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여행 후기
10월 초에 개천절, 추석, 한글날의 황금 연휴가 있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이 모든 날을 다 쉬는 건 아니었지만, 휴가를 몇 일만 내면 길게 쉴 수 있었고, 이 기간을 활용해 한국에 있는 친구와 베를린 여행을 하게 되었다.
6박 8일의 여행 일정이었다.
아래 세 가지 내용이 이번 글의 목차이다.
1. 전반적인 후기
2. FAQ
3. 흥미로운 사실
나에겐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지만 만약 관광지 특유의 바이브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다른 유명한 유럽 관광지를 먼저 갔다온 뒤에 베를린 여행을 하는 걸 추천한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고 내향인이 다니기 좋은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관광지를 다니면 기가 빨리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인구 밀도가 낮은 점도 좋았다. 서울보다 큰 도시인데 인구는 340만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베를린에서는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지만 서울이나 맨해튼처럼 미친 인구밀도인 곳에 있다가 온 사람으로서는 아주 쾌적한 곳이었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고 웰컴 패스나 뮤지엄 패스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방문할 수 있다.
(들고 다니던 가방이 좀 무거워서 다음 여행부터는 무조건 가벼운 천가방을 들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게 힘든 나이... 웃긴 건 에코백도 캐리어에 넣어 왔었는데, 마지막 날에 다시 짐 정리하기 전까지 발견을 못해서 무거운 (사실 그렇게 무겁지도 않음) 가죽 가방을 들고 다녔다)
ㅇ 현금 환전 필요한지?
간혹 현금만 가능한 곳이 있고, 미술관의 물품보관 라커는 코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은 현금을 가지고 가는 게 좋다.
내가 여행할 때 현금 결제가 필요했던 건 케밥집 밖에 없었다. (다른 곳은 다 카드 사용)
ㅇ 대중교통 어떻게 타는지?
모바일로 티겟을 구매하거나 오프라인에서 실물 티켓을 구매하고 activate하면 된다.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플로 편하게 구매하면 된다. 지역마다 어플이 다르다고 하는데, 난 베를린만 여행해서 BVG를 이용했다. 웰컴 패스에 교통권까지 포함된 거로 하면 좋다. 난 3일은 웰컴패스에 교통권 포함해서 다녔고, 나머지 3일은 매일 24시간 권을 구매했다.
지하철, 버스, 트램, 기차를 탈 때 별도로 티겟을 찍는 곳이 없다. 그냥 타면 된다. 어쩌다가 검표원이 타서 사람들에게 보여달라고 하는데 그 때 보여주면 된다. 나는 여행하는 동안 딱 한 번 지하철에서 검표원을 만났는데 그 때도 내 쪽으로 안 오고 반대쪽으로 가서 내 티켓은 확인하지도 않았다.
포츠담과 베를린 공항은 참고로 C존이다.
ㅇ 인종차별이 있는지?
내가 여행하는 동안 인종차별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일단 독일인들이 엄청 친절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 뭔가 물어보거나 요청하면 필요한 건 딱 잘 들어준다. 베를린 여행하면서 유색인종은 거의 없어서 신기했다. 인종차별 당하면 어떻게 할 지 시뮬레이션하고 갔었는데 다행히 안 당했다.
ㅇ 미술관과 박물관 코인 라커는 돈이 다시 나오는지?
다시 나온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코인을 준비해서 가야한다.
ㅇ 조각상들이 조금 기괴하달까 무섭달까. 뭔가 불편했다. 다른 유럽 국가를 여행하거나 미국에서도 여행하면서 이런 저런 조각상들을 많이 봤는데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색깔 때문에 그런 건지, 바로크 스타일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조각상들이 이탈리아 조각상에 비해서 날씬한데 날씬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ㅇ 중고샵이 많고 벼룩시장도 활성화 되어 있다. 사람들도 많이 사는 거 같았다. 사치하지 않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ㅇ 자전거를 많이 타고 대중교통에서 잘 안 앉는다. 관광객으로서 하루에 2만보씩 걸어다녔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트램을 타면 무조건 눈에 불을 키고 앉을 자리를 찾아서 앉았는데, 현지인들은 별로 잘 안 앉는 느낌이었다. (이건 뉴욕에서도 동일하게 느낀다.)
ㅇ 날짜를 표기할 때 "일-월-연"으로 쓴다. 한국은 "연-월-일", 미국은 "월-일-연"이라서 이 두 가지는 익숙한데, "일-월-연"은 익숙하지 않아서 신기했다. "09-11-2025"라고 써 있으면 미국식으로 바로 2025년 9월 11일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저건 독일에서는 11월 9일이다.
ㅇ 오디오 가이드에 나오는 영어는 영국 영어다. hop on hop off 버스 (포츠담)에서 있는 영어 오디오 가이드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빌려주는 영어 오디오 가이드는 다 영국 영어이다.
(베를린 hop on hop off 버스에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서 좋았다. 반가운 한글!)
ㅇ 오디오 가이드가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오디오 가이드는 거의 다 무료 대여였다. 그냥 보면 뭔지 잘 모르는데, 뭔가 설명을 들으면 좋은 느낌이었다.
ㅇ 하루를 늦게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아침에 문을 연 카페나 식당도 거의 없고, 관광지들도 입장 시간이 늦다고 생각되었다. 다들 여유롭게 시작을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