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세기에 넣으면 안 되는 그릇
이전에 쓴 글에서 말한 것처럼 식세기는 내 삶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https://brunch.co.kr/@amynote/37
주방 용품 (그릇, 도마, 컵 등)을 살 때에도 이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식세기에 넣어도 되는지이다. (dishwasher safe)
그런데 최근에 내 소중한 유리컵들의 무늬가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둘 다 선물을 받은 컵이었다.
서울 신혼집에 살 때, 친한 언니가 집들이 선물로 준 것이다. 그릇에 관심이 없어서 식기류 자체가 딱 필요한 것만 있었는데, 음료나 맥주 마실 때 아주 유용하게 썼었다.
원래는 이렇게 예쁘게 무늬가 있었는데, 식세기를 쓰면서 점점 지워지더니 지금은 이렇게 민둥이가 되어 버렸다.
선물해준 언니한테 말하니까, 아직도 안 깨먹고 잘 쓰고 있었냐고, 본인은 이미 깨먹었다고 그랬다.
컵 가장자기에 올릴 수 있는 춘식이 피규어까지 있는 아주 귀여운 컵이다. 이전에 같이 회사를 다녔던 동료가 생일 선물로 사줬던 것이다. (내가 카카오 선물하기 위시 리스트에 넣어 놨을 것이다)
원래도 귀여운 캐릭터 상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선물 받고 아주 좋아했었다. 컵 가장자리에 끼울 수 있는 춘식이 피규어까지 세트로 있다. 컵 자체보다 피규어가 좀 더 귀엽다. 실제 컵을 사용할 때 피규어는 좀 귀찮아서 따로 치워놨다. (미국에 와서도 피규어를 한 번 본거 같아서, 아마 주방 서랍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춘식이는 아직 다 지워진 건 아니지만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아마 계속 식세기를 쓰다보면 맥주 유리컵처럼 아예 싹 지워질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설거지는 안 할 예정이다. 이제는 식세기를 안 쓰는 삶을 생각할 수 없다. 식세기를 안 쓰는 건 세탁기를 안 쓰는 것과 같은 급의 일이다.
컵이 깨진 것도 아니고, 컵으로서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
앞으로는 식기를 살 때 식세기에 돌려도 그림이 지워지지 않는 그런 류로 사려고 한다. (덜 귀여울 순 있지만, 그림이 지워지는 슬픈 일은 방지할 수 있겠지...)
***아, 그리고 그릇을 식세기 아래에 넣는지 위에 넣는지에 따라 또 다르다. 어떤 식기류는 주의사항을 보면 아래에 넣지 말라고 되어 있다. 실제로 내가 밀폐용기 뚜껑을 아래에 놨었는데 약간 뒤틀리게 되었다. 아무래도 수압이나 온도가 아래가 더 세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