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바로 설 때

불안이 줄고, 설렘이 찾아왔다

by 한아르미

점심시간에 산책을 나갔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나서는 바람에 한강까지는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돌아왔다. 그래도 숨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휴직 결재가 시작됐다.

이미 마음은 휴직이었다. 주변에서는 다들 좀 쉬고 오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결정을 하고 나니 그동안 흐릿하던 생각들이 하나씩 형태를 갖기 시작했다.

‘돌아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보다,

오히려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고

그 마음을 전제로 계획을 그려보니 일상이 제법 설레고 신나게 느껴졌다.


주말농장을 분양받아 농사를 짓고,

낭독 봉사를 해보고,

아이 학교의 책 읽기 봉사도 해볼까 싶어졌다.

책 읽기에 자신은 없지만 하다 보면 조금씩 늘지 않을까 싶었다.


농사짓고, 봉사하고, 공부하고, 아이들 챙기고 살림하다 보면

하루가 짧게 느껴질 것 같았다.

그렇게 할 일들이 구체화되자

불안과 우울은 조금씩 자리를 비켜주었다.

상황은 달라진 게 없는데,

그동안 왜 그렇게 조급해했을까 싶었다.


휴직 이야기를 꺼내자

당장 부업이 될 공부보다는

지금 관심 있고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해 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현실적인 이야기와 함께였지만

그 말에 진심이 느껴져 고마웠다.


오늘은 봉사 동아리에 문의를 해볼 생각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막연히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충분히 채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회사에서 벗어나지만

소속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생겼고,

그 이유 덕분에 마음이 조금 든든해졌다.

그동안의 걱정과 달리

앞으로의 일상이 조금은 기대되는 설렘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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