 쨍한 레드로 당첨.


그러자 바로 모로코 친구들이 히잡을 내 얼굴에 칭칭 감아준다. 이게 뭐라고 또 아이처럼 신났다.

질레바에 히잡을 두르고 바부쉬까지 신으니 이곳을 즐길 준비가 200%는 완성된 느낌이다.



이러한 히잡을 두르는 방법은 참 다양하다.

하실바라드에 있는 동안 매일매일 다른 방식으로 히잡을 둘렀던 것 같다.

종교적인 의미만 지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까지 표현하는 하나의 패션 도구로써도 사용된다는 점이 재미있기도 신기하기도 한 경험이었다.


 

지프차 타고 흥나게 달려보자


이곳에서 난 사하라 사막 투어 외에 지프 투어를 하였다.

‘지프’라는 단어가 들어가자 뭔가 익사이팅하고 신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 느낌과 딱 들어맞게 흥겨운 모로코 음악이 울려 퍼지는 지프차에 올라타 사막을 달리기 시작한다. 우리끼리 차 안에서 춤추고 노는 그 소소한 재미가 또 내 마음을 위로해준다.

 

울퉁불퉁한 사막의 길을 달리다 보면 진짜 신기한 신기루를 만날 수 있다. 저 멀리에서 보이는 오아시스가 가까이 다가가니 사라지는 그 신비한 광경을 내 눈앞에서 보니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



또 다른 자연의 신비 중 하나는 바로 암모나이트.

투어 멤버 중 딸과 함께 여행하는 부부가 있었는데 아빠가 딸에게 저 암모나이트를 하나씩 찾아주며 저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이것이 살아있는 자연학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보기 좋고 참 부러웠다. 언젠가 나도 내 아이가 생긴다면 한국의 일상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직접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지프 투어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아마 이곳일 것이다.

드넓은 땅 위에 고작 저 나무가 하나씩 서있을 뿐인데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자 그 아름다운 하늘을 등진 나무 한그루는 또 한 폭의 그림이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으니 그 고요함에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그 와중에 난 고목나무의 매미마냥 저기에 그냥 찰싹 달라붙어버렸고 이후 좋은 사람들과의 색다른 흔적을 남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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