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같은 포장 이사는 없음
또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쓴다. 손가락이 부러진 것도 아닌데 한 번 안 쓰다 보니 다시 쓰는 게 쉽지가 않았다. 임신이라는 합법적으로 게으를 수 있는 핑계가 있어서 그런지 더 당당하게 게을러진 느낌이다. 그런 와중에 글 쓰려고 모아둔 주제 리스트만 터지려고 한다.
이사는 작년 11월에 했다. 사실 한국 내에서는 남편이랑 이사를 해 본 적이 없다. 첫 신혼집에 살던 중에 남편이 미국 발령이 나서 컨테이너로 짐을 싹 보내고, 내 짐만 일부 빼놨다가 들고 온 케이스였다. 미국 첫 집 계약 기간이 18개월이었는데 (보통 1년이다), 그 기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미국 첫 집이 위치도 좋고 신축이라서 건물 컨디션도 좋고, 그리고 아파트를 소유한 부동산 회사도 일처리도 깔끔하고 서비스도 좋아서 웬만하면 그대로 살 예정이었다. (물론 주변 아파트에 비해 평당 가격이 좀 비싸긴 했다)
그런데 혹시 몰라서 남편이 이곳 저곳 알아보다가 괜찮은 조건의 집이 있어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던 학창 시절에 꽤나 이사를 많이 다녀봐서 (내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4번 정도 된다. 아마 부모님은 해외 생활까지 합치면 7~8번 이사를 하시지 않았나 싶다) 이사라는 게 얼마나 피곤하고 힘든 일인지 알기에 최대한 이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뭐 인생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법. 결국 이사를 했고, 지금은 잘 정착해서 살고 있다.
미국에서는 임대 전문 부동산 회사가 아파트를 소유하고 렌트를 주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한국처럼 각 집마다 주인이 있고 주인이 직접 살거나 렌트를 주는 경우가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아무래도 회사가 진행하는 경우는 좀 더 프로페셔널하고 쓸데 없는 에너지 낭비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개인과 거래를 할 때처럼 네고가 되거나 그런 건 없다. 개인 집주인과 거래하는 경우는 회사를 상대하는 것보다 피곤할 수 있고, 나중에 이런 저런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지만, 월세나 계약 조건을 네고하는 게 더 쉽다.
좋은 개인 집주인 >> 좋은 부동산 회사 >>> 별로인 부동산 회사 >>>>>>> 별로인 개인 집주인
이런 느낌이다.
우리의 미국 첫 집은 부동산 회사 소유였고, 지금은 개인 집주인이다.
보통 계약 기간은 1년이다. 1년반이나 2년을 계약할 수 있다면 운이 좋다고 볼 수 있다. 렌트는 매년 재계약을 할 때 보면 꽤나 가파르게 올라간다.
나도 미국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기 떄문에 정확하게 얼마라고 알지는 못해서 검색을 좀 해보니, 뉴저지는 학군이 좋은 지역은 지난 10년간 매년 6~15% 상승해왔다고 한다.
뉴욕은 새로 당선된 맘다니가 렌트 상승 동결을 시켰다고 해서 상승할 수 있는 최고치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찾아보니 "2025년 가을부터 적용되는 뉴욕시 렌트 안정 아파트(약 100만 가구 이상)의 임대료는 1년 계약 시 최대 4.5%, 2년 계약 시 최대 7.75%까지 인상될 수 있습니다"라고 나온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내가 경험한 이사는 한국 기준으로 반포장 이사이다. 한국은 포장 이사를 하면 싹 다 포장해서 새 집에 싹 다 풀어서 잘 정리해 주는데, 미국은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 포장 이사라고 해봤자 한국의 반포장 이사다. 일단 업체에서 와서 포장은 싹 다 해준다 (자잘한 그릇 등 모든 걸). 그리고 옮겨주는데, 옮기고서 큰 것 (소파, TV, 침대, 책상, 식탁, 운동 기구 등)만 까주고 자리를 잡아준다. 나머지 자잘한 짐은 다 박스 채로 옮겨만 주기 때문에 박스 지옥에 빠진다. 이사 한 번 하고 나면 박스랑 완충제들이 엄청 나와서 환경에 진짜 안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인 업체를 이용했는데, 매니저 같은 높은 분 한 명만 한국인이고 나머지는 스페니쉬 계열 분들이셨다. 한국인분은 주방에서 좀 섬세한 그릇 싸는 작업을 하시고 힘 쓰는 건 주로 젊은 스페니쉬 계열 분들이 하셨다. 현장에서 이사가 끝나고 별도로 팁을 매니저 분한데 드렸다. (처음에 얼마 줘야되는지 몰라서 남편이 100불을 줬는데, 매니저 분이 너무 많다고 50불만 줘도 된대서 50불을 줬다. 알아서 잘 나눠 가지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