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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J Sep 03. 2023

홀로 섬살이 [25주 차]

LA 출장기 - 제가 없는 제주, 안녕했나요?


어떻게 다녀와졌다, 열세 시간 거리의 태평양 너머에.

가기 전까지 준비하면서는 몇 가지 제약도 있었고

일주일을 남겨놓고 돌연 출장이 취소되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출발만 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뿐이었다.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준비한 만큼 찍고 오라던 독심술사 내 롤모델 선배의 말씀에

마음이 많이 놓이고 차분해졌다.

욕심과 조바심을 내려놓으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짐도 간단히, 생각도 간결히.


긴 비행이 고난이 될 것을 감안해 전날 두세 시간 정도만 눈을 붙였다.

업무로 외국을 가는 것은 처음이라 어떻게 시간과 체력 조절을 해야 할지 계속 마인드 세팅을 했다.


사실 김해공항에서만 외국을 나가봤던 나는

제주에서 김포로 갔다가, 짐을 찾아 인천까지 이동해야 비로소 국제선을 마주한다는 게 좀 지쳤다.



여름휴가 막바지, LAX는 한산한 편이었고 입국 심사도 아주 너그러웠다.

촬영 장비도 파손이나 분실 없이, 무탈히 옮겼고 통과도 잘 됐다.


남가주재미제주도민회 회장님이 마중을 나오셔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사흘간 참 많이도 신세를 졌다.

도민회 회원들을 사무실로 초청해 인터뷰할 수 있도록 일정 조율도 해주시고

내가 가야 하는 장소마다 직접 차로 태워다 주셨다.


주로 LA 한인타운에 머물렀고, 숙소도 그쪽으로 잡았다.

일정이 너무 빠듯하니 최대한 동선을 줄이는 것이 맞겠다 싶었다.

또 하루는 풀러턴 시를 방문해 시청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세어보니 총 13팀을 3일간 인터뷰했는데,

너무나 고맙게도 모두가 적극 동참해 준 덕분에 빠진 인원 없이 다 해낼 수 있었다.



미국이 처음인 촬영 감독에게는 아무리 지저분한 LA 시내여도

이게 미국이라는 것 정도는 소개해주고 싶었다.

밤늦게 동양인끼리만 나다니는 게 요즘 특히 더 조심스러워서

걸어서 5분 거리의 대형 마트를 갔다.

마트에 가면 식재료와 물건, 그리고 사람들까지 그 나라를 어느 정도 축약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또 소개해주고 싶었던 건 바다였다.

제주 바다의 아기자기함도 빼어나지만, 미국 서부의 광활한 바다는 또 다른 시원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나는 필즈 커피라는 카페를 좋아했는데, 그곳을 다시 한번 찾고 싶었다.

마침 산타 모니카 해변 근처에 한 지점이 있어 리프트(Lyft)를 불러 이른 아침 카페로 향했다.



해변에 나가서도 현장 스케치 촬영은 해야 했다.

강렬한 햇살에 피부는 빨갛게 익어갔고 부두에서는 버스킹이 열리기도,

서핑하는 사람들도 보였고, 해변가의 사람들은 태닝을 하기 바빴다.


잠시나마 그렇게 미국을 둘러보고는 다시 계획한 분량을 다 찍기 위해

도장 깨기 하는 심정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도민회장님과, 그리고 이 동네와 정이 들려하니 돌아올 때가 됐다.


특히 도민회장님의 어머님은 95세로, 미국 안에선 최고령 제주인이셨는데,

제주에서 온 젊은이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고향이 여간 그리운 게 아닌 모양이었다.

내 손을 꼭 잡으시면서 고맙다고 연신 말씀하셨다.

내 또래의 손녀, 손자가 한 명씩 있으신데,

제주 가면 손주사위, 손주며느리감도 좀 알아보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할머님뿐 아니라 재미제주인 분들 모두가 그랬다.

"고향 제주에서 오셨는데 뭐라도 해드려야죠."


이렇게 반겨주고 적극적으로 시간을 내서 촬영에 협조해 주실 줄은 몰랐는데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시월에 세계제주인대회가 열려 미국에서도 여럿 제주를 방문하신다.

오시면 꼭 나를 불러주십사 했는데, 그때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면서.

너무나 값진 시간, 감사드립니다.


다큐는 시월 세계제주인대회 개최 시기에 맞춰 방영할 예정이다.

시간에 쫓겼던 3박 5일 LA 촬영,

재미제주인 분들의 얼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싶다.


오늘의 곡,

[더시즌즈 - 악뮤의 오날오밤] 오랜 날 오랜 밤 - 악뮤

https://www.youtube.com/watch?v=KPvXmNZEO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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