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제품/기술 지식 & (3) 시장/고객 지식
첫 번째 역량인 “커뮤니케이션”을 두 개로 나눠서 썼는데, 두 번째 역량인 제품 지식과 세 번째 역량인 시장 지식은 한 번에 올리겠다.
첫 번째 역량은 지식적인 측면이라기 보다 스킬에 가까웠는데, 두 번째 역량과 세 번째 역량은 지식에 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했을 때, 선천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재능이 없는 경우는 두 번째 역량과 세 번째 역량을 키워서 전문성을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일즈도 그렇지만 CSM 중에서 가끔 현란한 말빨을 가져서 대내외로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실력이 없다면 입만 털어서는 오래 갈 수 없다. 전문가처럼 보이는 것과 전문가인 것은 차이가 있다. 보통 내가 경험한 B2B SaaS 회사들은 엄청난 지식이 있어야 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몇 몇몇 회사들은 컴공 학사가 있거나 기술적인 백그라운드가 필수 사항인 경우도 있다.
링크드인에서 CSM 관련된 채용 공고를 몇 가지 가져와 봤다.
<일반 CSM> (예시: 애피어, 인사이더)
애피어 (Appier) CSM 모집 공고
인사이더 (Insider) CSM 공고
<테크 중시 CSM> (예시: IBM, AWS)
AWS CSM 공고
IBM CSM 공고
(참고로 내가 몸을 담았던 & 담고 있던 곳들은 일반 CSM이다.)
어찌되었건 우리 회사의 제품, 내가 담당하는 솔루션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세일즈보다 더 기술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며, 실제로 업무를 하다보면 세일즈보다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훨씬 더 제대로 알게 된다.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거는 어떻게 보면 dog fooding (도그푸딩, 개밥먹기)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 CSM 이라는 거다. 그리고 그 덕분에 자사 제품에 대해서는 회사의 어떤 누구보다 빠삭하게 알 수 있게 된다. 만약 CSM 분들 중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니 반성해야 한다.
[참고] dog fooding (도그푸딩, 개밥먹기): 도그푸딩이란 '자신의 개밥은 자신이 먹어라(Eat your own dog food)'라는 말에서 유래한 IT 업계 용어로, 자사의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부인들이 먼저 열심히 사용해 보고 개선하는 걸 의미한다.
(여담이지만, 도그푸딩을 정말 많이 하는 직무에 있는 사람으로서 도그 푸딩 안 하는 사람들 정말 싫다… 개밥을 조금만 먹어도 자기 회사의 제품이 어떤 식으로 기능하고 한계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할수 있는데, 안 먹으면 전혀 알 수가 없다. 만약 직무상 별로 상관이 없는 곳이라면 그러려니 하지만, 직무상 도그 푸딩을 해야 되는데 안 한다면 진짜 너무 별로다. 그런 곳은 발전할 수 없다.)
예를 들어서
(1) 우리 회사 제품의 첫 페이지에서 “구매 전환율 best 5 제품”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제품 리스트는 전체 상품의 평균 조회수보다 높은 조회수를 가진 것들 중에서 구매 전환율이 높은 5개를 보여준다든지
(2) 맥시멈 2년까지 조회가 가능한데, 이는 매체에서 제공하는 api 자체가 2년까지 밖에 안 된다는 점이라든지
와 같이 제품에 대한 디테일을 전부 다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 고객사에서 질문이 나왔을 때 빠르게 대답을 해줄 수 있다. 채팅이나 이메일과 같이 문의와 답변에 조금의 텀은 둘 수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회의를 진행하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중에 문의가 들어왔을 때, 바로 정답을 말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나누는 차이라고 생각한다. (회의나 전화 중에 질문이 왔을 때, 잘 모른다면 확인하고 메일로 안내드리겠다고 답변을 드려도 되긴 하다)
어찌보면 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면 쌓이기 때문에 경험 기반 학습 (Learning by doing)이라고 할 수 있다. 근속 기간이 늘어날 수록 제품과 고객들의 의견에 대한 히스토리를 누적해서 알아가기 때문에 지식도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알게 된 건 머리 속에만 넣어 두지 말고, 문서로 정리해 놓으면 좋다. 너무 많은 정보가 있기 때문에 머리로만 기억하는 건 정확성이 떨어질 수도 있고, 나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하기에는 문서화가 안성맞춤이다. 놀리지 베이스 (knowledge base)를 하나 만들면 꽤나 유용하다. (놀리지 베이스에 대한 글은 따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우리 회사의 솔루션에 대한 지식 외에도 “시장과 고객”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한다. 흔히 도메인 지식이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이란 특정한 전문화된 학문/분야의 지식을 말하는 데, 회사에서는 회사가 속한 산업과 주요 서비스 및 상품에 대한 지식(Business Knowledge)을 말한다. 도메인(domain)이란 단어는 영토, 분야, 영역, 범위를 뜻하는 단어(예를 들어 소유지, 토지 소유권(법률) 등)였으나 인터넷 주소의 의미로 확장되었다. 어떤 전문 분야에 대해 얘기할 때 해당 도메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와 같이 사용된다.
(도메인 지식과 관련된 참고 글:
https://brunch.co.kr/@bluemarble/63
https://sorrow16.tistory.com/130 )
(1) 시장에 대한 지식 (경쟁사와 업계)
시장에 대한 지식은 아무래도 경쟁사나 내가 속한 산업에 영향을 주는 이슈들을 의미한다. 경쟁사에 대한 스터디는 필수이다. 물론 이 스터디의 목적은 경쟁사에 있는 기능을 우리도 다 만들어야 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비슷한 제품은 어디에나 있다. 고객들은 솔루션을 도입하기 전에 다양한 옵션을 찾아보고 물어본다. 우리 제품에 대해 아는 것 만큼 경쟁사 제품을 빠삭하게 아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솔루션을 사용하는 게 왜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려면 경쟁사 제품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가끔 전혀 다른 분야의 제품을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고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에도 그 차이를 고객이 이해할 수 있게 잘 설명해주는 게 필요하다. ‘이건 전혀 다른 건데 왜 물어보지?’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가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쉽게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업계에 있다 보면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게 사실 외부인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경쟁사 말고 업계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업계에 대한 지식 안에 경쟁사에 대한 지식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여기서 내가 두 개를 구분한 건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속한 시장이 광고 쪽이라고 한다면, 디지털 광고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들 (iOS와 SKAN 등) 광고 산업의 구조 (랩사와 대행사의 차이, 광고주와의 관계 등), GA4 전환에 따른 이슈, 기여 측정에 대한 여러 기준 등에 대한 내용을 업계 지식이라고 볼 수 있다.
(2) 고객에 대한 지식
고객에 대한 지식도 빼놓을 수 없다. 예를 들어서, 우리 솔루션을 사용하는 주된 고객이 이커머스 산업이라고 하면,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커머스에서 중요하게 보는 핵심 지표들이 어떤 것인지,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체크를 하고 있는 것인지,
현재의 한계점은 어떤 것인지
이커머스에서 요즘 핫한 트렌드는 어떤 것인지,
이런 부분들을 알아야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도메인 지식이 없이는 보다 깊은 차원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없고, 도메인 지식이 있다면 제품 개선이나 컨설팅 등에 있어서 보다 인사이트가 있는 내용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우리 회사의 제품의 CRM 솔루션이라면 이 솔루션을 활용해서 하는 CRM 마케팅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우리 솔루션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 기능을 통해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고,
어떤 시나리오를 짜서 성과를 어떻게 올릴 수 있는지
까지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런 제안은 공짜가 아니다. 비싼 솔루션 가격에 해당 서비스가 녹여져 있는 경우도 있고, 별도로 비용을 받는 경우도 있다.
세 가지 포인트를 각각 하나씩의 글로 나눠서 올릴까 하다가 1번이 분량의 생각보다 길었고, 2번과 3번은 분량이 길지 않아서 합쳐서 올렸다.
글을 쓰다보니 따로 빼서 상세하게 다뤄야 되는 주제들이 생각나서 잘 모아 놓았다.
좀 더 읽기 편하고 쉬운 글을 쓰려고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