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커뮤니케이션 (대내편)
이전 글에서 커뮤니케이션 “대외편”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대내편”이다. 외부 커뮤니케이셔보다 같은 회사 동료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수월하고 쉬울 거라는 방심을 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경우는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보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골치 아픈 경우가 있다.
CSM이 마주하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대상은 크게 4가지 그룹으로 나뉜다
세일즈
기획
개발
상급자
외부 커뮤니케이션 만큼 중요한 것이 내부 커뮤니케이션이다.
외부에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더라도, 내부에서 잘 못하면 일하기가 아주 어려워지기 때문에 내부 커뮤니케이션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위의 4가지 그룹을 하나씩 살펴보자.
세일즈와 자주 싸울 수 있다.
보통 세일즈팀과 CSM팀이 나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세일즈에서 클로징이 된 고객사를 CSM에서 담당하여 교육 및 관리를 하게 된다. 이 때 문제가 되는 건, 고객이 세일즈 미팅에서 얻었던 ‘기대’와 실제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현실’의 괴리이다.
세일즈에서는 판매를 위해서 조금은 부풀려서 판매를 하게 된다. 고기 냄새를 풍겨야 고기를 살 것 아닌가. 냄새만 좋고 실제 맛이 없는 고기라면 CSM 입장에서는 아주 난처하게 된다. 어느 누구도 실제로 잘못한 건 없기 때문이다.
세일즈에서 조금의 양념을 치는 것, 고기 냄새를 맛있게 풍기는 건 그들의 역할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 ‘이 고기는 냄새는 좋지만, 사실 실제로 구워 먹으면 고객들이 질기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팩트만 말해서는 판매가 어렵다.
실제로 세일즈 업무도 해 본 사람이라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고,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바이다. 하지만 ‘뭐든지 다 된다, 뭐든지 다 해준다’는 식으로 판매가 되면 뒷처리를 하는 CSM 입장에서는 아주 난감하게 된다.
세일즈에서도 인지를 해야 되는 점은 불완전 판매 (이 단어를 여기에서 쓰는 게 조금 웃기긴 하지만, 적합한 단어이기도 하다)를 하게 되면, 결국 이탈이 일어나게 되고 회사의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라는 차원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CSM은 세일즈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고, 고객과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었는지 그들이 솔루션을 구매하게 된 주요 니즈가 무엇인지를 잘 전달 받아야 한다. 만약 계속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고, 일이 꼬이는 것 같다면 세일즈 미팅을 함께 참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세일즈 담당자와 친해진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들이 많다. 가령 고객사의 니즈에 대한 정보를 보다 디테일하게 전달 받을 수 있다든지, 연락이 안 되는 상황에서 세일즈 담당자가 컨택을 도와줄 수도 있다.
반대로 세일즈 담당자도 CSM 담당자와 친해지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직접 F/U하거나 세일즈 중에 서포트를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때 CSM과 친하다면 CSM에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기획과도 자주 싸울 수 있다.
필요한 기능이 없어서, 출시 일정이 지연이 되어서 고객사의 불만이나 이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중요하게 전달하면 좋은 것들은 다음과 같다.
이 기능이 왜 필요한지 (요청하는 고객사가 빅 클라이언트라든지, 이 기능이 없으면 다수의 고객사가 이탈이 될 수 있다든지)
언제까지 필요한지
어떤 식으로 구현이 되어야 하는지 (니즈가 구체적일 수록 좋다)
현재 다른 필요한 기능들이 많이 밀려 있는데, 우선 순위는 어떤 것이 높은지
CSM 입장에서는 이게 중요하다는 걸 왜 모르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팀마다 접할 수 있는 정보와 양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모를 수 있다. 고객과 시장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CSM이다. 제품/서비스를 기획하고 그 안의 로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기획이겠지만, 실제로 어떤 식으로 쓰이는지, 기획 의도랑 다르게 쓰이고 있다면 왜 그런 것인지, 어떤 부분이 필요하다고 고객들이 말하는지 등은 CSM이 알고 있는 정보이며, 이를 기획에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권리이면서 의무이다.
신기능이 필요한 경우에는 최대한 상세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고객사에서 원했던 기능과는 다른 형태로 나와서 결국 고객사에서는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발과도 자주 싸울 수 있다.
버그는 왜 이렇게 많이 생기는지,
개발 일정은 왜 늦어지는지 (일정에 대한 부분은 기획쪽과 이미 싸웠을 수도 있다),
기능이 왜 제한적으로만 작동이 되는지
개발자들에게 불만이 많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불만을 전달할 때에는 다른 파트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보다 조금 더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뭔가 문제가 있음을 전달하고 개선을 요청할 때, 방어적인 태도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아마 자기가 만든 것에 대해 비난하거나 공격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 수도 있다. 또는 기획한 대로 만들어준 건데, 왜 갑자기 다른 소리를 하는건지. 기획에 없는 기능이 없는 게 당연한데, 왜 안 되냐고 자신들에게 말하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다.
이번에 언급하는 세 파트를 비교하자면, 세일즈 > 기획 > 개발 순으로 화술이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순서로 맷집(?)도 있는 것 같다.
세일즈는 좀 치고 박고 싸우더라도 의외로 뒤끝은 없는 경우가 많다.
세일즈 쪽도 산전수전 다 겪은, 인간으로부터 올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기획도 사실 여기 저기서 불평 불만을 듣고 조율해야 되는 입장이다보니 서로 조금 감정이 상했어도 어쨌든 그럭저럭 잘 마무리해야 한다.
반면 개발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조심해서 말해야 하는 느낌이다. (모든 개발자들이 그런 건 아닌 건 나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체득한 팁으로는 "잘한다, 고맙다" 등 칭찬과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면 생각보다 굉장히 좋아한다. (세일즈나 기획 쪽보다 훨씬 더)
아무래도 저런 말랑하고 긍정적인 말을 일하면서 별로 들어 보지 않았고, 들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회사 문화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상급자의 말은 따라야 되는 편이다.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면 당연히 따르는 문화일테고, 비교적 수평적인 조직이라도 아무래도 윗선에서 결정을 하고 책임을 지는 편이다.
상급자와 싸워봤자 나에게 좋을 건 없다. 다만 회사의 입장에서도 지금 이 고객사에 대한 건이 왜 중요한지, 실무적으로 이게 풀리지 않았을 때 어떤 이슈가 발생할 수 있을지 등을 미리 내부적으로 공유를 했어야 한다.
공유를 할 때에는 감정은 빼고, 팩트 위주로 조목조목 잘 정리하여 공유하여야 하며, 정량적인 데이터까지 뒷받침 된다면 금상첨화이다. 구두로만 공유하지 말고, 슬랙 / 이메일 등으로 서면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정말 중요한 사안이라면 묻히지 않게 몇 번씩 다시 언급할 필요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감정을 빼고’이다. 답답하고 화가 날 수도 있지만, 공격적인 자세는 접어두고 잘 포장해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 커뮤니케이션 (대외편)과 (2) 커뮤니케이션 (대내편)의 교훈은 결국,
“싸우지 말고, 잘 말해야 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해 관계가 얽혀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나도 불쌍하지만 너도 불쌍하구나’라는 인류애가 생기면서 보다 평화로운 문제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