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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 매니저 Nov 16. 2024

이탈의 90프로는 세일즈 시점에 발생한다

올바른 고객에게 판매해야 하는 이유

요즘 업계 동료들과 스터디하고 있는 책이 있는데, 거기서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Dave Kellogg, CEO at Host Analytics, recently said this to me: 

"Ninety percent of all churn happens at the time of sales." In other words, at least in his business, almost all churn happens because they've sold to the wrong customer. 

(Nick Mehta, Customer Success (Wiley), 75) 


[번역]

Host Analytics의 CEO인 데이브 켈로그는 최근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이탈의 90%는 판매 시점에 발생합니다.” 즉, 적어도 그의 비즈니스에서는 거의 모든 이탈이 잘못된 고객에게 판매했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뜻이다. 



해당 내용이 나온 챕터의 (Chapter 5. Law 1: Sell to the Right Customer)의 주된 요지는 우리가 타겟하고 있는, 우리의 프로덕트가 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바로 그 고객에게 팔아야 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들도 분명히 올바른 고객을 찾으려고 노력을 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적어도 많은 스타트업들은 최소한 페르소나를 그리고 그 고객이 원하는 것들과 그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마케팅과 세일즈 그리고 서포트를 할 것인지 고민을 하긴 한다.


다만 그들이 상정한 페르소나가 진짜 맞는 페르소나인지 확언할 수 없다. 생각해던 페르소나는 A라는 것인데, 사실 실제 유저들 입장에서는 A는 이걸 쓸 이유가 없고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반면에 B가 더 이걸 좋아하고 실제 유용하다고 생각하며 돈을 낼 의향을 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미스 매치를 꽤나 많이 봤는데,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다시 한 번 재정비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세일즈가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제품을 팔아오는 것이 세일즈 잘못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이 모든 사태는 조직에서 어떤 고객에게 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고, 그리고 그에 맞는 제품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조직적으로 이에 대해 공유하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많은 기업들은 엔터프라이즈를 겨냥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한다. 처음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만들어서 팔다보니 엔터프라이즈가 매출을 크게 올려주다 보니, 엔터프라이즈 향으로 팔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진짜 우리 제품이 그 정도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지켜본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게 좋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어쩌다 얻어 걸린 대형 고객사의 뽕에 취해서 엔터프라이즈 향으로 가고 싶어한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를 수 있다. 만약 제품이 그 정도의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 올바른 고객에 대한 페르소나를 다시 정비하고 그에 맞춰 세일즈도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정말 초기에 상정한 엔터프라이즈 고객에게 팔고 싶다면 그 고객이 원하는 정도의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X와 Y가 미스매치가 되어 문제가 된다면 X를 바꾸거나 Y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둘 다 바꿔서 중간에 만나는 걸 해도 되지만, 글쎄 어떤 게 가장 리소스가 덜 들지는 모르겠다.


위의 방법에서는 아무래도 (2)보다는 (1)이 리소스 차원에서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리소스만 생각하기 보다는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제품가 비즈니스가 경쟁력이 있으려면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세일즈는 조직을 먹여살리기 위해, 그리고 그게 본인들의 직무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신규 매출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팔지 않으면 스타트업의 대부분에서는 해당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알아서 일어나는 매출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진짜 열심히 팔아오고 매출을 하기 위해 일단은 누구에게 뭐라도 팔려고 노력한 것은 이해하는 바이다. 그리고 그런 열정에 감사하는 바이다. 다만, 맞지 않는 고객에게 팔았을 때 결국에는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일어날 뿐이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올바르지 않은 고객에게 제품을 팔았을 때에는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난다. 일단 SaaS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반복 매출 (Recurring Revenue)이다. 이탈(Churn)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다. 한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해 들어간 시간, 돈, 인력이 낭비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품에 대해 좋지 않은 피드백과 소문이 날 수도 있다. 브랜딩에 좋지 않게 된다.


조금 다른 비유를 해보자면 우리가 가진 그물이 있는데, 그 그물이 촘촘하지 못해서 일정 크기 이상의 물고기만 가둘 수 있다고 하자. 그러면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일정 크기 이상의 물고기를 잡아 넣어야 하는데, 자꾸 작은 물고기만 잡아 넣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서 넣은 데에 힘은 힘대로 들고 결국 물고기는 그물망 사이를 빠져나가서 남는 것은 없는, 그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탈에 대한 화살을 CSM 조직에만 돌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만약 CSM이 잘못해서 이탈이 발생하는 것 같다면, 그 구성원들을 바꾸면 이탈이 줄어야 한다. 하지만 CSM 구성원을 바꿔도 이탈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상하게 팔아온 세일즈에 손가락질을 하거나, 구린 제품을 만들었다고 제품팀을 욕하는 것도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다. 이탈을 줄이고 싶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무엇을 고쳐야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전사적으로 조직의 결정권자들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해당 책은 내가 일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해 놓아서 꽤나 재밌게 읽고 있다. 다만 한국어 번역본은 없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은 영어로된 원서를 읽어야 된다. 책 정보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www.amazon.com/Customer-Success-Innovative-Companies-Recurring/dp/1119167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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