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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Oct 04. 2019

누가 퇴사하니까 좋다고 했나요.

퇴사 후, 3주차 정말 솔직한 후기를 써봅니다.


퇴사하니까 좋아? 는 순 거짓말입니다.

4년간의 근속 근로자 짬은 무시 못 하더군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해야지라는 의지와는 반대로, 휴식이 더 이상 휴식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어요. 그 강박이 도리어 꾸준했어야 하는 글과 달리  3주나 지나서야 글을 쓰게 되었네요.


사실 몇 번이고 글을 쓰겠노라 켰지만 딱히 무슨 말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익숙한 일상을 끄적이던 때와 다르게 왜 이렇게 비장해지던 건지. 아무튼 그런 비장함을 3주가 지난 이제야 조금 내려놓았더니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퇴사를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무작정 시도했던 퇴사 후 3주간의 후기를 남겨보려 합니다.


퇴사 전에는 휴가와 쇼핑을 만끽할 수 있었단 말이죠! 사진을 하나 넣어야 할 것 같아, 휴가차 방콕 간 사진을 띄웁니다.



퇴사 후, 1~2주 차


첫 번째 시도 : 창업스쿨

퇴사하기 며칠 전, 때마침 모 금융사에서 창업 관련 학교를 운영하며 입학생을 모집한다는 글을 봅니다.

'어차피 나는 사업하게 될 거니까. 대략 사업모델도 있고.' 하는 맘으로 그럴싸하게 글을 썼고, 선정되었습니다. 그게 저의 퇴사 후 첫 시도였네요.  물론 커리큘럼이 도움이 되지 않았단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제가 더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 지원 당시 제가 생각한 사업모델이 갈수록 석연찮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코치들의 어드바이스를 적용할 지점을 찾지 못했다는 게 아쉽더라고요. 여전히 그곳에 가고 있지만, 글을 쓰는 이 시점까지는 잘 활용하고 못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도 : 퇴사를 앞둔 사람들을 위한 비즈니스 커리큘럼

딱히 마음의 위안을 얻으러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퇴사 감행을 할 때 사유가 확고했던 만큼 적당한 마음의 위로는 필요하지 않았어요. 그저 제가 생각하던 사업모델에 유사한 유료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서, 수강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당장 시도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교육해주시는 분은 너무 훌륭하신 분이었지만, 첫 번째 시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제 사업모델에 점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각자 돈을 버는 혹은 사업을 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조차 '이건 아닌데.'싶은 것을 무작정 도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가만히 앉아서 코푸는 것을 기대하진 않지만, 계산할수록 수익성이 높지 않았고 더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한정된 최대치가 존재했습니다. 그 최대치가 크다면 모르겠으나, 그렇지도 않았고요. 이때가 2주 차 점점 의기소침해졌습니다.



2주 차에 시기 이런 저의 마음의 상태를 살포시 몇 분에게 말씀드렸을 때 제일 많이 들었던 두 마디입니다.


A : "봐봐 대책 없이 관두면 안 된다니까. 사업모델을 다 구체화하고 나왔어야지."
B : "에? 아직 퇴사한 지 얼마 되었다고 그래. 뭐든 도전해봐."


뭐 어쩌겠나요.  이미 전 관뒀어요. 그러니까 기분이라도 좋은 도전이라는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첫 고민해본 사업모델이 별로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괜한 자존심이 있었나 봐요. 서칭 한 지 일주일도 안되어서, 이 사업모델의 경쟁력의 지속가능성이 없음을 알아챘으면서 계속 끌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그때 퇴사자로서의 꼭 필요한 마음가짐 한 가지를 찾았습니다.


자존심 세우려고 퇴사한 거 아니잖아.
충분한 시행착오로 단단해지기 위해 퇴사한 거야.


회사에서 인정받아왔었고, 마침 퇴사 후 이 시기 제가 퇴사 전 기획한 것들이 좋은 성과 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마음이 이상하게 배배 혼자 꼬였던 것입니다. (제가 왜 글을 못썼겠어요. 혼자 자존심 상해서 그런 거 같아요! 퇴사한다고 그렇게 호기롭게 글을 써놓고? 아휴 참) 다시 맘을 잡았습니다. "지금에서라도 그게 문제인 것을 안 걸 축하해."라고 자축해보았습니다. 지금 글을 써 내려간다는 것은 제가 일부분 좀 스스로 꽁깃한 자존심을 내려놓았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그런데 돌아보면 제가 뭐라고 한 번에 완벽한 정도의 길을 찾아내겠습니까. 2주 차 때 이상한 자존심은 어쩌면 오만함이 아니었을까요.


일을 합시다. 일, 일, 일

퇴사 3주 차

세 번째 시도 : 프리랜스 패션 컨텐츠 에디팅

의외로 퇴사한 것을 온 곳에 알렸더니 같이 일하자는 분들이 계셨어요. 일부는 미팅만 하고 끝난 것도 있고, 브랜드 콘텐츠 에디팅이 필요해서 정말 회사 다닐 때도 안 하던, 아니 학교 다닐 때도 안 하던 밤샘을 했답니다. 그때 잠깐 느꼈어요. '아 프리랜스의 삶이 이런 거구나.' 동시에 어쩌면 나는 진짜 회사원의 최적화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매우 매우 불현듯 스쳤지만, 그 생각은 올해만큼은 미뤄놓는 걸로. 긴급하게 요청이 들어와 3일 동안 겨우겨우 눈뜨고 했더니. 아웃라인은 나쁘지 않으나 디테일에 꼼꼼하게 진행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서 마감 앞두고 몇 번이고 수정했던 것 같네요. 그래도 잘 마감했던 일이었습니다.


네 번째 시도 : 또 다른 사업 모델 구상

참고로 저는 사업에 목숨 걸지 않습니다. 굳이 사업가가 되고 말테야 하는 건 아니고요. 그런데 퇴사자에게 가장 도전해볼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해서 지난번 첫 번째 사업모델에서 비슷한 형태, 하지만 수익구조가 좀 더 건강한 모델로 버전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그런데 "아니, 왜 이렇게 새로운 것에 목숨 거는 거지. 네가 제일 자신 있다고 뻥뻥 소리치던 거 해봐."라는 속삭임이 들리더라고요.


사실 퇴사 전에 조그맣게 시작한 임대사업 용돈벌이가 생각보다 쏠쏠했던터라 저는 오로지 임대 관련 분야에 몰입되어 있었습니다. 그쪽이 가장 적은 공수로 돈 버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트라이해보려고 했거든요. 근데 어쨌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 사업체가 문 닫는 판국에 스스로 제일 잘하는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리고 현재 한번 더 제가 잘 아는 분야로 사업모델과 컨텐츠를 구상해보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거의 자문자답 아닌가요.  비단 저 혼자만의 사고 흐름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재직자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퇴사자들이 있고, 퇴사자들의 성격 중에 저처럼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는 생각 많은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요. 어쩌면 그런 사람들에게 '야, 나도 그래.' 혹은 퇴사를 결심한 사람에게 '어머나, 내가 저렇게 되는 거야?'라고 스스로 되돌아보기 위한 글도 되지 않을까요.


퇴사 3주 차, 위의 여러 가지 의식의 흐름과 작은 시도들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온전한 퇴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 컨트롤"이 아닐까 싶습니다.



퇴사자에게는 스스로가 힘이 되지 못하면,  무수히 많은 걱정 어린 시선들, 애정 어린 잔소리들이 자존감을 더 낮아지게 할 수도 혹은 매우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근데 엄청나게 똑똑하단 사람들도 우리와 나의 앞날을 어찌 알겠어요.


글을 쓰는 저도 지금 수시로 불안하기도 들뜨기도 합니다. 그저 폭풍 같은 시행착오 3주 정도 겪으면서 다음번에는 부디 제가 이번 주차보다 조금은 결정하고 진일보된 시도를 하기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는 매 순간 제가 당면하고 느낀 감정과 결정들을 흐르는 대로 믿고 따라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리고 한주 전 주말에 다음 주 계획을 보다 면밀히 세우는 편이 좋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저에게만 해당될 수 있겠지만, 걷잡을 수 없이 잠에 들더군요?)


이상 아직은 다행히도 퇴사를 후회하지 않는 퇴사 한 지 3주 차의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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