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
아침에 출근 전에 일기예보를 보면
어제보다 춥다고 한 날은
한껏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주머니에 핫팩을 챙기고,
옷깃을 단단히 여민다.
그리고 막상 나와서는 생각한다.
생각보다 덜 춥네.
미리 예상하고 대비한다는 게
어쩌면 이런 걸까 싶었다.
어제 점심엔 공원을 크게 도는 대신
회사 앞만 잠깐 돌고 선배를 만났다.
오전에 휴직 결재를 올렸고, 휴직 간다고
말했다.
그만하고 싶다고 했을 때는
다들 버티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담담하게 꺼내는 나의 말에
어렵게 결정하느라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었다.
잠시 AI가 제안한 문장인가 싶었지만,
그 말만큼 좋은 표현도 없는 것 같다.
이미 다 결정한 사람에게
무슨 말을 더 보태겠나 싶기도 했다.
왜 그랬냐, 이제 어쩌려고 그러냐는 말 대신
이해받고 싶었는지
나는 묻지도 않는 둘째 아이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아직 케어가 필요하다고,
한글에 서툴다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까지 덧붙였다.
좀 쉬다가 오라는 말과,
얼마나 쉴 거냐 묻길래 덤덤하게 1년이라고 말했다. 조금 더 가까운 사람들에겐 모르겠다고 했다.
휴직 결정에 변함이 없는지,
언제 결재를 올릴 건지,
사람들에겐 언제 말할 건지
묻는 말들이 왜 그렇게 재촉처럼 들렸을까.
그만큼 내가 많이 불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재도 올렸고, 주변에도 알렸다.
회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
생각보다 힘이 되었고 든든했다.
출근길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냐며
오늘은 금요일이니 힘내라는 응원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알았다.
아, 내가 많이 힘들었구나.
그날은 평소보다 기분이 좋고 마음이 가볍던 날이었다.
후배에게 육아휴직을 간다고 말하니 쉬고 오라는 말을 했다. 쉬어야 할 것 같다며, 힘들어 보였다고.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더 큰 짐이 되기 전에
차라리 지금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휴직 결재를 올렸다는 말에
잘했다고 말해준 남편의 한마디가 고마웠다.
다들 밥 한 번 먹자고, 얼굴은 보자고 했다.
너무 마음을 닫아두지는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어려운 결정 하느라 고생했다는 말이
따뜻하게 토닥여주는 느낌이었다.
큰 의미 없는 말에 상처받듯,
적당히 던진 말에 위로받는다.
단순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이다.
오늘은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하고,
도도의 색연필을 사야겠다.
적당히 끝내고 적당히 마무리하는 1월이 될 것 같다. 다음 주에는 주말농장도 신청해야지.
올해는 땅을 조금 얻고 싶다.
회사가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
더 나은 삶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에
조금 솔깃해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