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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안 해? 애는 안 낳아?

한국인은 오지랖의 민족인가

by 유 매니저

(이미지: gpt)


과거에 비해 현대인들은 선택지가 많아졌다. 과거에는 귀족과 평민의 구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과 계층은 있다. 하지만 적어도 6두품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밖에 못 올라간다와 같은 식의 제약은 없다.) 많은 부분에서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퍼지고, 다름에 대해 인정해야 된다는 운동이 커져서 그런지, 꼭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법이 없어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사회에서는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특정한 것을 할 것을 은연중에 강요 받게 된다. 트렌드나 유행이라는 것 때문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대학을 간다. 대학을 안 간다고 하면, 왜 안 가는 지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야 되는 상황에 처한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분도 여전히 그렇다. 특히 기성세대로 불리는 50-60대와 그 이상의 나이대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강요한다. 나이든 사람들은 본인들이 살던 시대와 현재 시대가 달라진 것을 잘 모르고, 이미 가치관이 확립되어서 그렇다고 칠 수 있다 (별로 그렇게 넘어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어떤 특정한 것에 대해 추천을 빙자한 강요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꽤 많은 사람들은 본인이 해 본 것에 대해 꼭 해봐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정말 너무 좋았기 떄문에 추천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같잖은 오지랖인 경우가 많다. 별로 행복해보이는 결혼 생활도 아닌데 결혼을 하라고 추천을 빙자한 강요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뭐지?!' 싶다.


이제 막 아이를 낳고 기르는 내 지인들 중에서는 "애 안 낳아도 됨, 낳고 싶으면 낳는 거고 아니면 안 낳는 거지, 꼭 할 필요는 없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내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나이 든 사람들 (가깝게는 내 부모님과 시부모님 등)은 그래도 결혼도 해야 되고 애도 낳아야 된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은 또 이해할 수 있는게, 본인들이 손주를 가지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기 때문에 바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바라는 것과 강요하는 건 다른 의미이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애를 낳았을 때, 엄청 대단하게까지는 아니지만 조금쯤은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


나도 결혼한 유부녀이기 떄문에 주변에서 미혼들이 결혼에 대해서 물어보면, 난 "너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다, 꼭 해야되는 건 아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결혼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 거다"라고 말한다. 결혼이 너무 좋아서 왜 결혼을 안 하냐고 계속 말하는 사람들은 왜 저렇게 강조하는 걸까 싶다. 난 이미 유부녀이기 때운에 추천을 받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 사람들이 미혼자들에게 추천을 빙자한 강요를 하는 걸 보면 꽤나 불편하다.


보통 그렇게 추천하고 강요하는 사람들은 본인과 다른 선택과 궤적의 인생을 비정상으로 간주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1. 진짜 행복한 게 맞는가? 행복한 척 하는 게 아닐까?

행복하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는 사람들은 진짜 행복한 것일까 궁금하다. 사람 속 마음이야 들여다볼 수가 없기 때문에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과연 진짜 행복한 게 맞나?' 싶을 때가 있다. 강한 긍정은 부정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별로 행복하지 않는데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행복한 척 스스로를 속이고 셀프 세뇌를 하는 건 아닐까.


2. 본인이 행복했다고 다른 사람도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다. 오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오이가 주어지면 좋겠지만,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오이가 주어지면 고통스럽다. 더불어 인생은 오이 같이 단순하지 않고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많기 때문에, 더 예측할 수 없다. 결혼도 그렇다. 어떤 사람은 결혼 전에 스스로 생각해 봤을 때, 본인은 결혼 생활이 아주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결혼해보니 아닐 수 있다. 한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도 이렇게 예측이 안 되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이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사실 포인트는 결혼을 추천하는 사람은 이를 듣는 사람의 행복을 바라고 추천하는 게 아니다. 그냥 본인이 행복하기 때문에 자랑하는 겸 추천하는 것이다. 듣는 사람의 행복을 고려한다면 추천을 빙자한 강요는 안 할 것이다.


3. 본인처럼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결혼해서 행복하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는 사람은 결혼을 했지만 그냥저냥 살고 있는 사람을 보고 '나는 이렇게 행복한데, 저 사람은 왜 나처럼 행복하다고 말하고 다니지 않는거지?'라고 생각한다. 본인과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이상하게 만든다. 그런데 웃긴 건 실제로 삶을 까보면 전자의 사람보다 후자의 사람이 더 고통과 괴로움 없이 살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본인이 경험한 것은 다른 무수히 많은 상황과 선택지 중에 하나일 뿐이다. 뭔가가 좋았다면 추천하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나치게 빈번하게 말하고 강조한다면 더 이상 추천이 아니다. 추천을 빙자한 강요로 들린다. 나도 주변에 대해 지나친 오지랖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삶과 선택만이 맞는 답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겠다.


그리고 그냥 다른 사람들은 알아서 잘 살게 냅뒀으면 좋겠다. 괜히 오지랖 부리지 말고. 할 일이 없어서 오지랖을 부리는 거라면 밖에 나가서 달리기라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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