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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Jul 12. 2020

사하라 사막의 네 가지 색채를 담다

사막에서의 일출, 낮, 해 질 녘 그리고 밤




어릴 때부터 그냥 마냥 가보고 싶었던 사하라 사막.

이곳은 그야말로 광활한 대자연. 그냥 이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끝도 없이 펼쳐진 사하라 사막을 낙타를 타고 걷고 있으면 머릿속 모든 잡생각이 다 사라진다.

그냥 이 사막의 모습에만 온전히 집중하게 되어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 와중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고 감성 터지는 음악까지 사막에 울려 퍼지면 잠시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다.


낙타 마사지를 받은 내 엉덩이는 그새 알이 다 배겨버리고

발이 훅훅 빠지는 모래사막 위를 엉거주춤 힘겹게 걸어 나가더라도 

이 사막이 주는 매력을 져버릴 수는 없다.



해 질 녘의 황홀함에 젖어들다


나는 친구와 사하라 사막투어를 1박 2일로 2번 다녀왔다. 한 번은 오전투어, 한 번은 오후 투어.

오전투어는 오전에 출발하여 점심때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고 사하라 사막의 낮과 해 질 녘을 차례로 느낀 후 아름다운 밤을 맞이한다.

오후 투어는 오후 늦게 출발하여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즈음 해 질 녘의 사하라 사막을 맞이하고 이후 동행들과의 아름다운 밤을 맞이한다.


우린 질레바와 히잡, 바부쉬로 사막 갈 채비를 완료한 후 먼저 오후 투어부터 시작하였다.

처음 오후 투어를 했을 때에는 나와 친구, 그리고 우리의 가이드 사이드가 함께 했다. 처음 타보는 낙타는 마냥 신기했고 오순도순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가다 보니 또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렇게 계속 앞으로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이곳엔 어떠한 이정표도, 지도도 없는데 이들은 어떻게 이 길을 다 아는 것일까.

한평생 이곳에서만 살아온 그들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사하라 사막 지도는 어떤 모습일까. 이들이 보내온 사막에서의 삶은 어땠을까.


그 끝도 없는 사막의 어디선가 우리는 잠시 멈추어 가만히 눈 앞에 펼쳐진 사막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앞뒤 양옆 어디를 봐도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은 나에게 뭔가 모를 마음의 위안을 가져다주었다. 



잠시의 쉼을 뒤로한 채 우리는 베이스캠프를 향해 계속 나아갔다. 사이드가 가져온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힙한 모로코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자 몸은 또 덩실덩실 움직이기 시작했다. 높은 언덕을 오를 때면 그 언덕 아래로 비치는 낙타와 그 위에 올라탄 우리의 그림자 모습이 눈길을 끈다. 그럼 또 우린 그걸 놓칠 새라 그림자놀이를 하며 사진을 찍어대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조용하고 드넓은 사막 한가운데 울려 퍼지는 음악과 함께 우리 셋만의 사막을 즐겼다.


모래바람을 피해 히잡을 입에 동여매고 그렇게 몇 시간을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어느덧 해 질 녘이 다가오고 있다. 조금씩 덜컹대는 낙타의 등이 불편해지기 시작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아름다운 풍경을 위해 그 불편함은 잠시 모래 밑에 고이 넣어둔다. 



잠시 낙타에서 내려와 모래사막 위를 걷고 또 걷다 만난 해 질 녘의 노을. 

내 눈앞에는 황톳빛의 모래사막과 붉어지는 하늘, 단 두 가지만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저 모래뿐인 황량한 곳이 아닌 빨갛게 물들어가는 황홀한 사막의 해 질 녘 하늘이 내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이후 오전투어 때 만난 사하라 사막의 해 질 녘은 또 한 번 더 내 가슴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그 광경을 또 놓칠세라 우린 또 근사한 사진으로 남겨본다.

살면서 언제 또 이런 뷰를 볼 수 있을까. 두 번이 아닌 세 번, 네 번, 그 이상 수없이 많이 보더라도 질리지 않을 내 가슴속에 담아두고 싶은 순간이었다.



우리들만의 진솔한 밤에 취해가다


도착한 베이스캠프에서의 근사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면 이미 밖은 암흑으로 뒤덮여있고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과 함께 모로코 친구들이 준비한 모로코 전통음악공연이 시작된다.

모닥불의 감성과 모로코 음악의 흥겨움이 어우러져 이곳은 우리들만의 잊지 못할 밤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어느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오롯이 우리들만이 즐기는 밤에 하나둘씩 취해간다.

그렇게 다 함께 음악에 몸을 맡기고 즐기다 보면 어느덧 하늘은 더 깜깜해지고 별은 더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까만 하늘에 별빛 바다가 펼쳐지는 느낌이다. 하늘에 수놓은 별들과 그것들이 이루어내는 은하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우린 그렇게 의자에 나란히 누워 말없이 그 깜깜한 밤하늘과 그 속에서 빛나고 있는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끼리 춤을 추다가도, 게임을 하다가도,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누군가 한 번씩 ‘와, 하늘 봐’라는 한마디가 나오면 우린 모두 잠시 그 하늘에 빠져들어 우리의 사이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흐른다. 



별을 보고 있으면 그 어떠한 말도 필요하지 않다.

그냥 ‘너무 좋다.’라는 한마디에 모든 감정이 들어가 있다.

그러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면 순간 소원을 빌지 못한 것을 아쉬워할 뿐이었다.

이곳에서라면 나의 말 못 할 비밀이라도 다 털어놓을 것만 같은, 다른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내가 나 자신에게도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해질 수 있는, 그런 진솔한 밤이 흘러갔다.



이 아름다운 밤의 순간을 우린 또 ‘사진’을 통해 남겨둔다.

새벽이 되어서도 우린 우리들만의 추억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차가워지는 온도에 가져온 모든 옷을 껴입고도, 시린 손을 비비 가면서도, 우린 이 밤이 아쉬워 어느 누구도 텐트로 돌아가지 않았다.

다시 오지 않을 이 밤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어디선가 또 장작을 구해와 모닥불의 불씨를 키워나갔다. 그만큼 우리의 밤도 길어졌다.



조금씩 사막의 기운이 퍼지다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간 텐트 안은 듣던 대로 얼음장이다. 텐트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에 몸을 웅크린 채 자는 듯 마는 듯 몇 시간을 뒤척이다 보면 어느덧 가이드의 기상소리가 울려 퍼진다.


펴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1분 만에 짐을 싸고 나오면 어느새 조금씩 밝아지는 사하라 사막을 느낄 수 있다. 또다시 푹푹 빠지는 모래사막 위에서 신발도 벗어던지고 맨발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 힘겹게 오른 언덕 모래 위에 그냥 털썩 주저앉아 거칠어진 숨을 거둔다. 아침이라 너무 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며 일출을 기다리다 보면, 잠시 후 조금씩 밝아져 오는 사막의 기운이 느껴진다. 



떠오르는 해를 보니 무언가 감동이다. 오늘도 이렇게 감사한 하루의 해가 떴구나. 

1월 1일 새해 일출 말고는 딱히 기억에 남는 일출은 본 적은 없던 나에게 사하라 사막에서의 일출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마치 밤사이 잠시 쉬고 있었던 이 사막의 모든 에너지가 조금씩 꿈틀대며 살아나는 느낌. 

그 동그란 해가 다 떠오르고 나면 마치 ‘나 이제 다 준비됐어. 여기로 와’라고 말하는 느낌.

고요한 일출과 사막 모래 위로 흩날리는 바람, 그것이 만들어낸 아름다움 속에 스며들어갔다.



강렬한 태양과 만나다

오전투어에서 만나는 사하라 사막의 오후는 그 어느 때보다 햇살이 뜨겁다. 강렬한 태양 아래 모래 또한 빨갛게 그을려진 느낌이다. 



뜨거운 햇살 아래 몇시간을 가다보면 드디어 저 멀리서 베이스캠프가 보인다. 

텐트 안에 짐을 풀어놓고 샌드 보딩을 차례로 한 번씩 하고 내려오면 동행들과의 수다는 시작된다. 나무 그늘을 찾아 그 아래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으면 마치 사막 소풍을 온 느낌이다.

사막을 바라보며 사막 위에서 나누는 우리의 수다. 처음 만난 우리이지만 왠지 모를 편안한 느낌이 든다. 

나무 그늘 밑에 옹기종기 모여 노닥거리다 보면 사진 찍으러 가자는 가이드의 호출이 이어진다.


또다시 모래사막 위를 힘겹게 올라가 흔적 없는 사구에 나의 첫 발자취를 남겨본다. 그곳에 잠시 앉아 내 눈앞에 펼쳐진 높고 낮은 사구의 능선과 그 위로 흩날리는 모래바람, 그것이 만들어낸 모래 무늬를 바라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

그 자연 속에서 우린 또 근사한 사진을 남겨댄다.





지나고 나니 더 그리운 사하라 사막.

이 값진 두 번의 투어 동안 나는 참 행복했다.


으슬으슬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감싸지만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던 사막에서의 아침과

강렬한 햇빛 아래 조금씩 익어가는 모래사막 위에 누워 힐링하던 사막에서의 낮과

감성 터지는 하늘 색감과 어우러진 황톳빛 모래와 함께 한 사막에서의 해 질 녘과

깜깜한 밤하늘에 별과 은하수가 쏟아질 듯 가득했던 사막에서의 밤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또 각각의 투어 동안 각기 다른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과 너무나도 신나고 흥나는 사막에서의 시간을 보내서, 그것만으로도 나의 사하라 사막 여행은 최고였다.  


사실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햇빛 쬐며 끝도 없는 사막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의자에 다 같이 누워서 떨어지는 별똥별만 세고 있어도

그냥 그 자체로 너무나도 좋았다.


모래에 발이 푹푹 빠져 걷기가 힘들어도

건조한 날씨에 피부가 갈라져도

미친 새벽 추위에 벌벌 떨며 자야 해도

그래도 지금도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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