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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J Aug 21. 2018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하면 돼요.

또 다른 시작을 알리며: 떠나보냄과 만남의 경계에 서서

또 늦었네, 또 늦었어. 토끼 또 짜증내겠네.


늦은 시작이었죠,

또래 친구들에 비하면요. 작년 초, 취업 스트레스로 한창 골머리를 앓던 차에 운 좋게 인턴십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언론사에서 뉴스 영상을 만들어 SNS에 올리고 관리하는 일을 맡았죠. 몇 년째 대학 4학년이던 터라 인턴 동기들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았어요. 아마 큰언니 역으로 캐스팅된 것 같아요.

 인턴 생활 이야기는 에피소드가 많으니 차차 보따리를 풀기로 하고요,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열심히 쓰기로 '작심'했던 글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어요. 핑계이기는 하지만 일을 다니면서 글을 쓴다는 게 보통 체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 생업과 작가 활동을 병행하시는 브런치 작가님들, 모두 존경합니다. - 이 글은 그간 잘 지내셨는지 안부 인사도 올릴 겸, 온갖 변명으로 그동안 브런치 활동을 못 했던 걸 독자 여러분께 납득시키는 자기합리화 글이 될 거예요.(뻔뻔)




브런치에서 제 존재를 처음 알린 글도

바로 '늦은 시작'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마침 새해를 맞았고, 대학생 신분이지만 학점을 다 채웠을 때라 취준생이나 다름없었고, 방송국에 들어가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직업 외에는 딱히 계획도 없었기에 불안함만 가득했죠.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자취생활 청산 후 집에 돌아와 따순 밥 잘 먹고 지내면서 가족에게 매일 짜증내기 일쑤였죠. 그 와중에 마음 다잡고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의미에서 썼던 글이 바로 이 글입니다.



 제 글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글을 쓰면서 스스로 다짐하는 의미가 더 컸습니다. 이젠 글도 바지런히 쓰고, 원하는 데 취업하기 위해 부족한 공부를 하며 자기계발에 힘쓰기로 했죠. 그러다 갑자기 인턴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엎고 새로 해야할 각... 야호 야근 당첨!


5개월 간 인턴 생활을 하며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회사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얼마나 사회생활도, 업무 처리도 서툴렀겠어요. 학생 마인드에서 직장인 마인드로 바뀌기까지 상사분들께 매일 배워도 모자랐던 것 같아요. 눈치도 어느 정도 배우기 시작했고, 업무 처리 방식도 익혀갔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사회생활의 축약본은 배운 느낌입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감을 잡아갈 때가 되니 벌써 인턴십 프로그램 막바지더군요.




회사 생활을 경험한 후

오히려 후폭풍이 심하게 찾아왔습니다. 인턴 생활 이전보다 이력서에 쓸 게 한 줄 늘었고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도 많아졌지만 그것과 별개로 제 자신감은 계속 떨어졌어요. 첫 사회생활에 모든 것이 너무 서툴렀고, 업무 성과도, 생활 태도도, 인간관계도 모두 돌이켜보니 실망스러울 뿐이었어요. '이러면 안 됐는데. 훨씬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자책과 후회, 반성과 성찰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스스로 위축돼있었고 다음 행선지가 없던 막막한 상태였기에 제 무시무시한 히스테리는 늘어만 갔죠. 가늘고 길게 이어오던 연애도 생각해보니 그때가 가장 위태로웠네요.

 졸업유예를 했고, 띄엄띄엄 입사지원도 몇 번 해봤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조금씩 요령도 익히고 지원서도 다듬었죠. 사실 심적으로 어수선할 때라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써지지도 않았어요. 마음 편히 놀지도 못할 거면서, 대외적으로는 탱자탱자 논 것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바쁘지 않으면 기분도 처지고 몸도 둔해지는 사람이라, 일부러라도 운동을 하려고 했어요. 회사 다니면서는 새벽에 수영을 다녔는데, 정신없이 흘러가는 45분으로는 도통 회사 동료들과 나가서 사 먹는 점심과 퇴근 후 보상 삼아 먹는 고칼로리 저녁을 감당할 길이 없었죠. 인턴 생활이 끝나고 나니 체중은 불어있는데 체력은 현저히 떨어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시간 많을 때 못다 한 운동을 원 없이 하며 기분 전환도 하고 체력도 길렀습니다. 차츰 근육량도 늘고 체중도 조금씩 돌아오는 게 느껴지니 운동이 더 재미있어지더군요.

 기회 될 때마다 여행도 다녀오고, 못 만난 친구들도 보고, 문화생활도 즐기면서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오롯이 저만을 위해 시간을 보냈더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부족한 공부를 시작하며 원하는 회사에 입사지원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찡긋.


식당 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고,

언론사 업무가 유일하게 보고 배운 일이라 저는 자연스럽게 언론 계열로 방향을 잡고 입사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국 PD가 늘 1순위였기는 했지만, 대개 방송·언론인을 꿈꾸는 이들은 PD직과 기자직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통상적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습니다. 필기시험과 면접을 보러 다니느라 두 달여를 정신없이 보냈어요. 운 좋게 몇 군데서 합격 소식을 들었고 저는 한 언론사에 취재기자로 입사하게 됐죠.

 그런데 합격했을 때의 기쁨과 성취감도 잠시,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갑갑했어요. 기사를 쓰면서도 내가 할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그 회사에 오랫동안 일하는 제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어요. 다른 복합적인 이유를 포함해, 저는 그곳에 제가 오래 남아있을 생각이 없다고 결론지었고, 이왕 관둘 거 하루라도 빨리 관두고 내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 싶어 일사천리로 퇴사 수속을 밟았습니다. 그래서 입사 1개월 차에 첫 월급도 받아보지 못하고 다시 취준생이 됐죠. 어른들은 입을 모아 우려하셨어요. "요즘 취업도 어렵다는데 그냥 다니지..."하시면서요. 그렇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제 결정에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




찰나였지만 기자로 살아보니

책임감도 사명감도 어마어마한 독특한 직업이었어요. 짧은 시간 동안 많이 배웠고, 깨달았고, 알게 됐습니다. 제가 몸 담으려던 직군에 관해서도, 저 자신에 관해서도, 인생 전반에 관해서도요. 다시 부모님께 신세 지는 취준생으로 돌아왔고, 대학 졸업도 불과 며칠 앞두고 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길게 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학교생활부터 한두 해 늦어버려서 무병장수로 메우기로 결심한 마당에 마음 조급할 거 뭐 있나요.(뻔뻔22)




 JUMP! JUMP! 이렇게 뛰다가 키 클 듯.


혼란스러움에 주춤했던 때도 있었지만

도전의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작은 용기부터 내서 시작해보려고 무진장 애썼어요. 의기소침하고 소심한 제 태도가 가장 큰 독이라는 걸 저도 알고 있었거든요. 또래에 비해 졸업도 취업도 늦은 데다, 언론고시를 치겠다면서 실질적인 준비는 아무것도 한 게 없었고, 무조건 부딪쳐보자는 열정이나 패기조차 없는 상태였죠. 그때 주변 친구, 동기들의 따뜻한 격려가 많은 힘이 됐습니다. 저는 조금씩 용기를 내보기로 했고 작은 시도부터 차근차근 해나갔어요. 준비가 부족했던 만큼 수많은 실패가 있었고 간혹 성공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수없이 실패하는 중이에요. 그렇지만 그 속에서 크고 작은 성취를 얻으며 한 발짝 더 꿈에 다가서는 중입니다. 

 꼬박 1년 하고도 6개월이 더 걸렸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 반, 세상을 향한 원망 반으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건가요?'라고 묻던 저 자신에게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하면 된다'라고 담담하게 대답하기까지요. 두렵고 막막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반 이상은 한 거예요. 일찍 시작하고 늦게 시작하고는 문제가 아니죠. 특히 쓸데없이 너무 신중하게 재고 따지기만 하고 행동력은 떨어지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더더욱 시작이 반 이상인 것 같아요.

 모든 일에 시작과 끝맺음이 있다면, 인생은 그것의 연속인 것 같아요. 시작은 우리 삶 앞에도 있고 뒤에도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니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해도 아무렴 어때요. 저도 짧게나마 다녔던 직장을 떠나와 또 다른 '조금 늦은 시작'을 앞두고 있고요. 누군가는 못 이룬 학업을 꿈을 위해, 또 누군가는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남들보다 늦은 시작을 하고 있을 겁니다.

 저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출발선을 나서는 이들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냅니다. 출발하는 순간까지 남들보다 몇 배의 용기는 필요했을 테니까요.

 앞으로 저의 또 다른 시작도 기대해주시기를 바라며, 글로 자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찡긋)


결론: 그동안 이렇게 아등바등 사느라고 글을 한 편도 못 올렸다는 이야기...


♬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내 꿈을 위한 여행 (피카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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