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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J Feb 08. 2023

우린 모두 변해, 제자리에 있는 것은 기억뿐.

예민 보스 HSP의 변화 수긍하기

오랜 친구들과의 사이는 불변의 법칙처럼 늘 그 자리에 그대로일 줄 알았다.

시대, 같은 문화, 함께 아는 사람들을 공유했기에 언제든지 그때로 돌아가 철없는 이야기를 할 수도, 부연 설명 없이 이야기의 중간 부분을 뚝 잘라 거기서부터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나도 변하는 걸까. 아무렴 변했겠지.

학창 시절부터 성인이 되고 직장인이 되기까지 지나온 세월이 오래됐다 해서 그것이 함께 쌓은 세월은 아님을 깨닫는다.


손이 건조해서 손톱 옆에 거스러미가 일어났다.

날씨가 건조한 탓도 있겠고 긴장을 잘 하는 성격 탓에 손바닥에 땀이 잘 맺혀 이물감이 들 때마다 손을 자주 씻다 보니 건조함이 극심해진다.

이걸 잡아 뜯다간 후회할 텐데. 그러면서도 거슬려 계속 만지작댄다.

손톱깎이 같은 걸 찾아 다듬으면 될 것을

괜히 뿔이 나 있는 성격을 감당 못하고 홧김에 아무도 없는 데다 반항하듯 힘껏 내 몸 방향으로 뜯었다.

길게도 뜯겨 붉은 살이 보였다.

심장이 손가락 끝에 가 있는 것 같이 쿵쿵 울리는 느낌으로 뜨겁게 아팠다. 피는 나지 않았다.

그깟 조그만 거스러미 하나 뜯었는데 그때만은 온 신경이 손 끝에 가 있었다.

참 감상적이게도 차라리 손가락 상처에 정신이 팔린 순간이 마음이 편했다. 청승맞아서 싫다.

머릿속 쥐어짜는 고통, 가슴이 터질 듯한 고통을 한 데 모아 신체 일부분에서만 통증을 느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을 정도로.


예민한 정도가 높은 사람을 심리학 용어로 HSP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걸 어제 처음 알았다.

유튜브에서 금쪽 상담소 클립을 찾아보기도 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HSP 자가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다.

마음이 너그러울 때 기준으로 28개 항목 중에 22개가 해당됐다.


성격이 예민한 건 원래 알고 있었고 그걸 장점으로 승화해 내가 하는 일에 에너지로 쏟아야 긍정적으로 해소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예민한 성격은 디폴트고, 조금 더 예민할 때와 조금 덜 예민할 때의 차이만 있을 뿐.

그것이 어떨 때는 상처로 때론 자격지심으로 형태를 바꿔 마음 밖으로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내 마음 상태가 건강하지 못할수록 자책이 되고 실망도 된다.


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가듯이 불변하는 것은 거의 없다.

나 역시 나도 모르는 새 많이 변했겠지만

특히 나를 제외한 내 주변,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은 분명 내 삶의 속도보다 빠르다. 빠르게 변하고 움직인다.

나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지만 남들에겐 그렇지 않다는 것.

내가 같은 자리에 멈춰 서서 너를 소중하게 대한들

네가 그 소중함을 알지도 미지수이며 너는 나보다 훨씬 빨리 변해있으니 나 따위 쳐다볼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나의 그 오묘하고 언짢게 뒤통수 맞은 듯한 기분은 어서 거둬야 할 듯싶다.

자기 방어 같더라도 내 마음 터놓을 곳이 없는 이상 다시 세상에 조금 무관심해지는 것이 나을지도.


어른들이 나이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그 자리 그대로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어쩌면 배신 때릴지도 모르는 친구 놈보다 백 배 천 배 낫다는 뜻일까?

좋았던 기억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마음의 문을 반쯤 닫으며 스스로에게 다짐을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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