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기 위해 '헌 해'를 고민하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고 거리가 하얗게, 또 색색깔 불빛으로 알록달록 빛나며
괜히 들뜨고 왁자지껄함에 아득해지는 그런 때다.
근데 그 축제 분위기에 개인적으로는 심술이 나기도 한다.
너도나도 송년회로 연말을 보내고 신년회로 새해를 맞이할 테다.
12월 31일 전날이나 다음날이나 똑같은 해가 뜨고 지는데도
1월 1일은 아침잠이 많아 일출을 손꼽아 보는 나도 해돋이를 보곤 했더랬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도 아니고,
그렇게 우리는 '헌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새해엔 피트니스센터도, 스터디카페도, 하물며 목욕탕도 신규고객 등록으로 장이 선 것만 같다.
그만큼 새해엔 새 마음 새 뜻으로,
작심삼일을 사흘마다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럼 대성공이다.)
마음을 다져보곤 한다.
그런 때가 왔다.
다시금 연말이 오고야 말았다.
올해는 여차저차해서 중간에 일을 쉬게 됐다.
연말정산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는 것까지 모두 내 몫이 됐고,
특별한 일정 없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무엇이 바뀌었나 돌아보는 달이 됐다.
못 느끼고 지내다가도 오랜만에 옛 동료를 만나거나 통화를 해도 느껴진다.
예전에 동료를 대하던 내 텐션이 이게 아니었는데, 내가 많이 가라앉아있구나.
2022년, 남은 삶을 재편해야 했던, 여전히 재편하고 있는 해다.
개인적으로는 여름이 그렇게 더운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지났고
이상하리만치 가을이 길었으며,
겨울은 못 참도록 춥기만 하다.
살면서 경험치가 쌓이고 시행착오가 늘면서
- 이를테면 1승 2무 1패 같은 승률을 따졌을 때 실패하는 경험도 늘면서 -
어릴 때보다는 조급함을 늦추려고 일부러 의식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보였던 게 바로 여백이다.
12월을 보내고 1월을 맞이해야겠다는 속도감보다는,
2022년 달력을 영화 「신과 함께」에 나왔음직한 상부 보고용(?) 긴 두루마리 종이처럼 길게 펼쳐봤을 때
열한 달이 흐른 뒤 남은 한 달의 뻥 뚫린 여백이 느껴진다.
그래서 어쩐지 남은 연말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새해부터 자기 계발, 새해부터 운동... 새해부터 무슨 새로운 목표가 아니라,
남은 2022년의 마지막주도 앞으로 살아갈 내 삶의 일부이고 그중 첫 장이라는 생각에
이달을 2023년 0월 혹은 -1월 정도로 치고 싶다.
1월부터 무얼 할지 성실히 고민해보는 달, 나의 12월이다.
새해를 맞기 전 헌 해를 사는 나,
나는 헌삥 모든 것이 헌삥...♬
사실 일 년 단위로 시간을 쪼개지 않고 여생을 뭉텅이로 준대도
뭘 어떻게 하고 살아야 될지는 도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