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a Little Bit Heavy Christmas
새벽에 아이들, 정확히는 도도를 위한 선물을 거실 트리 밑에 두었다.
어김없이 일찍 깬 도도는 선물을 발견하자마자 들뜬 얼굴로 온 가족을 깨우러 다녔다.
결국 안달이 나 선물을 전부 풀어 나눠 주는 아침.
도도의 크리스마스다운 시작이었다.
올해는 내 선물도 있었다.
눈물이 돌았지만 흘리지는 않았다.
대신 조용히 감사일기에 적었다.
남편은 나의 회사생활의 처음과 끝이 퍼즐과 함께하라고 말하고 아무 생각하지 말고 퍼즐에 집중해
보라고 했다.
나는 나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운동 같은 시간,
그리고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전 남자친구였던 현 남편이,
오래전 내가 좌절하고 많이 힘들어하던 때
아무 생각 말고 그저 집중하라며 퍼즐 1500피스를 선물해 준 적이 있다.
그 퍼즐은 나에게 특별한 기억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오늘 선물 받은 퍼즐을 맞추면서,
혹은 완성하고 나서 조금 더 자세히 적어볼까 한다.
우리는 어제저녁에 먹었지만
재재는 맛도 못 본 찜닭에 사리면을 더 넣어
아이들 아침을 챙겼다.
크리스마스니까 촛불도 켜고.
오늘의 아침은 to do list와 펜드로잉으로 시작했다.
하루가 부디 평온하길 바라면서.
펜드로잉을 하면
자연스럽게 세심해지고 집중하게 된다.
오랜만이라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다.
현관의 신발장을 닦고, 바닥을 닦고,
신발을 가지런히 넣고, 거울도 닦았다.
닦아낼 곳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그래서 좋다.
할 일이 많아 보이는 게 좋다.
아직은 생각을 몸이 따라오기엔 벅찬 상태지만
천천히, 정말 조금씩 움직여 보려고 한다.
그냥 늘어졌을지도 모를 아침을
어머님, 아버님을 초대했다는 책임감 덕분에
집 정리로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정리된 집에서 흔들의자에 담요를 덮고 앉아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다 보니
노곤노곤 잠이 오는
평화로운 크리스마스 오전이다.
그럼에도 온전히 설레고 기쁘지 않은 내 마음이
혹시 나를 삼킬까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이겨내리라 마음먹는다.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닐지도 모를 일들이니까.
남이 들으면 자칫 기분 상할 법한 생각들로
스스로를 달래 본다.
청소부터 할까,
퍼즐부터 시작할까.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머릿속만 바쁘고
몸은 의자에 깊이 기대
일어날 생각이 조금도 없는,
유체이탈과도 비슷한 나만 남아 있다.
Happy, little bit heav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